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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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즈음에 출판사 소소의 책에서 출간한 <세계 종교의 역사>에 이어 올해에는 7월말에 <철학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시리즈인 것 같은데, 다음엔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참고로 이 책은 서양철학사만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오해하지 말기를.

우선 이 책의 장점은 가벼운 철학 입문 서적 내지는 교양수준의 간단한 철학 소개서 정도로 보면 되겠으나, 일단 먼저 다루고 있는 철학자가 40명이나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철학자 외에도 좀 더 다양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에게 유익하다. 다음은 번역도 그렇고 저자의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생각거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평이한 문체이다. 철학을 시중에 파는 인문교양서로 대략적으로 음미해 본 독자는 물론, 철학을 많이 모르는 입문자에게도 크게 어렵지 않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저자는 대중을 대상으로 철학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철학을 전공으로 학문적으로 공부했고, 이를 분야(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독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 설명한다는 말이다. 읽어보니 <철학의 역사>(소소의책)는 쉽고 개인적으로 좋았다.

종교, 철학은 인문학 공부에 꼭 필요한 영역이다. 쉽게 말해, 종교가 '인간이 묻고, 신이 답하다'라면, 철학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가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가 먼저, 철학이 다음이 된다. 안그래도 요즘 종교(성경)에 관심이 있어 조금씩 천천히 살펴보고 있는데, 종교와 철학을 꼭 분리해서 보지도 않을 것이고, 여하튼 철학에 관한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문사철에 대한 욕심이 많아선지, 모든 책 장르에 관심을 가지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역사>(소소의책)는 서양 철학에 대해 입문,초급자로서 딱딱하지 않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입장이라면 괜찮을 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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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부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른을 위한 동화
김세라 지음 / 하다(HadA)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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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실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막상 과거, 추억을 잊고 지내며 진정 삶에서 추구해야할 목적을 잊고 현재의 삶에만 너무 매몰된 채 살아가는 일이 많다. 저자 김세라씨도 이 <황금부리>라는 어른동화라는 작품을 만드면서 이러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서, 그 속에서 다양한 동물군상을 그려내고, 그래서 이를 일깨워 주려는 의도로 책을 쓴 것 같다. 부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듯 이 어른 동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큰 의미없이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시계태엽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왜 이런 상황이 있게 되었고, 이를 주인공 어린 오리가 포포이스트가 우리 독자나 많은 이들이 바쁘게 의미없이 돌아가는 기계같은 삶을 다시금 원상회복해서 진정하게 시간을 다시 우리에게로 되찾아 돌아오는 그런 흥미진진한 여정을 담고 있다. 동화와 같이 읽히길 의도한 작가의 생각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 김세라씨는 CEO로 조직도 운영해봤고 많은 어워드에서 상도 수상한 이력도 많은 유능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이 느끼는 빠른 시간 속도적 삶과, 목적을 향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많은 현대인의 모습, 그 속에서 무심결에, 자각하지 못하는 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현실을 이 <황금부리>를 통해 쉽고, 자연스럽게 연결지은 것인 셈이다. 그 속에서 동화 속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제한된 지면과 스토리 전개이지만 흥미롭고 나름 풍성하게, 또한 주제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요즘 보면 비록 나이가 들어 직장을 다니고, 많은 책을 읽는 편에 속하는 독서인이라 하더라도 동화적 감성을 자극해 보려고 '어른동화'를 접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본연의 동화 속 표현을 통해 독서자세에도 솔직해지고 여러 유익한 점이 많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가끔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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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 - 한사오궁 장편소설
한사오궁 지음, 문현선 옮김 / 책과이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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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평으로 선택한 도서는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거장 위화, 모옌과 더불어 그 중 한 사람인 한사오궁의 <암시>(2002)라는 소설이다. 그의 작품은 <마교사전 馬僑詞典>, <일야(日夜)서> 등이 있다. 한사오궁에 대해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스타일, 성향을 알지 못 해 그에 대해 접하는 첫 작품을 작가 스스로 새로운 시도라고 밝힌 실험적 형식의 작품 <암시>를 서평하기가 괜히 조심스럽다. 대개의 현대중국작가는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다시 본격 재개되던 때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배경을 상기한다면 대개의 중국작가가 사상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아직 다양하게 소개되지 않은 점도 있고 그래서 아직 국내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없었던 그런 배경을 떠올려본다.

책은 장편소설임에도 책 지면을 거의 전면 활용한 편집이여서 분량압박이 조금 된다. 예상보다 저자가 쓴 글이 쉽지 않아서 읽는 데까진 읽었음에도 이해가 덜 된 부분도 있어서, 애초에 이런 도서임을 예상했었음에도 책의 진도를 빼나가는데 많이 애먹었다. 이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측의 소개글이나 다른 정보를 보면 일단 필자가 <암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는 몰라도 텍스트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20세기 중후반 중국의 변천과정의 역사)는 책에서 일정 볼 수가 있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저자 한사오궁이 실험적으로 쓰게 된 의도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굳이 실험적이라 해서 책읽기 시도 전에 생기는 거부감은 그다지 별로 없었다.

원숙한 나이에 접어든 여느 작가가 그렇듯 저자는 스스로 '문화스타일의 파괴'라 일컬은 도발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문학을 이론을 논하듯, 이론을 문학처럼 풀어내듯 말이다. 이처럼 작가가 의도한 바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쓴 형식적 장치라 생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현대 중국이 국가적으로 사상적 기조를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교조적인 사상억압, 사상통제에서 마오주석(모택동) 사후 바뀐 체제지도부에서 약간의 노선 수정을 통해 보다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용인하면서 그와 함께 논의된 문화배경적으로 문학분야에서 '뿌리찾기운동(심근운동)'의 다양한 논의 중에서 한 축에서 이론을 주장했던 이가 한사오궁이다. 결국 한사오궁은 중국의 문학 거장 답게 한낱 평범한 작가는 아닌 것이고 바로 뿌리찾기운동에서 주장했던 중국문학의 현대화를 <암시> 에서 실천, 실현한 셈이다.

1985년 중국 ‘뿌리찾기’ 문학의 선언문과 같은 「문학의 뿌리」를 발표한 당시 한사오궁을 비롯한 중국 문인, 비평가들은 서구문학의 '형식'적 교본에서 탈피해 제3세계의 노벨문학상으로 주목받은 남미의 <백년의 고독>처럼 작가 자신이 속한 나라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조적으로 표현해냈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중화인민공화국의 문학이 세계문학 대열의 중심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까란 논의를 제기했다. 한사오궁은 여느 ‘지식청년(知青, 인텔리겐치아)’처럼 중국의 변방 오지에서 생활했고, 그 안에서 농촌 사람들의 고된 삶과 그들의 질박하면서도 기이한 전통문화와 결국 그 안에서 전통문화 속에 잠재하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원시적 생명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를 자신들의 문학이론(핵심은 ‘향촌(鄕村)’의 ‘비(非)규범문화')과 창작 속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2002년 출간즈음 진행된 https://blog.naver.com/bookconnector/221560941299

<베이징청년보>인터뷰에 실린 이런 글귀를 보고 드는 생각은 이렇다. 한사오궁은 기존의 무비판적인, 때로는 단순한 비판을, 또 과거 경직된 사회상, 사상통제된 사회상이 내린 개념, 즉 어설픈 개념을 #암시한사오궁 라는 작품을 통해 강하게 바로잡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 개념을 당시 지식청년들이 경험했던 이미지를 투영해 재정의하는 건 아닐까.

한사오궁의 이번 작품은 장르를 깨뜨리는 소설과 비소설적 요소가 혼재되어있다. 좀 더 이를 확장하면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이미지) 또한 그렇다. 이것을 좀 정리해보면 저자 표현대로 글귀에 서사와 사고가 함께 표현된 것이 아니라 세로 좌표에 사고, 가로 좌표에 서사가 서로 엮어 짜진 하나의 직조된 텍스타일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이런 식의 시도는 정확한 분석은 아니지만 세계를 유행하는 특정 문화적 스타일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던 국내적, 국제적 상황적 맥락과 그 이미지를 소설 속에 이미지로 소환하여 분석한 후 재정의하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맺음을 한다면 한사오궁 그의 문학적 성과와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이번 작품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로 그가 일조한 뿌리찾기문학적 성취에 더해서 후대에 계승할 문학적 활로로서 포스트 뿌리문학 운동에도 일정 영향을 줌으로써 당대의 중국문학에 큰 기여를 한 점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단해버려 본다.

서평 쓸 도서를 선택해서 일독을 한 후 리뷰하는 과정에서 단연코 즐거움을 느끼고 뿌듯함을 주는 건 기대평과 독후감이 일치했을 때의 경우이다. 이 책은 그러한 충족을 일정 했다고 생각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배경이나 표정, 겉모습, 옷, 의식 등의 사물은 어떻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가. 나는 독자들과 더불어 이 구체적인 이미지 기호들이 우리 삶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함께 관찰하고 싶었다 ~ 중략 ~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언어와 구체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서로를 생성하고 성장시키는지, 또 어떻게 제어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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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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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쉽게 설명하면,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건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   "


이번 서평도서는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다. 도서 초반부 한 페이지의 한 토막을 인용하며 서평을 시작해본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생각하던 삶의 중요한 질문들 중에는 종종 해결이 좀처럼 안 되다가 비로소 세상을 경험하며 여러 난관에 부닥치고 그것을 자연스레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 연륜이라는 걸 갖게 되면서 터득하고 알게 되는 것이 많다. 그 삶의 중요 질문들은 어렸을 적에 점점 성장해 가면서 자기 관심 분야가 형성되고 자기 진로를 고민하게 되면서 어떤 궁금증, 호기심이 생기는 지에 따라 다양한 주제가 나와서 점차 심도있게 가지를 뻗어나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청소년기 역사를 좋아했다. 그리고 좀 창피하고 슬픈 이야기이지만 성적이 조금 모자라서 역사보다는 고고학이나 성적에 맞춰 다른 과를 고민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랬던 적을 새삼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니 성적이 모자라서.. 내지는 결국 진로를 바꾸게 되었지만 여전히 지금도 고고학과 역사에 대한 꿈과 포부, 로망이 있다.(아마추어라는 나만 알고 있는 객기어린 자존감도 갖고 있다 ㅋㅋ) 

이런 의미에서 위 인용한 문장은 정말 고고학을 추구하는 행위와 본질이 무엇인기 명쾌하는 풀어내는 말이다.


중요한 건 많은 고고학과 지망생이 그렇듯 당시의 나도 고고학이란 학문에 대해서는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본 책에서도 강인욱 교수가 언급하듯 고고학 자료의 절반인 무덤과 관련있는데 죽은 사람의 인골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거진 주어진 시간을 흙더미 속에서 파묻히다시피 해서 연구하는 고고학 연구자들의 실상을 어릴 때 우리는 잘 몰랐던 탓이다.



꼭 고고학적 기초 지식이 없더라도 읽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죽은 이가 묻힌 무덤, 불에 대한 숭배의 흔적, 신과 이어졌던 귀한 술, 같이 묻힌 악기 등등 고고학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일반 독자라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을만한 소재들이다. 발해인과 돼지고기, 중국 한무제와 고조선 젓갈에 얽힌 일화, 문신 등도 역사에 약간 더 흥미가 있다면 흥미로울 수 있다. 파괴-복원의 역설이나 고고학과 제국주의 간의 연관성, 현대전쟁에서 고고학이 발전될 수 있었던 기술의 발견, 그리고 고고학자로서의 인간적, 학문적 양심의 절대적 중요성, 최근의 거의 완벽상태로 보존되었다 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의 유목민식 무덤에서 발견된 황금인간 유물, 일제시대 경주 왕릉의 안타까운 부실한 발굴과 발굴원칙 정립 중요성 등 고고학의 흥미로운 이야기 보따리와 역사적 유물, 유적을 계속 보존 및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할 책무를 다시금 되새길 이야기가 좋다. 




참고로 이 도서는 고고학 입문보다는 저자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가 그간 시베리아에서 수학하고 넓은 유라시아(중국,몽골,중앙아시아를 주로 다녔다고 함)를 활동하는 삶 속에서 얻은 고고학을 인문적 성찰을 한 것이다. 그래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읽을 만한 독자타겟층은 연령 노소불문하고 여기에 관심있거나, 새로운 것을 더 알고 싶은 경우, 그리고 고고학에 이미 관심이 있는 청소년인데, 고고학입문서적(돌무지덧널무덤은 적석목곽분, 빗살무늬토기는 즐문토기.. 어려운 용어가 등장해서 독서하다보면 맥락이 끊어질 수 있다)은 많이 어렵게 느껴져서 좀 더 쉽고 가볍게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은 학생에게 적당할 것 같다. 


고고학은 쉽게 설명하면,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건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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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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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일본의 국민작가이자 엔화 1000엔의 주인공이기도 한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대표작인 <도련님>이다.

내가 알기로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번역가의 손을 거쳐 번역본이 여럿 나온 것으로 안다. 그 중 이 판본은 최근 출간된 책이다. 출판업계에서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할 때 사진을 보면 콧수염도 기르고, 영국 신사처럼 보이는 인상이다.(도쿄제국대학 영문학 전공) 여러 대표작 중 <도련님>이라고 해서 인물 좋고, 예의바르고, 될성 부른 떡잎의 어른스런 아이인 줄 알았더니 작 중 주인공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부잣집 아이를 이를 때 그 '도련님'이었다.

<도련님> 작품 속 주인공 도련님은 자기 주장이 너무 뚜렷한, 그래서 잦은 사고를 치지만, 그렇다고 모나거나 못된 심성이 아닌 아직 덜 성장, 성숙한데서 오는 불완전함에 가깝다. 따라서 시간이 점점 흐르면 본래의 고운 심성처럼 독자의 기대대로 올곧게 성장할 것이라는 바람을 갖게 한다. 한편 <도련님>은 저자 나쓰메 소세키가 교사생활을 하게 되면서 겪은 체험이 녹아든 작품이라고 한다. 어린 학생들을 한번이라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독자로서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손윗 형제가 많고,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비록 나이는 많지만(?!) 작 중 주인공의 처지와 형편에 많이 공감 내지는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리고 꼭 나뿐만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순진한 많은 도련님들(표현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이 세상을 살아가며 충돌하는 난관들, 때론 혈기왕성하게 무대포(?!)로 난국을 타개해 나가는 나름의 방식...을 스스로 되돌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할 책이라는 주관적인 생각도 해본다. 내가 쓰고도 조금은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과거를 회상하며, 그 땐 너무 원칙만 고수하고, 때로는 어설픈 면도 있었고, 그렇지만 자기만의 관점과 사고방식을 형성, 확립해가는 좋은 경험을 쌓아가는 아름다운 시기였던 것 같다.

책의 말미는 조금 여운이 남는다. 감정이입한 탓도 있겠지만 전통적 가치를 다시금 부각시키려는 저자 나쓰메 소세키의 의도때문일 것이다. 근현대 대표작가인 저자가 그런 시대상의 한 단면을 이 소설을 통해 잘 구현했고 메이지유신이라는 일본 근현대사의 중대 전환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살아가는 시점에 구시대의 가치라 할지라도 어찌보면 아직은 유효하고, 시간이 계속 흘러가도 여전히 변치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작 중 메시지를 안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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