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7일(목)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술을 매일 마시면 사람이 지친다. 못해도 이틀에 한번은 쉬어 줘야 한다. 지난 목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술의 길로 접어든 사람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천안에 온 친구가 나더러 한잔만 하잔다. 그의 차를 타고 우리 동네까지 왔다. 곱창을 먹자고 했다.


내가 아는 곱창집 중 맛있기로 유명한 ‘황소곱창’에 갔다. 원래 그 집은 길 안쪽에 있었는데, 상암동에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도로를 넓혀야 할 일이 생겼고, 그 바람에 곱창집 앞의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차도로 나와버린 것. 입지가 더 좋아졌으니 안그래도 사람이 많던 그집은 아예 발디딜 틈이 없어져 버렸다. 식탁마다 꽉 들어찬 손님들, 바쁘게 뛰어다니는 종업원들, 그들을 부르는 손님들의 고함소리,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돈을 잘 벌면 기분이 좋아야 하거늘, 그집 사장(여자다)은 늘 죽상이다. 내가 갔을 때도 종업원들을 야단치고 있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다. 손님들한테 밝게 웃는 적은 한번도 없고,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어도 잠시 째려보다 확 낚아챈다. 사람들 대부분이 친절한 맛없는 집보다 불친절한 맛있는 집을 택한다는 걸 지나치게 믿는 것일까. 주인이 그러니 종업원들도 별 차이는 없다. 곱창을 시킬 때면 잽싸게 달려오지만, 물을 더달라거나 참기름을 더달라고 하면 알았다고 해놓고 오지도 않는다. 아니, 종업원을 부르는 것도 무진장 힘들다. “여기요”를 아무리 외쳐도 바쁜 종업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나보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묵묵히 곱창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진리는 창자 속에 있는 것일까.


소주 한병씩을 나누어 마셔 알딸딸한 기분에 난 내가 아는 미녀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와 2차로 소주를 마셨다. 미녀와 마셔서 좋았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실수한 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좋은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게 영 속상하다.


* 참고로 나와 술을 마신 친구는 “왜 여기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일 뿐, 그 집 곱창에 특별한 맛은 없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내게 그 곱창집의 존재를 처음 알려줬던 친구인데, 입맛이 변했나?


** 자석의 N극과 N극은 서로 밀어낸다. 곱창은 많이 먹으면 장에 부담이 되어 설사를 유발한다. 난 그 친구와 염통, 곱창, 그리고 양짓머리를 먹었고, 나중에 그 집의 별미인 볶음밥을 먹었는데, 미녀를 만나러 가기까지 무려 4차례나 설사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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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계속 쓰시고 계시는군요.. ^^ 근데 미녀와 만나고 나서는 설사가 그치셨나요?

울보 2005-04-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우리는 바로 안가는데..
주인의 인상이 별로인데도 장사는 잘되네요..
맛이 있어서 인가...
아니면 .왤까?

마태우스 2005-04-0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곱창은 맛 없으면 먹기 힘들잖아요. 맛있는 곱창집이 드문 현실이 우리를 그집에 계속 가게 만듭니다...
클리오님/네.........사실은 한번...........................

sooninara 2005-04-0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다음번 번개는 그곳에서^^
저 곱창 좋아해용..그런데 그렇게 불친절하다면...흠...어쩐데..

라쇼몽 2005-04-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댁이 그 근처로군요. 저도 올 초까지 서교동에 살다가 파주로 이사했는데 가끔 황소곱창 집 생각이 납니다. 주인이 불친절해도 맛은 참 고소하고 쫄깃쫄깃하지요. 근데 곱창이 좀 비싸서 자주는 못가게 되더군요. 하여튼 곱창에 쇠주 한 잔 마시면 세상에 부러운 것 없지요.

줄리 2005-04-0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서 한번두 곱창을 안먹어봤다면 믿으실려나? 그거 맛있나요?

포도나라 2005-04-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이야 어떻건 맛있으면 장땡~...
제가 지금 생활하는 동네의 사상(?!)하고 왠지 비스무레~~한 집이네요...
ㅋㅋ

하루(春) 2005-04-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술 페이퍼를 보면서 부러운 점 딱 하나 있습니다. 전화 한통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술친구들이 많은 것 같군요. 아무래도 전 인생 헛 산 듯... --;;

paviana 2005-04-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집 저도 가봤어요..겁나게 비싸서, 딱 한번 가구 담부터 안가요..
아니 못가요 ..ㅠㅠ
비싸지만 비싼만큼 친절하고 더 맛있는 양곱창집이 봉은사 뒤에 있어요..

마태우스 2005-04-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어머 제 홈그라운드에 오셨다구요? 오셨으면 연락을 하셨어야죠!! 담에 그집서 곱창이라도....
하루님/제가 그 친구들 조직하느라고 이십년을 바쳤다죠 아마^^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여행자의 노래님/친절도보단 맛이죠^^ 그래도 이왕이면 친절한 게 좋은데...
줄리님/믿습니다. 글구 곱창 못드시는 분도 있죠...생각해보니 곱창은 우아한 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더라구요
황게으름동이님/곱창에 쇠주...캬.....
수니님/빈자리가 없어서 안돼요.....언제 한번 오붓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