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평으로 선택한 도서는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거장 위화, 모옌과 더불어 그 중 한 사람인 한사오궁의 <암시>(2002)라는 소설이다. 그의 작품은 <마교사전 馬僑詞典>, <일야(日夜)서> 등이 있다. 한사오궁에 대해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스타일, 성향을 알지 못 해 그에 대해 접하는 첫 작품을 작가 스스로 새로운 시도라고 밝힌 실험적 형식의 작품 <암시>를 서평하기가 괜히 조심스럽다. 대개의 현대중국작가는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다시 본격 재개되던 때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배경을 상기한다면 대개의 중국작가가 사상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아직 다양하게 소개되지 않은 점도 있고 그래서 아직 국내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없었던 그런 배경을 떠올려본다.
책은 장편소설임에도 책 지면을 거의 전면 활용한 편집이여서 분량압박이 조금 된다. 예상보다 저자가 쓴 글이 쉽지 않아서 읽는 데까진 읽었음에도 이해가 덜 된 부분도 있어서, 애초에 이런 도서임을 예상했었음에도 책의 진도를 빼나가는데 많이 애먹었다. 이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측의 소개글이나 다른 정보를 보면 일단 필자가 <암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는 몰라도 텍스트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20세기 중후반 중국의 변천과정의 역사)는 책에서 일정 볼 수가 있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저자 한사오궁이 실험적으로 쓰게 된 의도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굳이 실험적이라 해서 책읽기 시도 전에 생기는 거부감은 그다지 별로 없었다.
원숙한 나이에 접어든 여느 작가가 그렇듯 저자는 스스로 '문화스타일의 파괴'라 일컬은 도발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문학을 이론을 논하듯, 이론을 문학처럼 풀어내듯 말이다. 이처럼 작가가 의도한 바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쓴 형식적 장치라 생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현대 중국이 국가적으로 사상적 기조를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교조적인 사상억압, 사상통제에서 마오주석(모택동) 사후 바뀐 체제지도부에서 약간의 노선 수정을 통해 보다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용인하면서 그와 함께 논의된 문화배경적으로 문학분야에서 '뿌리찾기운동(심근운동)'의 다양한 논의 중에서 한 축에서 이론을 주장했던 이가 한사오궁이다. 결국 한사오궁은 중국의 문학 거장 답게 한낱 평범한 작가는 아닌 것이고 바로 뿌리찾기운동에서 주장했던 중국문학의 현대화를 <암시> 에서 실천, 실현한 셈이다.
1985년 중국 ‘뿌리찾기’ 문학의 선언문과 같은 「문학의 뿌리」를 발표한 당시 한사오궁을 비롯한 중국 문인, 비평가들은 서구문학의 '형식'적 교본에서 탈피해 제3세계의 노벨문학상으로 주목받은 남미의 <백년의 고독>처럼 작가 자신이 속한 나라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조적으로 표현해냈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중화인민공화국의 문학이 세계문학 대열의 중심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까란 논의를 제기했다. 한사오궁은 여느 ‘지식청년(知青, 인텔리겐치아)’처럼 중국의 변방 오지에서 생활했고, 그 안에서 농촌 사람들의 고된 삶과 그들의 질박하면서도 기이한 전통문화와 결국 그 안에서 전통문화 속에 잠재하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원시적 생명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를 자신들의 문학이론(핵심은 ‘향촌(鄕村)’의 ‘비(非)규범문화')과 창작 속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2002년 출간즈음 진행된 https://blog.naver.com/bookconnector/221560941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