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동안에 -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인 감동 실화
게리 채프먼 지음, 서현정 옮김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물어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좀 더 깊이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해본다면 마침내 이르는 결론은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든, 아내에 대한 사랑이든, 자식과 부모에 대한 사랑은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사랑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별로 모르겠다는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큰 사랑을 받은 느낌이 없는데 상대는 나를 무척 많이 사랑했고 사랑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존재는 참 묘해서 보이는 것 같지만, 막상 보이지 않고, 알 듯 하지만 모르는 그런 존재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어디서 찾을까요?

'찾는다'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 찾으려고 하는지, '사랑'을 주고 싶어서 찾으려고 하는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일상을 보면서 공감하는 그런 에세이를 하나 소개합니다.

제목처럼 『함께 사는 동안에』 우리가 함께 찾아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그것, '사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봅니다.

저자 게리 채프먼은 인간관계 전문상담가이자 결혼ㆍ가족생활 컨설턴트사(MARRIAGE AND FAMILY LIFE CONSULTANTS INC.)의 대표이며 명망 있는 세미나 강연자입니다. 그의 저서 <5가지 사랑의 언어>는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른 책이기도 하죠.

 

'사랑은 동사다.'라는 말로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합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랍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동사적인 의미를 가진 사랑을 마치 나만 받아야 하는 것처럼, 희생 하는 이가 받아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자기 것만으로 생각하는 순간 갈등이 시작됩니다.

사랑했던 이들이 어느 날 등을 돌리고 사랑했던 시간이 남의 일 인 것처럼 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죠. 이들은 사랑하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처음 시작한 사랑이 식어서일까요? 시간이 지나니까 사랑하던 그 뜨거운 색이 바래버린 것일까요?

 

게리 채프먼은 이것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큰 이유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이라..., 그렇습니다. 최고의 사랑을 얻고 싶다면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랑은 상대가 주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나를 소중히 여겨주었을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받는 사랑보다 더 상대를 사랑해야 한다는 희생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저 마음을 다하는 희생을 말합니다.

 


사랑은 바로 여러분 자신한테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랑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모두 33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숙자인 토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와 그의 가족을 찾아주고 그의 천사가 기꺼이 되어준 타마라.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아버지를 다른 면으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고 결국 아버지의 진한 사랑에 더 감동을 한 레베카.

상처받은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들과 똑같은 사랑으로 키워낸 노라.

치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매일매일 감수해야 하는 힘든 날을 사랑으로 이겨낸 페이스 등등..

 

책 속의 이야기는 언제 어느 때든,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과 고통에 대해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고통을 지나야만 진정한 나의 사랑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

고통의 순간 우리가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지, 가장 현명하면서 상처받지 않게 고통을 이겨나가는 순간이라던지, 나와 상대의 관계를 회복해가는지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것이 인생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많이 베풀면 베풀수록 더 많이 받게 됩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수록 더 많이 얻게 됩니다. 때로는 그것이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논리에 맞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만드는 열쇠입니다. 친구와 우정을 쌓고 배우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만드는 비법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나서 갓 결혼한 부부에게는 오래 시간 함께 해야 하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책이 되고, 오래 시간 함께 살아온 중년의 부부에게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신혼의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너무 친해지면 서로 무시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보면 사소한 단점은 점점 부풀려지고 오래지 않아 그와의 관계에 금이 가게 합니다. (중략) 상대의 단점은 잊어버리고 장점에만 집중하세요. 그렇게 상대의 좋은 점만 생각하다 보면 오래지 않아 상대의 장점만 눈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늙은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내 앞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진심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시간을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 이외의 이웃과 주변인들에게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랑이 가득한 그런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각각의 사연 뒤에는 글을 읽고 함께 생각하고 공감해볼 만한 글이 전해주는 의미를 저자도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짧은 글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하는 사랑하는 방법은 부부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을 만드는 주체는 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합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함께 사는 동안에 우리가 진정한 눈으로 찾아봐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한 감동으로 함께할 수 있는 책입니다.

어울려 사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

이 아름다운 여행에 공감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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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날...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그 어느 위로도 못할 만큼, 힘내라는 말도 못할 만큼, 독자는 이 한 줄의 문장에 그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옆에서 사라짐을 겪는 불행에 대해, 그 누가 이러쿵저러쿵 해석하고 위로를 하고, 아는 척을 할 수 있을까?

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4-3』을 읽는 내내 그 위로의 말조차 감히 할 수 없는, 불행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의 호강스러운 단어처럼 느껴진다.

저자,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여인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는 평범한 독일의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였던 여인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너무너무 사랑하는 두 아이와 행복하게 살아가던 평범한 여인이다.

어느 날, 남편이 몰던 피에로가 그려진 노란 버스는 건널목에서 열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마지막 한마디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멀리 떠나보낸다.

 

『4-3』은 남편과 두 아이를 떠나 보낸 끔찍한 경험을 하고 난 5일 후, 주변 사람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다.

 

From: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Date: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17시 25분

To: 이 편지를 받을 모든 이들

Re: 죽음, 그리고 작별

 

지난 며칠간 따뜻한 말과 글로 저를 위로해주고, 제 곁을 지켜주면서 함께 기도해준 사랑하는 친구와 지인들!

저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월요일인 어제 동안 교통사고로 남편 헬리, 그리고 두 아이 티모와 피니를 잃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있지 않습니다.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무사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처지에 놓은 제게 무얼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실 겁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녀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편지 속에서 남편 헬리와 함께 했던 마지막 시간을 천천히 달콤하게 떠올리면서 가족과 작별하기 몇 주 전의 행복함을 떠올린다. 그녀의 사랑으로 예쁘게 자라는 두 아이의 추억을 떠올린다.

바버라는 이 편지로 자신이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들을 어떻게 떠나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삶이 흔들리고 있는지, 앞으로의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무덤덤한 느낌으로 적어내려 간다.

마치 이렇게라도 떠올리지 않으면 내일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을까?

그때는 지나쳐버린 그 모든 기억을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 잠시라도 기억을 하지 않으면 그녀의 가슴에 남아 있는 남편과 두 아이의 흔적이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독일 국민을 감동시킨 실화라는 평을 받고 독일 아마존 5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4-3』

독자들은 왜 이 책을 읽으려고 하고 바버라를 알려고 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비극적인 슬픔에 차라리 무너지는 바버라의 모습이 보였다면 슬픔에 대한 당연한 표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늘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피에로를 하던 바버라는 이 지독한 슬픔 앞에서 너무도 담담하게 서 있다. 슬픔을 너무 희망적으로 말하기에 독자는 더욱 그녀가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바버라는 그녀의 생각대로 가족의 영혼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치른다. 그곳에 초대되는 이들에게 부탁한다. 영원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먼저 떨어져 있는 것이기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내의 의식 속에, 엄마의 의식 속에 살아 있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살아 있기에 멀리 떠나보내는 장례식이 아닌 '영혼의 축제'를 열어준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아픔은 누구나 겪어야 할 삶의 순서이다.

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하던 나의 가족이 한꺼번에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삶의 순서라고 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고통이고 슬픔이고, 나 자신이 서야 할 바탕이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슬픔을 겪지 못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그녀가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일기를 보면서 지금 내 곁에 있는 남편과 내 아이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흔한 말로, 산 사람은 살게 되어 있다고 한다. 참...얼마나 냉정한 말인가.

하지만, 삶은 그렇다. 냉정하지만 정답인 것, 그리고 앞에 놓인 이정표라는 것.

 

바버라는 지독한 슬픔을 안으로 감추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소리 내 울지 않아도, 왜 나를 혼자 두고 떠났느냐고 분노의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또 다른 표현으로 바버라는 비극의 슬픔과 분노와 원망과 공포를 보이고 있다.

독자들은 이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가슴 아프고 가슴 저림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삶의 시간을 보낸 후 어떤 슬픔의 여운을 갖고 있느냐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분신인 남편과 두 아이를 그녀 스스로 각인  시키는 것만으로도 벌써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스스로 정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떠남으로 그녀에게 남겨진 커다란 구멍이 있다면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구멍을 메워갈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그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고, 그녀의 글을, 그녀의 이메일을 읽으려는 지도 모르겠다.

 

사랑한다.

내 가족에게 이 말이 결코 늦어지는 후회가 되지 않기를 생각하면서 오랜 여운을..., 슬프지만 그래도 감동의 여운을 간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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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일기 -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 웃음과 희망의 일기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소영 옮김 / 막내집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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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와 뻬뽀네』『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공산주의 읍장 뻬뽀네와 별난 신부님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예수님..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티격태격하는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사건들의 연속을 보여주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재미를 준 책의 저자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직접 경험한 전쟁과 수용소의 경험을 적어내려 간 책이 『비밀일기』이다. 징글징글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수용소의 생활을 적어가는 에세이다. 

'조반니노 과레스끼'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원래 저널리스트였다. 법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교사, 삽화가, 심지어는 만돌린 선생으로 일하기도 했다)을 전전한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린단다. 이런 그였지만 전쟁과 이념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19개월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동맹군이었던 이탈리아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하게 되었고, 이에 독일은 이탈리아군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고, 이를 거부한 이들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그들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국제적십자사 역시 전쟁포로가 아니라 ‘강제 수용당한 군인’이라는 알쏭달쏭한 신분의 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들은 ‘버려진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비밀일기』는 완전한 포로도 아닌, 그렇다고 구조해야 할 중요한 군인도 아닌 어정쩡한 포로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철조망 밖에서의 생활도, 지위도, 명성도, 부도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그저 수용소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걸친 껍데기를 모두 벗고, 빼앗기고 그저 하루하루 숨이 쉬어지는 이상 그저 살아가는 포로일 뿐이다.

조국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지만, 조국은 그들에게 연민조차 없다. 구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구해도 찜찜한 그런 존재들이다.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두려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포로들의 일상을 '조반니노'는 짬짬이 메모로 남겼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등을 읽고 이 책 역시 특유의 유머로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먼저 하고 있다면 절대로 아니다. 『비밀일기』라고 하지만 그저 메모에 가까운 글이다. 감흥도 거의 없고, 유머는 더더욱 없다. 그저 기록이다. 기록일 뿐이다. 언제 죽을지, 언제 전쟁이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야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을 듯 하다. 포로수용소 안에 있던 이들은 라디오도 뚝딱 만들어 내고, 강연과 토론과 음악회와 뉴스등 철조망 밖에서의 문명처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가족이 그립고 고향이 그립고 철조망 밖의 자유가 그리울 뿐이다.

『비밀일기』는 독자들이 저자의 명성을 바탕으로 기대하고 있는 그런 재미는 주지 못한다. 그저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모를까 수용소 내의 비참함도 많이 걸러서 표현된다. 글 속에서 만나는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독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포로수용소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오히려 더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하고, 웃음을 전해준다.

이 책은..., 그냥 기록이다.

사건의 앞뒤 상황도 꼼꼼하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사건의 기록만 남겨 있다.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의 심리를 그저 무덤덤하게 기록할 뿐이다.

 

전쟁을 모르면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깔렸던 각각의 이념 배경을 모르면서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참 지루하게 넘어간다. '조반니노 과레스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책 표지에 있는 삽화나 표지에 씌여 있는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웃음과 희망의 일기'란 문구에 너무 기대하지 마시길....,

복잡하고 어두운 공산주의 상황을 유머로 표현하면서 일침을 가하던 신부님 같은 유쾌, 명랑함은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너무너무 관련이 없는 과거의 역사라서 그런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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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3반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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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일본인이 쓴 에세이 한 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 하나 있다.

사지절단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오토다케 히로타다.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 10Cm정도만 자란것이 전부인 그가 쓴『오체불만족』.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미래는 나의 힘으로 아주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그의 자전적 생활을 바탕으로 첫 소설을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아카오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첫 소설 『괜찮아 3반』을 읽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소개하는 자리에 희한한 모습을 한 선생님이 있다. 팔다리는 거의 없고, 휠체어도 아닌 것 같은 기계 위에 앉아있다기 보다는 올려져 있다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 바로 아카오 선생님이다.

신기한 기계를 탄 아카오 선생님과 시끌벅적한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꾸며가는 일상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이다.

 

『괜찮아 3반』이란 소설은 여러 생각을 이끌어 내는 그런 소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생각, 아이와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소설의 배경인 일본의 교육에 관한 생각,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생각등등....

장애를 가진 선생님이 정상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뻔한(?) 스토리를 따라 하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아주 단순한 예상을 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뒤이어 오는 느낌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과 답변을 찾게 하는 소설이다.

 

사람은 그렇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양보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일단 배운 대로 양보를 하고 배운대로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배운사람이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사회적인 사람이라는 인식때문이다. 주인공 아카오 선생님이 교단에 서기까지 특별히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사 채용'이라는 제도는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양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같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은연중에 적용되는 '특별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은 바로 이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실내화 사건, 운동회 그리고 소풍 등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리고 나보다 타인의 입장을 배우면서 선생님의 진실한 마음 하나하나를 제대로 배워간다.

 

 

『괜찮아 3반』은 선생님의 진실함을 따라 고스란히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흐뭇한 소설이다. 친구 간의 오해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있고, 자신의 고민 탓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때론 어른들의 생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카오 선생님의 진실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듬직함을 주는 큰 사랑이다. 친구들과의 진정한 우정도 알아가고, 친구를 위한 진한 눈물도 흘려본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똘똘 뭉쳐서 절대 할 수 없었을 거라는 목표를 이루어내는 뜨거움을 배운다.

 

아카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그 진실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다름'은 그저 시각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 속에 숨겨진 진실, 순수함을 알아보는데 겉모습의 '다름'을 말하는 것은 변명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이런 모습의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는 한국이지만, 과연 넓은 시선으로 장애인 선생님을 얼마나 응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의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 속에서 보이는 일본의 교육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것과 좀 다른 면이 있어서 비교할 것이 보인다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나 참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여러가지 토론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한국의 독자로써 교육 환경이 다른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비록 몸은 아이들과 다름을 보이지만, 그가 가진 뜨거움과 순수함이 소설 속에서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교육에,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에게 아주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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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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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해주는 한 여자.

서구의 외모에 한국말이 술술 나오던 여자.

그녀가 하는 일을 정확하고 멋지게 보여주었던 여자.

 

박.칼.린

그녀는 음악감독이다. 그리고 연출가이다. 주로 뮤지컬 무대를 중심으로 그녀의 열정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오래전 TV 어느 프로에서 박칼린 감독을 언뜻 본 적이 있다. 당시 외국에서 음악을 하던 사람이 우리나라의 무대에 초빙되어 또 다른 영역을 펼치고 있느냐고만 생각했었다.

몇 년이 지나고 또다시 TV에서 보인 그녀는 생각 속의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 오합지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팀을 멋진 합창단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단원들의 잠재된 능력을 보았고, 새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을 보았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았다.

 

박칼린. 그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녀가 이루어낸 일파만파 퍼지던 변화를 보고 그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올라오지만, 그녀는 그저 '박칼린'.  음악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는 박칼린이라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에세이를 하나 냈다.

그녀가 살아왔던 시간과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 그리고 그녀가 겪었던 사람과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그렇게 그냥 말하고 있다.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던 그녀는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구적 얼굴에 영어를 말 못하면 절대 안 되는 상황(?)으로 미국에서 성장하였다. 미국에서 예술을 배우고, 한국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박칼린이 적임자라는 공감을 하게 된다.

 

부모의 나라를 따라 한국에서 살다가 외국에서 살다가 하는 이들도 많다. 좋게 보자면 여러 문화와 생활을 다른 이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활환경이 되어서 좋고, 나쁘게 보자면 여기저기로 옮기는 어린 시절 탓에 자신의 주체가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점도 있다. 하지만, 박칼린 감독은 여러 나라를 접해서 좋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 시야를 넓혀서 좋았고, 그런 박칼린이 되도록 인생을 지켜준 주변인들이 있어서 성장했다고 고백한다.

 

『그냥:)』은 그냥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다. 차례를 정해서, 주제를 정해서 틀에 맞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인연이 되는 배우에 대한 글도 쓰고, 음악 감독을 하면서 마녀 같은 카리스마를 문득 깨닫다가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고군분투하는 동료를 이야기한다. 때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가족과의 흐뭇한 여행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한국인으로서 음악감독이라는 일을 하게 되는 추억을 더듬고 있다.

1부, 2부, 3부, 4부로 나누어진 그녀의 글이지만 모든 것은 음악 위에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유명세를 듣고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그냥:)』을 읽으면서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난 그녀처럼 일과 인생에 열정적인 사람이 좋다. 수많은 좌절이 있었을 텐데, 수많은 편견이 있었을 텐데, 그리고 수많은 차별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냥 그렇지 뭐..라며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런 그 자신감은 TV를 통해서 충분히 보여졌고, 그녀의 글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그냥:)』은 그녀가 한국에서 쏟아부은 20년의 세월의 깊이를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글이다. 누가 알아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를 키우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그냥 그 일이 좋아서, 그냥 음악이 좋아서, 그리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냥 그 일이 좋아서 생생하게 숨 쉬는 그녀를 알아갈 수 있는 그런 에세이다.

뮤지컬을 위해 그 속에서 적응하고 함께 호흡하고 그에 대한 철학을 꼿꼿하게 가진 박칼린. 그녀의 열정과 그녀의 카리스마, 그리고 그녀의 생활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계기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냥'

더이상 변화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저 그런 '그냥'이 아닌, 변화가 없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그냥'을 독자들도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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