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 값싼 음식의 가격표에 가려진 자연, 사람, 문화의 값비싼 희생
마이클 캐롤런 지음, 배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대부분의 중진국이상에서 유통되는 곡물과 육류의 가격은 그들의 소득에 비해 매우 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과, 환경오염, 동물들에 대한 항생제 투여와 복지를 생각치 않는 잔인성은 큰 문제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문제로 지금과 같은 산업적 곡물축산체계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에게서도 한가지 난제가 있다. 이런것들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 지금과 같은 싼 곡물 육류가격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다. 저가의 파괴는 지금의 가격도 버거워하는 개도국이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올께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공격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런 시각을 비판하기 위해 나왔다.

 곡물과 육류의 표면가격은 싸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저가 식품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며 그것들을 저가로 만들기 위해 실제로 많은 비용이 사회화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저가식품의 실제 가격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데 그 비용을 떠안아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각국의 소규모 자영농과 개도국들, 환경, 동물, 미래세대, 농촌, 납세자, 그리고 바라 우리 소비자들이다.

 책은 개도국의 농업파괴부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미국의 과잉생산이었다. 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천혜의 환경에서 과다하게 생산한 곡물들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에 팔거나 지원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공산주의를 막기 위함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의 자신들의 농업을 곧 재건하자 판로를 잃은 미국의 곡물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미국의 정치권은 법안을 개정하여 이 재고량을 처리하는데 바로 제3세계의 가난한 국가들에 원조형태로 식량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산주의의 발흥도 막고 재고도 처리하는 이 일석이조의 정책은 사실 일석 삼조의 정책이 된다. 값싼 외국싼 곡물에 의지하기 시작한 개도국의 농촌이 붕괴하여 원조 이후엔 충실한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값싼 외국 곡물이 들어오자 개도국의 농촌 빈민들은 자신들이 식량으로 재배하던 곡물을 포기하였고, 상품작물인 열대과일이나 면화류, 커피등의 재비로 작품을 전환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소농이나 빈농은 도시근로자가 되는데 이 역시 저렴한 급여에도 외국산 곡물을 싸게 살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품작물은 산업의 발달로 잠시의 재미만 보고 곧 잠식되었으며 자생력없는 농촌을 갖춘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농업은 미국이나 유럽등의 식량생산국가의 밥이 되고 만다.

 많은 연구들이 개도국이나 가난한 나라의 소농이 발전하면 그 나라가 보다 부강해지고 건강해지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저가 음식의 희생자다.

 개도국의 농업 희생엔 선진국의 보조금도 한몫을 한다. 본디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개도국의 농산물은 선진국의 그것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미국의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의 느슨한 견제를 피해 자국의 농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붓는다. 이를 통해 미국와 유럽 연합의 곡물들은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얻게 되며 흉작이나 세계적 곡물가격의 하락에도 버틸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개도국의 농민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농업보조금은 선진국 자체내에서도 문제인데 그 혜택이 소농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대규모 곡물회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축산업이다. 원래 인류는 자신들이 식량으로 삼을 수 없는 섬유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은 이를 단백질은 고기로 전환함으로써 인류의 식량사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축들은 인간의 식량인 곡물을 먹고 있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 그 효율은 극도로 낮다. 가금류는 곡물대비 고기 생산량이 2:1인 반면, 돼지는 3:1, 육우는 무려 16:1이다. 즉,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고기를 먹는 것은 어찌보면 극도의 사치이자 낭비인 셈이다. 실제로 전세계 곡물생산량중 소, 돼지, 가금류가 먹어대는 총량은 전세계 밀의 50%, 옥수수의 90%, 대두의 93%에 달한다. 사실상 우리는 고기를 먹기 위해 농사를 지은 셈이 되는 것이다.

 축사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항상 항생제가 문제가 된다. 가축에게 먹인 항생제는 축사주변으로 퍼져 자연으로 스며들어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을 만들며, 알레르기 반응에, 항생제끼리 결합한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만든다. 덕분에 현재 구제역의 전염력은 인간 천연두의 20배에 달한다고 한다. 수많은 가축은 인간의 공장이상의 오염원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동물의 배설물은 매년 약 400만톤이며 이는 중국산업폐기물 총량의 4배다. 이들 가축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동물이다 보니 물소비량도 엄청나다. 미국인이 한해 2000세제곱미터의 물이 지금의 생활을유지하기 위해 필요한데 이 양의 삼분의 이가 소고기를 먹기 위해 필요하다. 즉, 가축의 사육에 필요하다는 셈이다.

 또한, 동물은 도축과 수출, 수입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발생은 물론이요, 동물자체의 손실도 엄청나다. 매년 미국에서 8만마리의 돼지가 수송중에 죽는다고 하며 소의 경우 죽는 경우는 돼지 보다 드물긴하나 수송과정에서의 외상으로 손실액만 1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가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데 전세계적으로 가축의 개체수는 무려 560억마리에 달한다. 인간의 8배인 셈이다.

 저가 음식은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도 발생시킨다. 음식이 글자 그대로 저가이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이유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는데 우선 미감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감의 이유로 수많은 빵의 끄뜨머리가 버려지고 있으며 채소류도 크기가 작은 것이나 상처를 입은 것은 역시 버려진다. 영양가나 실제 사용가치에서 전혀 하자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장에서 이런 영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실제로 이는 엄청난 사치다.

 음식물 쓰레기는 또한 슈퍼마켓 체인의 집중화로도 발생한다. 대개의 농산물 거래에서 공급자보다는 구매자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데 이들은 항상 대량거래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과잉생산이 판매량 감소로 인한 손실보다 이득이므로 이들은 항상 과잉생산을 유도하며 이는 자연스레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저가 농업은 대규모 환경파괴도 일으킨다. 저가 농업을 위해 막대한 비료가 매번 사용되는데 이것들이 토양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천과 인근 해역에 대규모 부영양화를 발생시킨다. 그 결과 조류의 대량발생으로 산소가 없는 데드존이 발생하며 물고기의 대량 폐사를 낳는다.

 또한 매년 세계적으로 10억kg의 농약이 사용되는데 농약을 쓸수록 해충의 내성도 강해져 농약이 더욱 강력해지고 살포량도 많아지는 쳇바퀴 게임이 현재 진행중이다. 이 농약은 농산물을 통해 그리고 토양과 해양을 통해 소비자인 일반인에게 흡수되며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농민들의 건강에도 치명상을 않긴다. 2003년 인도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서 EU표준치의 무려 24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될 정도였다.

 저가 농업은 생물학적, 문화적, 맛의 단작을 낳는다. 현재 농업에 사용하는 작물은 총 사용가능한 25만종의 작물중 겨우 3%에 불과하다. 산업을 위해 효율의 잣대로만 선정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농장에서 100년전에는 100가지의 생산물이 있었다면 현재는 불과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단작인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문화적 단작으로도 이어져 먹을 거리와 관련한 수많은 문화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문화적 단작이다. 맛의 단작 역사 이로 인해 생긴다. 생산품의 종류가 줄고, 인스턴트 음식과 대량재배된 소품종의 음식만 먹게 되어 입맛 역시 단작 되는 것이다.

 마지막은 바로 모두에게 손해인 듯한 이 저가제품의 수혜자이다. 그들은 다국적 농축산기업들이다. 최근의 국제정세는 이들에게 매우 유리했는데 2차세계대전이후 세계적인 높은 인구증가률과 도시화로 저가 곡물에 의지해야 하는 많은 인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발맞추어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이 이들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선진국내에서도 농민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농축산물의 생산자들이 약자의 위치게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축산업자의 경우, 가축을 팔기 위한 최적의 무게와 시기가 있어 협상에 있어 탄력적이기 어려우며, 유제품의 경우 보관할 수 있는 탱크 이외의 양은 무조건 빨리 처분해야 한다. 또한 동물을 멀리 이동시키기도 어려우며, 곡물을 재배하는 경우도 시장 상황에 따라 작물을 전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업들은 두세개정도로 압축되어 있어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매처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저가식품에 있어 생산자는 매우 약자이고 구매자가 절대 유리한 지형이 여러가지 요건으로 인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종자에 있어서도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을 통해 씨앗이 없는 품종을 도입하기 까지 해 농부들은 완전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의 단가 후려치기로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미 생산원가와 판매가가 비슷한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기업들은 그 수익을 자신들만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이처럼 저가 식품은 싼 것이 아니며 막대한 환경비용과 개도국과 농업의 붕괴, 환경의 파괴, 납세자의 세금이 기업으로 향하는등 실제 식품 가격이 사회화를 통해 농축산 기업의 배만 불리는 형태로 숨겨져 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매우 재밌고 신선했으며 이 분야에 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책은 얇지만 읽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8-04-02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저렴한 소고기 가격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아마 미국에서 생산된 고기 자체에
대해 혐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전부터 계속해서 경고장이 나붙는데
애써 외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신자유주의 시대, 값싸고 질 좋은 물건
사서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불편하고 비싼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닷슈 2018-04-02 00:13   좋아요 1 | URL
책은 그것도 실상은 싼게 아니고 많은 비용이 몇몇기업의 이익아래에 숨겨져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비싼윤리적소비가 더늦기전에필요할듯합니다

2018-04-02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4-02 10:37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AgalmA 2018-04-06 0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퍼센트는 가축 사육으로 인한 것이며 이는 전체 운송 산업에서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다˝
ㅡ <세계미래보고서 2018> 에서 인용
축산업의 비인간성, 비효율, 환경파괴, 질병과 같은 많은 문제들 생각할 때 인공배양육 개발이 어서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이러면 축산업 종사자들의 일대 몰락이 예견되죠. 뭘 하든 기술 개발은 현재 상황과 충돌하는 어려움이...

닷슈 2018-04-06 07:22   좋아요 1 | URL
오염원2위더군요 가축사육이
배양육은 되면 참좋겠지만 책이나온 10년전엔 100g에 억소리가 나더군요 지금은 좀났겠죠

2018-04-0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4-06 11:44   좋아요 1 | URL
채식위주던 한국이 오히려 육식중심이죠 과거 고기를 너무 못먹어서 그런것같기도합니다
당장채식주의자가되려해도 식당부터급식까지 어려움이 너무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