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안좋은 점은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소설이야 좀 낫지만,
일본 건 좀 힘들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클럽>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은 단편이라 여러 명의 인물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첫 단편에선 다카아키, 료코, 도모히로 등등 여러 명이 나오는데,
도대체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서 읽다가 계속 앞으로 돌아가
“아, 이 친구는 사위였군!” “얘는 며느리로군!” 이러고 있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주인공인 나리타로, 죽은 사장의 비서다.
그.런.데.
16페이지를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잘 알겠습니다.” 나리카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리카는 도대체 누구야?
앞부분을 찾아봤더니 나리카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 오타일까, 생각하고 계속 읽었더니 18쪽에 이렇게 돼있다.
[나리타는 정면을 바라본 채 말했다...(여기까진 괜찮다)
“목소리가 너무 커요.”
나리카는 에리코를 나무랐다.]
나리타와 에리코가 얘기하는데 나리카는 어디 있다가 끼어든 걸까?
계속 읽다보니 나리카는 그저 나리타의 오타인 걸로 결론을 지었지만,
두 번의 나리카로 인해 난 오랜 시간 머리칼을 쥐어뜯어야 했다.
베개를 ‘배개’로 쓴다든지 하는 오타도 읽다보면 신경이 거슬리긴 한다.
하지만 오타 중에서 제일 나쁜 오타는 사람 이름을 잘못쓰는 오타가 아닐까.
끝으로 한마디.
포와르처럼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증거를 들이미는 것보단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 누가 범인인지 독자도 깨닫게 해주는 히가시노가
좀 더 친절한 추리작가라고 생각한다.
게이고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