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누구보다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강준만 교수, 그는 “한국 정치를 분석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그 글엔 ‘한국인’이 없다”는 느낌을 받곤 했단다. 국내 학자들이 죄다 서양의 이론을 가져다가 한국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 그래서 그는 “한국인 연구에 대한 편견과 관심부족을 극복”하는 책을 연작으로 펴낼 생각이란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한국인 코드>, 저자는 ‘빨리빨리’ ‘최고.최대.최초’ ‘소용돌이’ 등 열가지 키워드를 한국인을 설명하는 코드로 설정한 채 한국인을 분석하고 있다. 얼핏 생각해도 한국인은 좀 유별난 구석이 많다. 이 책에 소개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인의 빨리빨리에는 ‘자판기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삼겹살이 익기도 전에 먹는다’ ‘웹사이트가 3초 안에 안열리면 닫아버린다’ 등 우리에겐 하등 이상할 게 없는 행동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외국에선 주초에 많이 팔리는 로또도 우리나라에선 토요일, 그것도 마감 직전에 가장 많이 팔리는데, 그건 “한국인들이 속전속결을 워낙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서열에 집착하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학생을 만나면 “공부 몇 등 하냐?”고 묻고, 올림픽 때도 메달순위에 목을 맨다. 이 책에 언급된 작년 11월의 국보1호 교체 논란도 사실은 “국보 1호를 1등이라고 생각하는 서열의식”에서 비롯된 것. 동양최대, 최고, 이런 건 하도 들어서 멀미가 난다. 왜 우리는 이런 것들에 집착하는 것일까 부끄러울 때가 많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 걸까.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보이는 특징들은 “분명히 어떤 역사적 상황의 정치경제적 이유와 조건 때문에 생”긴 것이고, 우리가 급속도로 인터넷 강국이 된 것처럼 경우에 따라선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니까. 이 책에 소개된 리영희의 말이다. “냉정하게 현대까지의 우리 민족사를 볼 때 이런 달갑지 않은 요소가 민족적 유전자를 형성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를 품을 때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 코드는 한국인에 고유한 어떤 속성이 존재한다고 보지만 그것을 주로 상황의 산물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 유동성과 변화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렇다. '한국인 코드‘는 영원불변의 것은 아니다. 일단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습속부터 고쳐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한국인 코드> 연작을 읽어야 할 이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6-10-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해요. 읽을 것 많은데 이 책 꽂혔어요(>_<)

노바리 2006-10-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 고작 딱 1년 살면서, 제가 대충 '한국인의 습성'이라고 말하는 것들 중 상당부분이 '서울사람의 습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어요. 적어도, '빨리빨리'가 서울보다 부산에서 훨씬 덜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서울사람이 아닐텐데... 여기엔 또한, 서울지향적인 마인드가 또한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의 친절이 제 서울말씨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하지만 서울말을 쓰는 '남자' 하나는 부산을 불친절한 도시로 기억하더군요.)
아직 강준만 교수의 책을 읽어보지 못해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강준만 교수의 분석이 단순한 인상비평에 머무르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누미 2006-10-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대면에서 나이 확인하는 것도 서열의식이죠.

moonnight 2006-10-1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티에 가져가셨다는 게 강준만의 책 두 권이었던 모양이에요. 두 권 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어찌나 질러주시는지. ^^

마태우스 2006-10-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하핫... 그, 그러니까... 그게 아니구요 현대사산책은 읽은 지 좀 됐구요, 이번에 밀린 리뷰 쓴 겁니다. 제가 가져간 또 한권은 딴따라라서 좋다,입니다.
누미님/맞습니다아!!!! 예리하십니다
노바리님/오랜만입니다. 뭐,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서울지향성이 있고, 강교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근데 빨리빨리는 충청도에서도 이미 대세인걸요. 대전을 가봐도 느림의 미학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더라구요...
마노아님/어맛 그렇담 제가 리뷰를 잘 썼다는 얘기?

2006-11-05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06-11-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어지면서(?^^) 님의 리뷰를 보면서 읽을 책들을 고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