물론 부자는 빈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원리는 기독교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예전에 사람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은

빈자도 생활필수품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그에 대응하는 원리였다.

그 원리는 교회 법률가들이 규정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권리’였다.


- 톰 홀랜드, 『도미니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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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표출되는 의견들은 하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기서는 입 뚫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는 데 있다.


움베르토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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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도 바울의 사회적 배경과 맥락 - 천막짓기와 사도직 신행신학 시리즈
로널드 F. 호크 지음, 이성하 옮김 / 알맹e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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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시기 가장 유명한 전도자였던 바울은 텐트메이커였다. 천막을 만드는 일로 자신의 사역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충당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를 당대 랍비들의 전통 중 하나로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바울은 이 전통을 따라 텐트를 만드는 기술을 배웠고, 틈틈이 일을 하긴 했지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좀 더 “고상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둘 나온다. 바울은 얼마나 텐트를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했을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복음 전도가 우선이었고 텐트메이킹이 부업이었다면, 그 정도로만 일을 해도 정말 생계유지가 될 정도로 그 일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었을까?





이 책은 바울의 그 “부업”을 거의 “주업”의 자리로 끌어올린다. 당연히 이 과정은 세밀한 당대의 여러 문헌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구축된다. 우선, 랍비들이 따로 직업을 가지는 전통은 바울 시대 이후에 생겨난 것(아마도 예루살렘 함락과 그로 인한 경제적 곤궁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생계를 위한 직업을 따로 갖는 전통은 오히려 그리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게 절대적인 모습은 아니지만(수업료를 받거나, 유력자에게 의지하거나 심지어 구걸을 하기도 했었다), 분명 여러 그리스 교사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한 일을 갖곤 했었다.


또, 그렇게 그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작업장은 철학 강의나 토론을 위한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특히 텐트를 만드는 일처럼 시끄럽지 않은 공간은 더더욱 이런 강의실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cf. 살전 2:9)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이른 아침부터 나가 일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도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즉 바울의 “일”은 그의 사역의 중심에 있었다.


단지 실용적 차원에서만 “일”이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바울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복음을 값없이 주었다(cf. 고후 11:7)"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그의 “일”은 복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볼륨이 작은 책이었지만,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복음을 전하는 바울은 일을 하는 바울과 같은 인물이었다. 하루 종일 성경책만 파면서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식의 사역은 적어도 성경에 나오는 형태는 아니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목회자 이중직” 논란도 한심한 잡담이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을 다른 일로부터 분리시켜 무슨 특별한 아우라라도 덧씌우려는 태도는 성경적이라기보다는 중세적 사고에 가까웠다.


여전히 몇몇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웬만한 중견기업 대표 못지않은 풍요로움을 누린다. 반면 절대 다수의 목사들은 말 그대로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고.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가 이중직을 해도 되니 마니 하는 소리는 말 그대로 배부른 자들의 훈장질에 가깝다.


바울은 당대의 사회, 문화적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걸 성경을 통해 보는 우리는, 단지 바울의 행동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바울이 했던 고민을 오늘의 상황에 맞춰 하면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새롭지만 오래된 고민을 하는 데 이론적인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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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퍼는 그리스도인들이 나치가 저지른 악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한 한 가지 이유가

그들에게 고통이 낯선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어.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든 고통 없이 살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했고,

그 결과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단다.


- 스탠리 하우어워스, 『덕과 성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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