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할머니, 남동생네랑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우리 근방의 자랑인 모레네 설렁탕. 보통은 6천원, 특은 8천원인데, ‘특’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설렁탕이다. 나처럼 양이 많은 놈이 설렁탕 한그릇 먹고 배불러 죽겠다면 얼마나 푸짐한 지 알만하지 않는가?


그 맛있는 설렁탕을 드시면서 엄마는 계속 씩씩거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주차를 도와주는 아저씨(머리가 하얀)가 엄마한테 이랬던 것.

“할머니, 팔은 어쩌다 다치셨소?”

40년생이니 벌써 66세, 거기다 여섯이나 되는 손자가 있으니 할머니가 맞지만, 그래도 여자 마음은 그게 아니다. 더구나 우리 어머니는 연배에 비해 꽤 젊어 보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시는 분인데.

“자기는 더 늙어가지고, 누구보고 할머니래? 진짜 웃기지도 않아”

“그러게 말이어요. 얼척이 없어서 나 원 참”


여자를 부르는 호칭은 아가씨, 아주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삼단계가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결혼 안한 사람에게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건 지대한 심리적 타격을 안겨 주니까. 그렇다고 할머니를 아가씨라고 부르면 돌이 날라온다. 할머니 놀린다고. 그러니 적당히 띄어야 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씩 아래로


난 남자들이, 내가 보기에는 아가씨로 보이는 식당 종업원들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옆에서 “아가씨야!”라고 교정을 해줘도 꼭 아줌마라고 한다. 밥을 언제나 아주머니에게서 타먹은 추억 때문일까. 어쨌든 이해가 안간다. 아가씨라고 하면 서비스 하나라도 더 받을텐데, 왜 아줌마 타령일까. 애매하면 낮추자, 오늘의 캐치프레이즈다.

 

* 할머니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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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2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칭개혁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호칭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고 맘에 안드는 호칭으로 불려 상처받으시는 분들이 많으니 말이예요. 그런데 어떤 호칭을 해야 좋을지는 전 모르니 알아서들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울보 2005-02-2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무어라 불러야 하나요..
우리신랑은 가끔 여기요!!!!!!!하고 부르던데..

nemuko 2005-02-2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아줌마도 싫어요. 얼마전에 옆차의 모르는 아저씨가 저한테 '아줌마 길 좀 물어볼께요'하는데 화나서 쫓아갈 뻔 했다구요 ㅠ.ㅜ 애가 둘이니 이제 그 소리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말입니다.

▶◀소굼 2005-02-2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장사쪽과 연관을 짓다보니 아가씨호칭이 안좋아졌는데..흠..원랜 참 좋은건데말이죠. 밖에서 부르기 참 애매하더라구요. 저기요~ 이러는게 대부분;
어릴 땐 저도 아줌마;소리가 잘 나왔는데 이젠 그것도 잘 안나오더군요.
어떻게 불리시길 원하나요 ~

nemuko 2005-02-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글쎄요. 아줌마도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호칭 이상의 비하하는 느낌도 없지 않잖아요. 세상엔 남자와 여자와 아줌마가 있다던가 하는.... 저도 주로 저기요.라는 말로 부르는데 것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은 하지만 마땅한게 없네요. 제 경우엔 차라리 '애기 엄마'라는 말은 듣기 나쁘지 않았어요.

marine 2005-02-25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식당이나 슈퍼 가면 언니, 이렇게 불렀는데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아가씨, 이렇게 부르게 되더라구요 뭐라고 불러 줘야 좋을까요? 사실 저도 일할 때 손님들이 아가씨, 이렇게 부르면 기분이 좀 나빠질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적당한 호칭을 찾기도 힘들고... 아, 어렵다 (그런데 진짜 아줌마 소리 들으면 홱 돌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5-02-25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나님 처럼 언니 이렇게 대충 불러요. 근데 역시 나이가 드니 제가 언니라 부를 사람들이 좀 줄어들더군요. 식당에서는 아직 언니라 불러도 되는데 옷가계나 커피숍 처럼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에는 대부분 점원들이 20대 초반인지라.. 그래서 요즘은 저기요 하고 불러요. 아님 부르지 않고 가서 눈 앞에서 '저 지금 당신에게 말해요' 필로 그냥 말하던가요.

숨은아이 2005-02-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낯간지럽긴 하지만 노소 가릴 것 없이 남을 높이는 호칭으로 "선생님"이란 말이 있지요.

마태우스 2005-02-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그, 그렇군요.... 그래도 식당에서 '선생님!' 이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플라시보님/아아 그렇군요 호칭은 너무 어렵습니다. 저같이 세상을 잘 모르는 놈한테는요... 역시 벨이 좋군요
나나님/그러지 말고 해결책을 말씀해 주소서. 저도 헷갈립니다^^
네무코님/와 오랜만이어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근데 호칭은 댓글을 읽을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소굼님/저는 아저씨가 좋아요^^
네무코님/어머머, 님은 아직 20대로 보이는데 어떤 이상한 놈이 그딴 소리를 한답니까? 저도 막 화가 나내요!
새벽별님/님은 아직 '학생!'이란 칭호가 더 잘 어울리죠. 호홋.
울보님/여기요, 도 나름의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아아, 호칭은 정말 어려워. 정부에서 통일안을 내 주면 좋겠어요.
dsx님/알아서 만들라고 하고 님은 빠지려구요? 그렇게는 안되죠!! 님이 좋은 호칭 만들어 주세요!!
따우님/전 언제나 따우님 편입니다.

샤크 2005-03-0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자지만 아가씨라는 호칭 싫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