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서른살은 경제학이 쉬워지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겁니다”

<서른살 경제학>의 저자 유병률의 말과 달리, 30대의 끝자락에 와있는 난 경제학이 쉽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긴 해도 경제학을 알고픈 마음은 언제나 있었기에, 쉬운 경제학 책만 보면 좋아라고 달려들곤 했었다. 저자는 이 책이 “설렁설렁 읽을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이 책은 술술 읽혔고,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 책 한권을 뗄 때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이론이 지겨워질 때면 실물이 나오고, 갑자기 지적 갈증을 느낄 때면 이론이 나오는 재미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재벌은 총수 1인의 지배하에 있고, 총수는 1%도 안되는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좌지우지한다’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아마 대부분일거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거기에 대해 이런 반론을 펼 거다.

“LG는 안그래!”

실체가 없는 구조조정본부가 총수의 명을 받들어 모든 일을 관장하는 삼성과 달리, LG는 지주회사인 (주)LG가 계열사를 지배한다. 구본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가진 (주)LG의 지분은 51.1%, 이러니 SK처럼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일도 없고, 삼성처럼 고객 자산을 그룹지배에 이용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소버린이 LG를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의 선구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나. 이 말을 들으니 LG가 좀 달라 보인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한가지 더. SK 2세인 최태원 회장은 그룹 총수 중 가방끈이 가장 길단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서 미국 시카코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물리학과를 나온 이유가 뭘까?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란다.

“인문.사회과학은 나중에 공부할 수 있어도 자연과학은 젊을 때 해야 한다. 경영을 하려면 자연과학적 논리와 사고방식을 모르면 안된다”

이 구절을 읽고나니 SK도 뭔가 있어 보인다.


‘재테크 책을 읽는 것이 돈 버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저자는 경기 변화를 읽을 줄도 모르면서 재태크에 나서는 것은 “로또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은 날 울적하게 했다.

“60세 이전에 10억 정도는 벌어 놓아야 안심이 된다...30대에는 목표의 20-30%, 40대 50-70%, 50대 90-100%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

10억이라면 두달 안에 2-3억을 마련해야 하니, 이제 남은 방법은 로또밖에 없다. 근데 그거, 겁나게 안맞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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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0-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아직 1년3개월 남았어요. 헐......

마태우스 2005-10-1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님은 이십대로 보이니 괜찮습니다..^^

세실 2005-10-1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님..작년까지는 그 말에 좋아라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봐도...30대 중반이 확실합니다. 휴...(커다란 한숨소리...)

마태우스 2005-10-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한달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 저번에 뵜을 땐 20대 중반이던데...

세실 2005-10-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일은...그저 가을이 되니...우울해지는거죠... 참 추천하는 센스~

드팀전 2005-10-1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왜 LG이야길 들어도 SK 가방끈 이야길 들어도 ...있어보이지 않는 걸까요?
난 너무 반재벌적인가?...

부리 2005-10-1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마태님 말은 한달 사이에 늙으셨나는 거죠^^
드팀전님/그게 아니구요 그런 느낌은 재벌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래요. 마태의 말...^^

사마천 2005-10-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G는 입사할 때 임원 추천이 있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더구나 구씨,허씨가 워낙 많이 경영에 진출해있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높은 고위직을 차지하려면 힘들죠. 그게 바로 LG가 1등 하는 사업이 적은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태원씨 이야기도 별로 신통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중앙일보 홍회장은 서울대 공대 졸에 스탠포드 박사죠. 최회장과 마찬가지로 공대를 나와 깊은 자연과학적 소양을 닦았지만 지금 보여주는 처신이 그만한가요?
깊은 척 하면서 두루두루 다룬 책이지만 한 꺼풀 까보면 그렇게 깊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05-10-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깊지 않은 책이라 제가 쉽게 읽었던 거죠 뭐. 학교를 어떻게 나왔든 사실 처신이야 인간 자체에 달려 있지만, 재벌 회장이란 자리가 또 처신을 맘대로 못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거예요. 제가 홍회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