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할머니, 남동생네랑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우리 근방의 자랑인 모레네 설렁탕. 보통은 6천원, 특은 8천원인데, ‘특’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설렁탕이다. 나처럼 양이 많은 놈이 설렁탕 한그릇 먹고 배불러 죽겠다면 얼마나 푸짐한 지 알만하지 않는가?
그 맛있는 설렁탕을 드시면서 엄마는 계속 씩씩거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주차를 도와주는 아저씨(머리가 하얀)가 엄마한테 이랬던 것.
“할머니, 팔은 어쩌다 다치셨소?”
40년생이니 벌써 66세, 거기다 여섯이나 되는 손자가 있으니 할머니가 맞지만, 그래도 여자 마음은 그게 아니다. 더구나 우리 어머니는 연배에 비해 꽤 젊어 보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시는 분인데.
“자기는 더 늙어가지고, 누구보고 할머니래? 진짜 웃기지도 않아”
“그러게 말이어요. 얼척이 없어서 나 원 참”
여자를 부르는 호칭은 아가씨, 아주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삼단계가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결혼 안한 사람에게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건 지대한 심리적 타격을 안겨 주니까. 그렇다고 할머니를 아가씨라고 부르면 돌이 날라온다. 할머니 놀린다고. 그러니 적당히 띄어야 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씩 아래로
난 남자들이, 내가 보기에는 아가씨로 보이는 식당 종업원들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옆에서 “아가씨야!”라고 교정을 해줘도 꼭 아줌마라고 한다. 밥을 언제나 아주머니에게서 타먹은 추억 때문일까. 어쨌든 이해가 안간다. 아가씨라고 하면 서비스 하나라도 더 받을텐데, 왜 아줌마 타령일까. 애매하면 낮추자, 오늘의 캐치프레이즈다.
* 할머니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