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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 이영미의 세대공감 대중가요
이영미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문화평론가 이영미 선생은 어릴 적부터 <쇼쇼쇼> 등의 TV 가요프로그램을 섭렵하다가
결국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대중가요 평론가가 됐다고 한다.
첫 대중적 저작물인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후
이영미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한 탁월한 저서를 여럿 내놓았는데,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은 나이든 세대가 왜 트로트를 좋아하는지,
포크 세대가 트로트에 학을 떼는 이유는 뭔지 등등
세대에 따라서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 이유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세시봉>을 보면서 무릎을 쳤던 건
대중가요가 우리 사회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좋은 수단이란 사실.
하기야 대중이 좋아한 노래들은 그 당시 상황을 반영하기 마련,
70년대에 "꽃피는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같은 노래가 공감을 얻은 이유는
내집 마련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이가 나이니만큼 이 책에서 다룬 노래들을 대부분 알고 있다는 것도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이런 묘한 생각을 하게 된다.
노래로 사회를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면
기생충으로 우리 역사를 한번 다뤄보면 어떨까?
한 30초쯤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6, 70년대엔 회충과 편충이 유행했고,
80년대부터는 간흡충이 1위로 나섰지만,
진정한 1위는 요충이라는 게 내가 아는 기생충 역사의 전부인데,
이걸 가지고 할 얘기가 뭐 그리 많을까 싶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이 흥미를 가질만큼 사례를 많이 접해본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써야 할 밀린 책들이 수시로 날 독촉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새로운 책에 대한 발상은 당분간 접어야 마땅하리라.
참고로 말하면 지난 여름에 쓴다고 공언했던 '현대기생충백서'는
딱 한페이지 쓰고 때려 치웠고,
그 한페이지를 쓴 이유도 아내가 "그러다 한 장도 못쓰고 여름 다 가겠다"고 놀려댔기 때문인데,
그러고보면 알라딘에다 하루 3-4편의 글들을 매일 써댔던 2004년의 한가함이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