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앞선 부모는 인공지능을 공부한다
이명희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5 개정교육과정의 골자가 작년에 발표되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약간 뒤숭숭해지고 그래서인지 올해 나오기로 한 총론이 좀 늦는 느낌이다. 그간 교육과정은 교육받은 모든 사람이 갖춰야할 가장 기초적 소양으로 전통적 3R(읽기, 쓰기, 셈하기)를 제시했었다. 그러던 것이 2025 개정 교육과정에선 기존 3R에 디지털 소양이 추가되었다. 미래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보고 그곳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양을 기초적 소양의 하나로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서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나 AI 교육도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OECD가 제시하는 미래교육 에듀케이션 2030은 변혁적 역량을 제시했다. 기존 역량에 변혁을 붙인 것인데 이는 주변 환경과 능동적 상호작용을 통한 실제적 문제 해결학습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실제적 문제해결 학습에 인공지능의 활용을 더하는 것이 미래교육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가까운 시일내 등장할 인공지능 사회에 대비해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7년 캐나다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교육을 국가수준에서 시작했고 중국도 같은 해에 시작해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일본도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인공지능 교육을 시작했고 인공지능 전문가를 연간 2천명 양성하고 최고수준 전문가는 100명 정도를 키워내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은 2018년부터 입학한 모든 초중고생에 인공지능 기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에서도 이를 실행한다. 영국은 초등부터 중등까지 코딩교육이 의무화 되어 있으며 핀란드는 학교교육을 넘어서 2021년 말까지 모든 시민의 1%가 인공지능 이해를 목표로 온라인 코스를 개설했다. 

 인공지능 교육은 인공지능 이해교육과 인공지능 활용교육, 인공지능 개발 교육으로 나뉜다. 이해교육은 인공지능의 원리와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개발 및 사용윤리다. 인공지능 활용교육은 인공지능을 체험하고 인공지능 도구 및 프로그램 활용, 인공지능 지원, 인공지능 보조다. 인공지능 개발 교육은 인공지능을 직접 만들어 이를 문제 해결과 실생활에 활용하는 교육이다. 그리고 이런 인공지능 교육은 한발 늦지만 2025년에야 교육과정에 도입될 예정이다. 

 학교급별 인공지능 교육 목표는 다음과 같다. 초등은 인공지능 기능과 원리를 놀이와 교육용 도구로 체험하고 자신의 주변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사례를 탐색하고 활용한다. 중학교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데이터의 가치와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실생활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목표는 인공지능 기호의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된 내용의 인공지능 개념과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하여 문제해결을 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경망 원리를 활용해 개발한 것이다. 초창기 인공지능은 연역적 접근을 하여 모든 알고리즘을 개발자가 직접 입력해주려고 하였다. 그러다보니 사과와 딸기의 구분 같은 생물이라면 기본적으로 행할 인공지능 마저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는 색과 형태, 크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알고리즘으로 짜서 다양한 형태의 색과 크기, 형태를 갖춘 실제 딸기와 사과를 구분하게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입력에 대한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신경망을 딴 귀납적 방법이 활용되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입력과 출력으로 연결되며 그 안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은닉층이 자리한다. 이 은닉층의 복잡할수록 인공지능은 정확해지지만 그만큼 많은 계산을 해야하므로 훌륭한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은 수퍼 컴퓨터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은 3가지 방법으로 학습을 시킨다. 우선 지도학습인데 입력과 출력에 대한 어떤 정보를 함께 주며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사과와 딸기를 구분하는 학습을 시킬때 사과 이미지와 딸기 이미지를 알려주고 학습시키는 것으로 무언가를 인식시키는 프로그램에 적합하다. 비지도 학습은 지도를 안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많이 주되 이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므로 특정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구매물건등을 알아내는 프로그램에 적합한 방식이다. 강화학습은 여러 행동을 하고 매번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대표적 예로 매번 두는 수의 승률에 대해 보상함으로써 최적의 수를 알게되는 방식이다.

 이런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는 역설적이게도 컴퓨터만 잘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분석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 및 해석하고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은 대단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 내에서만 판단하고 패턴을 찾는다. 그 이상을 넘어선 창의성은 인간의 몫인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간은 신 기술의 등장으로 혜택과 더불어 많은 문제를 안게 된다. 인공지능이 만약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책임 소재가 애매해진다. 개발자,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를 제공한자, 알고리즘 개발자, 인공지능 기기의 소유자, 이중 누구의 책임인지 애매하다. 거기에 인공지능은 딥러닝으로 학습하면서 그 과정이 복잡할수록 스스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으며 이것은 그 알고리즘을 설계한 개발자 마저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개개인이 모두 인공지능을 갖게되면 앞으로 많은 판단을 인공지능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결정에 의지하면 인간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에 의지한 판단이 잘못된 경우 그 책임을 찾기도 어렵다. 인공지능이 성능이 좋을 수록 그 생성과정은 복잡하다. 투명성과 기능이 반비례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이를 공개하는 것은 개발한 기업의 핵심기술이 공개되는 것이므로 역시 쉽지 않다.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생각과 교육에 사용할만한 다양한 사이트와 앱도 소개한다. 읽어보고 하나하나 해보면 좋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Q 디지털 지능
박유현 지음, 한성희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와 강원도는 3선, 12년의 진보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는 이 지역이 줄곧 추구하던 혁신교육이라는 커다란 물줄기의 방향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혁신교육은 학교의 민주성, 윤리성, 창의성,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4대 과제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학교 민주주의를 토대로 자치와 자율성의 바탕 아래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린 창의적 교육을 하여 교육에 충실한 학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이를 통해 학생은 교육의 주도성과 고도의 자치경험으로 학교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학교생활을 통해 성장하고 안전을 느끼며 행복한 존재가 된다. 교사 역시 주어진 중앙교육과정의 단순 시행자에서 스스로 교육을 구성하는 교육의 진정한 전문가이자 주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경기도의 경우 12년을 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였다. 의미 있으면서도 관에서 현장과 더불러 지역과 함께 걸어간 제도가 이 정도로 길게 유지된 건 처음이었다고 본다.

 그 결과 경기 혁신학교는 양적으로 상당히 확대되었다. 절반 이상이 혁신학교다. 문제는 현실에서 혁신적인 존재는 이 정도 수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원의 질적 향상 및 학교의 기반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확대는 당연히 질적 하락을 가져왔다. 초창기 혁신학교와 지금의 수많은 혁신학교들은 질적으로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이 확대는 전면적인 것은 아니었다. 절반까지 이르는데 12년이 걸렸으니 상당한 준비시간과 내적인 자발적 변화를 할 만한 기회를 준 것이다. 때문에 혁신교육의 절반에 그친 성공은 관 뿐만 아니라 교사 자체의 변화 의지 부족에서도 기인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오랜만에 등장한 보수교육감(선출직으로서는 처음이다.)은 혁신교육을 전면 재고하려고 한다. 이번에 나온 경기인수위백서는 혁신교육을 부정적으로 보고 재고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이름 자체를 제거하고 알 수 없는 미래학교의 한 형태로 편입시켰으며 신규 혁신학교의 지정 및 기존 혁신학교의 재지정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혁신교육은 그간 교육청 따로 지자체 따로 놀던 교육예산을 혁신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켜 항상 교육예산에 갈증을 느끼던 학교의 요구를 크게 해소시켜주었고, 지역과 교육을 연계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이런 혁신교육의 장점을 마땅히 살리고 계승하면서 혁신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교육을 추진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혁신교육에서 굳이 부족한 점을 찾으라면 기초학력과 미래교육에 대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초학력은 문제풀이식 단순 지식 암기 교육을 지양한 것이기에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미래 교육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미래 환경이나 기기교육에 집중하기 보다는 학생중심의 지역 특색 교육을 통해 역량을 배양하면 어느 환경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어 미래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전면적 디지털 세계에 살게 될 현재 학생들에게 그 기기가 가져올 세계의 올바른 사용법과 부작용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면은 상당히 아쉽다. 

 새 경기 교육감은 이런 부분의 보완을 위해서인지 AI 교육과, IB교육, DQ교육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중 DQ교육은 한국 출신의 박유현 박사가 개념화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만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물론 아직 국제표준은 아니며 경기도가 이 기준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Q는 digital quotient로 글자 그대로 디지털 지능, 또는 디지털 지수다. DQ는 개인이 디지털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 윤리에 기반은 인지적-메타인지적-사회 정서적 역량을 포괄하는 지능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타고난 흥미와 적성을 개발을 통한 민주 시민의 양성이다. 다만 향후 세계는 디지털 세상이 되므로 미래의 시민들은 아날로그 세계와 디지털 세계 양쪽에서 올바른 시민으로 자리매김 해야한다. 때문에 DQ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디지털 세계는 확장일로의 추세로 안정과 보호보다는 성장과 이윤에 얽매이고 있다. 디지털 위험에는 디지털 오보, 사이버 불링, 온라인 그루밍, 기술중독, 개인 정보 보호 침해 및 해킹, 폭력 및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 또는 접속, 온라인 과격화 및 인신 매매가 있다. 놀랍게도 8-12세 아동중 무려 60%가 어린 나이임에도 사이버 불링과 게임 과몰입, 위험한 콘텐츠, 위험한 접촉 같은 디지털 위험을 적어도 하나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디지털 위험의 유행과 패턴은 국가, 문화, 지역을 넘어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를 디지털 팬데믹이라 명명한다. 이런 디지털 위험은 기기와 환경이 충분한 선진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 쉽게 전망할 수 있지만 결과는 의외로 저개발 아이들일 수록 이런 환경에 무려 30%나 더 노출된다고 한다. 기기는 있으면서도 이렇다할 사회적 보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디지털 위험 노출은 사회적 부적응, 학교 성적 저하, 건강악화, 전반적인 발달 문제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여 아이들의 미래 행복과 미래 기회를 앗아간다. 

 저자는 이를 막기 위해 DQ프레임 워크를 개발했다. DQ프레임 워크는 디지털 시민의식과 디지털 창의력, 디지털 기업가 정신을 양성하는게 목표다. 디지털 시민의식은 세 가지 차원 중 가장 근연이 되는 것으로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창의력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을 창조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만드는 능력으로 코딩, 미디어 활용 교육등을 통해 양성된다. 디지털 기업가 정신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기업가나 전문가의 멘토링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이런 DQ의 3가지 차원은 8가지의 DQ 역량으로 뒷받침 된다. 역량은 시민정체성, 균형잡힌 기술 사용, 디지털 공감, 개인 디지털 보안 관리, 사생활 관리, 행동디지털 위험관리, 디지털 발자국 관리, 미디어 및 정보리터러시다. 시민 정체성은 진실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건전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균형잡힌 기술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 사용, 스크린 타임, 멀티태스킹을 관리하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해서 균형잡힌 방법으로 온오프라인 삶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행동디지털 위험 관리는 개인 온라인 행동에 관련도니 디지털 위험을 확인 관리하는 능력이다. 개인 디지털 보안 관리는 개인 정보 및 기기에 대한 디지털 위험을 감지하고 알맞은 보안 전략과 보호 수단을 사용하는 능력이다. 사생활 관리 능력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공유한 보호 개인 정보를 신중히 처리하는 능력이다. 미디어 및 정보리터러시는 비판적 추론으로 미디어와 정보를 찾아서 정리 분석 평가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발자국 관리는 디지털 발자국의 특성과 그로 인한 실생활의 결과를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긍정적인 디지털 평판을 적극적으로 쌓아가는 능력이다. 디지털 공감은 온라인에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 요구, 우려를 인식하고 쓰고 도와주는 능력이다. 

 DQ프레임 워크는 디지털 세계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갈 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그것에 대한 이렇다할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교육현장에 일종의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교육현장은 DQ프레임 워크의 보호안전 교육도, 시민으로서의 교양도, 그리고 기기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 도입될 경우 역시 이를 실현할 교사의 상당한 역량이 필요해보이는데 이 역시도 숙제다. 고작 몇십 시간 연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마이클 센델을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더욱 심화하면서 직업과 재산 소유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부터다. 이전에도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있어왔지만 부작용이 더욱 커지며 비판도 날이 서는 느낌이다.

 능력주의가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이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첨병이기에 능력주의가 강하고, 넓은 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겹치며 그런 경향이 시작되었다. 때문에 미국은 사회주의 및 복지가 취약하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능력주의는 과거제도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있다. 귀족들이 신분으로 세습하며 정치경제권력을 장악하는 부작용을 막고자 도입된 합리적 제도이지만 과거제 역시 문제가 많았다. 과거제 역시 다수를 떨어뜨리는 학력시험이다보니 실제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이 관료로 선발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율곡이이는 과거 공부가 진정 선비가 해야하는 학문을 방해한다고 비판까지 하였다. 

 이런 과거에 전통으로 인해 한중일은 학력을 가진 자에 대한 신망이 강하다.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서구화의 물결이 밀어닥치자 일본은 서구식 교육을 통해 나라를 이끌 사람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점이 능력주의를 강화시켰다. 서구유럽사회는 근대식 학교교육이전에도 의사나 법조인, 상인, 과학자 등 다양한 전문직이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나 양성되었다. 하지만 그런 전통이 전혀 없는 일본에서는 나라를 이끌어나갈 전문 인재를 막 도입한 서구식 교육과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로 충원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시험능력주의에 상당히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을 통해 근대화한 한국도 일제시대와 해방이후에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전후 근대화를 시도하는 한국사회에서 시험 능력주의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양반출신이 아니고 재산이 많지 않아도 공부해서 시험을 잘 보면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었다. 국가가 시행하는 선발시험인 이것에는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작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사정으로 인해 충분한 역량이 있었음에도 학력을 획득하지 못해 직장과 사회에서 차별받은 사람들은 학력을 통한 능력주의를 더욱 몸에 뼈져리게 새기고 자식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시험능력주의가 개인의 일이 아닌 가정에서의 총력전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하던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고졸출신의 기능직 노동자도 충분한 재산 형성을 할 수 있었고 안정적인 정규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고도 숙련이 아니더라도 중반, 초급 숙련자에게도 이런 일자리가 주어졌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닥치면서 기업은 일을 외주화, 자동화, 정보화 하기 시작했고 경제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많이 이동했다. 때문에 고졸출신을 위한 일자리는 크게 사라졌고, 성장한 대기업 사무직 및 전문직 종사자와의 급여차이는 상당해졌으며 중소기업이나 하청기업으로 전전하게 되어 고용도 크게 불안해졌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한국의 시험능력주의는 더욱 강력해졌다. 불안해진 사회경제적 입지로 90%가 넘는 시험능력주의의 패배자들은 이런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하기보다는 개인으로 원자화되었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한 처지에 몰린 패배자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의 시험 능력주의는 사실상 문제가 상당히 많으며 망국병의 근원에 가깝다. 우선 용어와는 다르게 시험능력주의가 정작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시험은 1단계와 2단계로 첫 번째는 대입시험이고 두 번째는 고시 및 입사 시험이다. 과거엔 1단계의 통과가 2단계의 통과를 보장하였기에 시험능력주의가 크게 강화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은 한국의 시험이 종합적인 실질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 아닌 암기력 및 기초사고력 테스트에 가깝기에 시험을 통과해 해당직위에 이르렀을 때 반드시 뛰어난 역량을 보이진 못한다. 때문에 시험을 통한 선발은 오래 전부터 실질 인재를 획득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나타냈고 이를 자각한 최근의 한국 기업들은 역량을 초점을 둔 블라인드 테스트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시험 능력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불공정 게임이라는 점이다. 시험능력주의 신화가 큰 힘을 얻는 것은 바로 공정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같은 학교에 입학해 같은 것을 배우고 같은 시험을 통해 그간의 노력과 능력을 검증받고 그에 걸맞는 지위와 보상을 얻는 것이 무척이나 객관적이고 타당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보이듯 현재의 시험성적은 부모가 가진 경제력과 상당히 연관성을 보인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중에서 서울대 합격 비율은 고소득층이 많이 자리한 강남지역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의 상속 부자 및 전문직들은 본인들이 가진 재산 및 사회적 네트워크와 권력 정보를 이용하여 자녀를 어릴적부터 전략적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해외 및 국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본인들이 가진 도구를 이용해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고위 관료라 하더라도 자식을 과거에 합격시키는 것 만큼은 어찌 할수 없는 일이었는데 현대사회가 이런 면에서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시험 능력주의의 세 번째 문제는 시험 통과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과 패배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이다. 시험에 통과한 이들은 대기업 사무직이나 고시를 통한 고위 관료, 법조인, 의사등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직종들은 하나 같이 소수의 자리만을 허용하며 상당히 많은 권한을 갖는다. 한국의 검사집단은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여 권력을 휘두르고 판사는 소수로 상당히 많은 일을 처리하는 고충을 감내하며 본인들의 권력을 지킨다. 의사 역시 상당한 고수익을 누리고 있으며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 박탈 및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공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시험 통과로 인해 자신의 보상과 지위가 과도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정치권에 진출하여 정치 및 경제권력을 모두 획득하는 길로 나아간다. 한국 국회의원의 평균재산은 보통사람들의 10배인 22억에 달하며, 대부분 고시를 통과한 고위 행정관료, 법조인, 교수, 언론인 들이다. 반면 대다수의 패배자들은 시험의 실패로 인해 학창시절부터 상당한 상처를 입고 이 트라우마를 평생 갖고 살아간다. 보다 높은 지위를 얻지 못한 현실은 사회구조에서 찾기 보다는 자신의 무능으로 돌리며 오히려 시험 통과자들이 과도한 지위 및 정치권력을 얻는 것을 용인한다. 그리고 서로를 견제하고 자신보다 더 못한 패배자를 멸시 혐오하며 이런 체제에 협조한다. 이런 분위기이나 패배자들에게는 중소기업, 하청업체, 비정규직, 배달노동자 등의 자리가 제공되며 이런 직종들은 급여가 적고, 고숙련노동자로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의 성장을 막고, 승진에 제한이 있으며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과도하여 건강과 생명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런 직종들은 대개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그것도 아니어서 단체교섭권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중대기업처벌법에서도 유예 및 예외 대상이다.  

 시험능력주의의 마지막 문제점은 바로 교육의 파괴다. 한국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의 많은 부작용을 깨닫고 여러 개혁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능력주의에 따른 노동 및 사회구조가 같이 변화하지 않으면서 자연히 모든 교육 개혁도 실패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교육을 시험에 종속시켜 그 본연의 목적을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교육의 목적인 개개인이 타고난 적성과 능력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지적능력과 인성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이와 같은 것들을 실행되지 못한다. 또한 학생들은 입시경쟁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스트레스는 학교의 다른 친구, 교사, 학부모에게 발산되며 이로 인해 학교폭력이 잦아진다. 

 저자는 이런 시험능력주의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해결책은 우선 좁은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현재는 시험에 통과하여 명문대의 간판을 얻고 이를 통해 고시 및 전문직 시험과 대기업 입사시험을 통과하는 사람들만이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얻는다. 이를 다양화 하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의사라면 공공의대를 꾸준히 설립하여 그 수를 늘리고 판검사의 수를 늘리고 그들이 갖는 과도한 권력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종을 공채로 뽑아 문을 닫기보다는 아래쪽으로부터의 루트를 통해서도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서울 중앙언론의 아나운서를 수천대 일의 공채로 선발하기 보다는 지역언론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능력과 경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도 열어주자는 것이다. 교사를 임용고시로만 뽑기보다는 기간제교사로 꾸준히 일하면서 수업 및 교육과정 역량과 인성을 갖춘 이들도 정규교사로 전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다른 해결책은 아래쪽의 형편 개선이다. 시험능력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위에서 얻는 떡이 큰 것도 있지만 아래쪽에서 얻는 떡이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국가사회적으로 고졸출신의 기능직이 꾸준히 성장하고, 좋은 직종을 얻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양성하고 소재부품기업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적 보호장치 및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이들의 소득을 보존해주고 법적으로 보호해줄 필요도 있다. 

 시험능력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능력주의가 소수의 강자가 불공정한 상황을 이용하여 과도한 보상을 얻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화적으로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은 물질적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만은 사회를 그리고 나머지 조사대상국들은 모두 가족을 선택했다고 한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교육도 필요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 중 거의 유일하게 시민 교육 및 노동 교육이 부족하다. 이를 교과로 편성하거나 교육과정에 강력하게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능력주의는 개개인의 노력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선천적 능력 및 사회적 여건(태어난 가정이나 국가 및 지역)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그것이 주는 보상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기 보다는 공유재적 측면이 있다. 이런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또 다른 해결책은 대학 서열의 완화다. 서울대를 포함한 모든 국공립대를 통합하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지방의 대학을 양성하여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이를 통해 지방의 대학과 산업체가 같이 지역을 발전시켜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정 중심 피드백 -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김선.반재천 지음 / AMEC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드백은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조언을 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교육엔서 그 의미가 좀 더 구체적인데 교실에서 피드백은 교수학습과정과 결과에서 형식적, 비형식적 평가 활동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학습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 및 해석한 후 교사와 학생에게 학습의 개선과 향상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말은 조금 어렵지만 학교다니면서 내가 푼 문제나 글, 여러 수행에 대해 선생님이 주었던 칭찬이나 지적 등이 피드백이다.

 피드백은 다 잘되라고 해주는 것이지만 사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피드백이 긍정적이면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부정적이면 감정적 자극을 받고 심지어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세 가지로 나뉘는데 진실자극, 관계자극, 정체성 자극이다. 진실 자극은 피드백 자체가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도움이 안된다고 느낄때 일어난다. 관계 자극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과 그의 태도에 부정적 느낌을 가질 때 생기는 자극이다. 정체성 자극은 피드백의 옳고 그름과 태도에 상관없이 피드백이 받는 사람의 정체성을 무너뜨려 위협을 느끼거나 평정심을 잃을 때 나타난다. 

 때문에 피드백은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도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이지 분명히 해야한다. 그리고 학생의 현재 수행수준을 알아야 하며, 학생의 현재 상태와 목표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피드백은 기준에 따라 상세히 분류된다. 

 기능면에서는 조언적 피드백과 평가적 피드백이 있는데 조언적 피드백은 수행한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은 이를 조언으로 인식한다. 반면 평가적 피드백은 수행한 것에 대한 판단으로 학생은 이를 자신을 통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복잡성으로 분류하면 확인적 피드백과 정교화 피드백이 있다. 확인적 피드백은 수행 여부에 대한 정답 알려주기, 이전과 같은 방식의 학습 기회 제공의 방식이다. 반면 정교화 피드백은 학습한 것의 핵심내용을 제시하고, 학습 단서를 안내하여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참조유형으로 분류하면 규준참조, 준거참조, 목표참조, 자기참조 피드백이 있다. 규준참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서열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누구 보다 못하다 낫다 식이다. 준거 참조는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기술한 성취기준 혹은 준거와 비교하여 학생의 수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목표참조 피드백은 학습목표를 기준으로 학생이 어느 정도 성취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기참조 피드백은 학생의 수행을 과거 자신의 수행 및 자신에게 기대되는 수행과 비교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 중 과정중심 피드백은 준거, 목표, 자기참조 피드백이다.

 피드백의 초점에 따라 분류하면 과제 혹은 산출물 수준, 과정 수준, 자기조절 수준, 자아수준 피드백이 있다. 과제 혹은 산출물 수준 피드백은 과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수행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과정수준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나 기술에 대한 피드백이다. 자기조절 수준 피드백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와 점검에 대한 피드백이다. 자아수준 피드백은 개인적인 논평이나 평가적 판단을 피드백 하는 것이다. 자아수준은 가장 비효과적으로 개인의 자질에 대한 결과적인 판단을 내리는 만큼 학생 스스로의 발전을 정지시킬 수 있다. 

 결국 효과적인 피드백이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피드백은 평가보다는 조언적, 일반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조언적 피드백은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자기조절 수준이어야 하며 목표지향 성취동기를 갖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피드백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는다

 우선 학생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개선점을 제안한다. 시의 적절 해야 한다. 두 세가지 잘된 점을 제시하고 한 가지 개선점을 제안한다. 2인칭이 아니라 1인칭, 3인칭으로 제시한다. 내용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학생들이 피드백을 사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세 가지 유형의 프롬프트의 사용이다. 상기, 비계, 예시로 상기는 학습 목표의 되새김, 비계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나 구체적 도움, 예시는 학생이 해내야 하는 학습 목표의 예를 드는 것이다. 

 책에는 피드백의 상세한 분류 및 피드백을 얻는 구체적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피드백에 관심이 있고 개선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볼만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계, 물리학계는 궁극의 이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시작은 뉴턴이었다. 뉴턴은 운동 및 중력이론을 제시하여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로 묶은 최초의 통일 이론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은 대칭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어떤 대상을 재배열해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음 법칙은 전기와 자기에서 나왔다. 패러데이가 자석을 고리형 전선안에서 움직이니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이 확인되었다. 전기와 자기의 밀접한 관계가 발견된 것이다. 맥스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기와 자기가 서로 뒤바뀌는 것에 착안했다. 이 상생이 반복되면 전기와 자기가 끊임없이 뒤바뀌는 파동이 되어 앞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이 파동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거의 일치했다. 그래서 맥스웰은 빛이 전자기파라고 주장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빛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에서 방출된 횡파다. 전기와 자기는 수학적 대칭관계로 동일한 힘의 두 가직 측면이었던 것이다. 

 이번엔 아인슈타인의 차례였다. 당시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맥스웰의 방정식은 서로 모순되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따르면 운동은 상대적이어서 내가 빠르게 어떤 물체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그 물체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빛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빛은 속도가 항상 같았다. 아인슈타인은 이게 가능하려면 시간과 공간이 달라져야함을 깨달았다. 즉, 내가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가야 이 원리가 말이 되는 상황인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변해야했다. 빠르게 움직이면 질량이 늘어나는데 이 초과 질량은 운동에너지에서 오는 것이다. 즉, 운동에너지의 일부가 질량으로 변한 것으로 여기서 E=MC2이라는 유명한 식이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과 공간을 통일하고 질량과 에너지도 통일했다. 여기까지가 특수상대성이론인데 문제는 물체가 가속도 운동을 하는 경우와 중력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걸 포함한게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공간이 진행방향으로 줄어들이기에 물체도 진행방향으로 수축된다. 회전목마가 회전하면 중심에서 가장 자리로 갈수록 회전속도가 빠르기에 가장자리 공간이 더욱 수축한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심하게 아래 원판이 수축되어 그릇을 뒤집은 듯한 곡면이 된다. 때문에 만약 누군가 그 위를 지나면 눈을 감고 있다면 마치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힘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원심력이며 이는 중력의 원리와 같다. 즉, 중력은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다음은 양자역학이었다. 슈뢰딩거는 전자는 작은 원자핵을 둘러싼 파동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원자에는 특별한 파장을 갖는 전자의 파동만 들어 갈 수 있었다. 전자가 원자 안에 자리를 잡으려먼 궤도의 길이가 전자파 파장의 정수배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원자 안에서 전자의 궤도는 띄엄띄엄 존재하고 전자수가 많은 수록 원자핵에서 멀어지며 궤도가 멀어질 수록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자수가 많아진다. 최외곽 궤도에 들어있는 전자의 수가 같으면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비슷하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큰 성공을 거두나 입자의 속도가 느려야 방정식이 적용되고 상대성 이론이 반영이 안되고 대칭도 없었으며 시간과 공간을 따로 취급해 계산이 복잡했다. 

 디렉은 4차원 시공간에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반영하는 파동방정식을 유도한다. 디렉은 방정식에서 잔자의 스핀이 자기장을 만든다고 예측했는데 스핀에서 생성된 자기장은 전자 주변의 자기장과 일치한다. 이것이 자성의 기원이다. 디렉은 반물질도 얘견했는데 반물질은 일반 물질과 물리 법칙은 동일하나 전하가 반대인 것이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본은 파동의 실체는 각 위치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라 주장했다. 이는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뜻이며 하이젠 베르크의 불완전성의 원리로 이어졌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정확하게 측정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전자는 입자이지만 주어진 위치에 전자가 존재할 확률은 파동함수로 주어진다. 그래서 빛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입자와 파동 두가지 성질을 모두 보인 것이다. 

 그리고 전자에 관한 디렉 방정식과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하나로 묶어서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만족하는 빛과 전자의 거동을 서술하는 양자전기역학이 나타난다. 1930년 오펜하이머는 전자와 광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서술하면 양자적으로 보정된 양이 무한대라는 결과를 냈다. 이는 심각한 오류였다. 이에 양자전기역학은 전자의 질량과 전하를 특정값으로 주어진 디렉 방정식과 맥스웰 방정식에서 출발하고, 처음 전하값과 질량값을 무한대로 가정하고 보정하면 무한대가 상쇄되는 유한한 의미있는 값을 얻어냈다. 이는 무척이나 작위적이지만 실험실에서 매우 정확한 값을 도출하여 아직까지 잘 통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양자역학에 이어 입자의 발견이 이뤄졌다. 자연에는 두 가지 핵력이 있는데 강력과 약력이다. 강력은 원자 핵의 양성자의 척력을 이겨내며 이들을 견고하게 붙여내는 힘으로 매우 강력하다. 약력은 중성자를 묶는 힘으로 강력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중성자는 자주 붕괴한다. 입자가속기가 생겨난 후 과학자들은 양성자 빔과 양성자의 충돌로 매번 수많은 입자를 얻어냈다. 이들은 너무 방대했고 규칙성도 없는 것 같았다. 이에 겔반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세 개의 쿼크를 포함하는 방정식을 제안했으며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뤄져 있다는 겔만의 대칭에 기초한 이론이 되었고 약력은 전자와 뉴트리노 사이의 대칭에 기초하여 전자기력을 결한합 이론이 되었다.  

 초기 우주는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 네 가지 힘이 거대한 대칭을 만족하는 하나의 초힘으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뱅 이후 이 대칭이 붕괴한 것이다. 우주는 원래 완벽한 대칭이었고 모든 입자는 동일한 대칭의 일부이고 질량이 0이었다. 질량이 없어 배열상태를 바꿔도 방정식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미지의 원인에 의해 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가짜진공상태가 생겨났고 이들이 진짜진공상태인 대칭붕괴상태로 이동하면서 힉스장이 생겨났다. 힉스장도 전기장처럼 골고루 퍼져나갔고 힉스장이 어떤 이유로 붕괴하면서 작은 거품이 생성되고 이 거품내부에서 입자가 질량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품이 빅뱅으로 빠르게 펴저셔 지금의 우주가 된 것이다. 

 향후 모든 것을 통일할 이론으로 끈 이론이 대두된다. 끈이론의 장점은 중력이 자연스레 포함된다는 것이고 특별한 조작이 없이도 끈의 최저에너지 진동모드 중 하나가 중력자에 대응된다. 끈이론은 시공간이 4차원이 아니라 10차원이나 11차원이라 말한다. 끈이론이 옳다면 초기 우주는 10차원이었고 상태가 불안정해지자 6개의 차원이 아주 작은 공간속으로 돌돌 말려들어 지금의 4차원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여분의 차원은 매우 작기에 관측이 되지 않는다. 끈이론은 우주가 무한대로 존재함을 말한다. 이 이론의 약점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중력자가 보유한 에너지는 플랑크 에너지 수준으로 이를 검출하려면 은하계 크기 만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물의 이론은 무수히 많은 해가 존재하고 초기 조건에 따라 하나의 해로 줄어든다. 이는 뉴런의 운동방정식, 맥스웰의 운동방정식도 마찬가지로 왜 초기 조건이 이렇게 결정되는지는 큰 의문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