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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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을 흐르는 이가 있다. 친정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딸들이 많다. 늘 기대고 싶고, 늘 투정을 부려도 언제나 넓은 가슴으로 받아주는 친정엄마의 이미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엄마, 나 또 올게>는 책이 나오게 된 배경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짠함을 남긴다. 홍영녀 어머니는 70세가 되어 한글을 떼고 그때그때의 일기를 서툰 글씨로, 서툰 표현으로 남겼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80세에 생애 첫 번째 책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어느 날 친정 엄마의 옷장에서 8권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평생을 무학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이고 병환으로 몸 고생을 하던 중이었다. 딸은 어머니의 글을 읽는다. 맞춤법도 틀리고, 서툰 글씨였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의 심경은 읽은 딸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딸은 이 글을 책으로 펴낸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나온 계기로 <인간극장> 프로에 나오기도 했다. 딸 황안나씨는 교직 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꾸려가는 홍영녀 여사의 맏딸이다. 72세의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얼큰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엄마, 나 또 올게>는 힘들고 고된 인생을 보내고 외로움과 시간의 덧없음을 느끼는 어머니의 심경이 짧은 글에서 자식에게 보내는 글에서 느껴진다. '엄마'라는 단어는 모두에게 따뜻함을 준다. 포근함을 준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나이의 덧없음과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는 엄마의 심경을 느낄 수 있다. 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식을 품에 안는 엄마이지만 가슴의 아픔을 삭이고 또 삭히는 엄마의 심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엄마, 나 또 올게>를 읽고 이해인님은 '엄마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하늘나라에 전화를 걸고 싶어집니다'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추천사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세월의 한을, 그 세월의 흔적을 삐뚤삐뚤 적어내려 간 홍영녀 어머니의 마음이 오히려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그렇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무언의 소리였을까? 언젠가는 떠날 이 세상에 대한 정리였을까?

자식이 그리워 보고 싶어하다가도 바쁜 세상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것이라 자신을 타박하는 어머니, 몸도 아프고 마음도 외로워 오래간만에 보는 자식들에게 괜한 성질을 내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어머니, 온종일 적막강산인 방안에서 외로움을 혼자 견뎠을 어머니. 짧은 글 속에서 보이는 어머니의 마음은 자식으로서 참 후회하고 안타깝고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칠순을 맞이하는 나의 친정엄마가 겹친다. 아직도 나는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제대로 해주질 못했다. 그저 나 사는 것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그저 나만 우선으로 생각하고, 나의 상황을 우선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친정엄마는 지나간 세월을 그저 이야기하면서 추억 속에서나마 화려하고 당당했던 엄마의 자신을 찾고 싶었을 뿐인데 딸인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엄마의 감정을 무너뜨렸나 보다.

 

"엄마, 나 또 올게"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있다가 엄마에게 말을 하면서 집을 나선다.

출발하는 차 뒤에 서서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친정엄마의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뭉클함과 함께 떠오르는 것일까?

그저 그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그런 딸이 되어주어야겠다. 내일 날이 밝으면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

 

<엄마, 나 또 올게>는 딸의 뾰족한 마음을 선하게 누그러뜨리는 그런 에세이다. 늘 그곳에 있을 거라 믿는 엄마를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진, 약하디약한 엄마로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그런 아련함의 글이다.

늘 시골집에서 딸의 뒷모습을 마중하던 엄마에게 하던 "엄마, 나 또 올게"라는 말은 이젠 산소를 뒤에 남겨두고 오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의 질팍한 인생은 하나의 책으로 그리고 딸의 글로 남아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독자들은 아흔여섯의 엄마와 일흔둘의 딸이 서로 잡고 있던 그 끈끈함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뭉클함과 함께. 오래 세월이 지나 나도 나의 친정엄마도 이런 끈끈함이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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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 - 주말마다 즐거운 사계절 행복충전소 프리미엄 가이드북
유철상 지음 / 상상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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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을 하려면 은근히 준비할 일이 많습니다. 제일 처음 여행지를 선정하는 곳부터 고민스럽죠. 가족의 상황에 따라, 교통편에 따라, 그리고 준비할 수 있는 물품등등..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면 막상 가족여행이 고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왕 하게 되는 가족여행이라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여행으로 만들어야겠죠. 행복한 가족여행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동행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이 동행하는 가족여행이라면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흔히 말하듯이 가벼운 가방 하나 둘러메고 자연을 벗 삼아 다녀올 수 있는 가족여행을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책이 <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입니다.

 

사계절 내내 주말마다 골라보는 가족여행의 노하우를 <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에서 소개합니다.

하나, 떠나기 전에 잠자리 계획부터 세운다.

둘, 맛있는 여행은 만드는 것이다.

셋,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를 찾는다.

 

<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은 편안하게 온 가족이 함께 자연 속에서 어울려 지내다 올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행의 묘미를 찾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특징을 고스란히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분류했습니다. 전국의 숨은 장소를 추천하기도 하고, 가까운 인근의 장소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가족여행이라고 짐을 싸들고 가는 것도 좋겠지만, 가볍게 드라이브 삼아 가는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봄에 선택할만한 가족여행지로 광양 섬진강과 매화마을, 이천 산수유 마을, 제천 청풍호반, 용인 한택식물원, 춘천국제마임축제, 고성 화진포와 건봉사등이 있습니다.

여름의 장소로 담양 소쇄원, 양평 보릿고개 마을, 영종도 드라이브, 시흥 갯골생태공원 등 가을의 장소로 고양 원당종마목장, 수원화성, 합천 가야산 단품, 문경새재, 인천 소래포구 등을 추천합니다. 겨울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은 함평 돌머리 해수찜, 해남 땅끝여행, 태백 눈꽃열차, 예산 덕산온천과 수덕사등등 100가지의 가족여행지를 소개합니다.

 

가족여행의 묘미는 한 장소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도 참 재미있고 추억이 남기 마련입니다. 각각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코스 가이드까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일정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답니다. 여행관련 비용, 숙박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가족 여행의 장소를 정하고 <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을 손에 쥐고 떠나면 알차고 추억거리가 가득한 가족여행을 만족스럽게 다녀올 수 있답니다.

 

휴가철에만 기를 쓰고 여행을 다닌 것은 오히려 여행을 모르는 사람들의 그것이 아닐까요? 요즘은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때 주말에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더 여유 있고, 즐거움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을 가

지게 되는 것이 현명한 여행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가족여행을 꼼꼼하게 세워보는 그런 가이드로 <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100>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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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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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제대로 먹는 법,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음식, 그리고 내 몸과 맞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면서 사람들은 제대로 먹는 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죠. 음식의 중요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그리고 여러 정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환경이 주범이라 생각한 아토피도 따져보면 음식을 잘못 먹은 식습관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고요, 문제 청소년들을 관찰한 결과 인스턴트 음식의 과다섭취도 문제점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성인병 역시 영양 과다가 문제일 경우가 있습니다.

 

인연이 있는 절에 다니면서 절밥을 먹곤 합니다. 양념도 일반인들의 식사보다 없고, 고기반찬도 아닌 절밥이지만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먹을 때마다 그 담백함에 반하곤 합니다.

절에서 공양하던 사찰 음식을 대중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있는 스님이 있습니다.

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대중들에게 사찰음식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는 선재 스님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을 통해 음식에 깃든 정성,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한 철학,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수행하는 수행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지를 담은 책입니다. 사찰음식만 꼬집어 레시피를 모아두기보다는 왜 우리가 음식에 대해 바른 생각을 해야 하고, 바르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부처님의 도량 안에서 듣는 청량한 소리 같습니다.

 

선재 스님은 선천적으로 간이 약했습니다. 집안 내력이라고 하는군요. 간이 약해 나타나는 증상을 그저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큰 병을 얻어 살아갈 날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스님 역시 사찰음식에 대한 논문을 쓴 분이었지만 자신의 건강을 잃고 나서야 다시 자신의 연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만들어 내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노력 끝에 건강을 찾았고, 선재 스님의 경험은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음식에 대해 알려주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채식,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는 자연식, 오신채를 쓰지 않고 원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원재료의 기본 효능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서 오랜 시간 수행을 하여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스님들의 비법이기도 합니다.

 

웰빙이라고 말을 하면서 독자들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고 있을까요?

채식주의자라는 말을 하면서 어떤 채식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요?

사찰음식의 주된 요점은 바로 생명 존중 사상입니다. 만들어진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단순합니다. 존중의 생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의 재료부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음식을 깨끗하게 담아 정성스럽고 맛있게 먹는 사람의 정성까지 일체가 되어야 그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가장 높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찰음식을 만들 때 강한 양념과 화학조미료만 빼면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면,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의 일체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선재 스님의 메시지는 바로 부처님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에는 일반인들의 에피소드도 있지만, 스님들의 에피소드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수행하시는 스님들도 음식의 유혹(이를테면 과하게 드시는 것, 자신과 맞지 않는 음식을 드시는 것 등등) 때문에 정진하는데 방해를 받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바로 식성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와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체크할 수 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부처님의 말씀을 받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나 다른 스님의 이야기들 그리고 다른 일반인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내 가족에게는 그런 착오를 겪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다른 수행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에는 당연히 사찰 음식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고혈압과 급, 만성간염에 좋은 미나리 감자전, 당뇨병과 종기에 좋은 쇠비름효소, 쇠비름나물, 폐병과 야뇨증, 요실금에 좋은 은행경단, 성인병 예방에 좋은 무채두부찜, 부인병과 간 질환에 좋은 쑥애탕, 우리 아이 차분하게 해 주는 대추통밀차, 우리 아이 두뇌 계발에 좋은 호박씨 시금치무침 등 흔한 재료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사찰 음식의 레시피를 함께 배워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이 떠오릅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인연법을 언급하기는 부족하지만, 인연이 된 스님이 곁에 있는지라 이런저런 인연법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사찰음식을 배우러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선재 스님의 이야기와 사찰 음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인연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감히 해봅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 음식>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체질을 일깨워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건강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선재 스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정직한 음식을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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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박이정 각색, 김현철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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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떠올리면 이탈리아의 대표하는 천재적인 미술가이자 건축가, 기술자, 과학자이자 사상가로 알고 있다. 그가 혁신적인 요리사라는 점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에 대한 자료를 뒤져봐도 요리와 연관이 있었다는 말은 찾기 어렵고 그나마 한 두줄의 소개로 끝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알려지지 않는 모습 중에 하나는 바로 그가 식도락가이자 요리를 좋아하고 새로운 개념의 요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요리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실제로 새아버지와 함께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고자 노력을 하면서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했었다. 잠깐이지만 술집 겸 식당도 운영했었고, 후에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인 실험정신을 알아주는 프랑스 왕을 위한 요리사로 지내기도 했었다.

 

그는 당시 '세 마리 달팽이'란 술집의 주방장이었고, 후에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란 식당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웰빙 요리가, 또는 퓨전 음식 요리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요리를 즐겨려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없었지만, 그의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을 적어둔 소책자 '코덱스 로마노프'를 남겼다. 그 책에는 그의 요리비법과 요리와 관련된 발명품에 대한 메모가 적혀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 그의 천재적인 요리사의 생활이자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천방지축의 요리사 생활을 엿보게 된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의 레오나르도는 오로지 요리를 우선으로 하는 외골수 성격의 소유자이다. 당시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요리를 창조하고 만들어내지만 절대로 우호적인 찬성을 얻지 못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본다면야 요리를 미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건강을 위해 최소의 조리와 적당한 양을 만들어내고, 양으로 먹는 요리보다는 질로써 먹는 요리를 위해 요리와 관련된 도구들을 발명해내는 천부적인 요리사이다.

그는 요리를 위해 끝없는 연구와 발명을 한다. 마늘 빻는 도구, 자동 고기구이 기계, 후추 가는 기계, 와인 따개, 냅킨, 포크 등등.., 지금도 쓰고 있는 물건들이 바로 레오나르도가 만들어낸 것이다. 참 놀랍다.

그저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을 그린 화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요리를 위해 노력하고 창조를 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던 사람이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의 레오나르도는 비실용적인 물건만을 만드는 이로 묘사된다. 후세에 읽게 되니 그의 천재성이 대단했음을 알고 있지만, 당시의 생각으로는 절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인물이다.

때론 그는 일을 크게 벌리고 마무리를 못하는 인물로도 보인다. 케이크로 모든 것을 장식한 결혼식 연회를 준비하기까지 수많은 요리사를 닦달하고 일을 시키게 되지만 결국 쥐떼와 새떼들의 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이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생각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의 작품 '최후의 만찬'은 어쩌면 그가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탄생하게 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그이 행적에 불만스럽던 루도비코의 권유로 수도원에 머물게 된 레오나르도는 그림 속에 자신이 가진 요리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다.

그의 혁신적인 연구는 절대로 환영받지 못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요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청년 왕 앙리를 만나면서부터 행복한 날이 시작된다. 중국의 국수에서 착안한 '먹을 수 있는 끈'은 오늘날의 스파게티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와 피자가 유명한 이유가 아마 여기에서 연루된 것 아닐까?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천부적인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닌 '천부적인 혁신적인 요리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또 다른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때론 시대를 앞서 가는 이라는 평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산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나도 외곬인 사람이 아닐까라는 평도 하게 된다.

 

우왕좌왕 물건을 만들고 요리를 만들고, 그것이 실패하고, 또 반복하고...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그 속에서 레오나르도가 남긴 철학 등등의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천재성을 가진 이의 기이한 행동을 재미로 읽기에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별의별 것을 다 요리로 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선지와 개고기를 먹는 우리나라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개구리요리, 말고기 요리, 창자 요리, 소 아래턱 요리, 공작새, 해오라기, 백조 고기를 이용한 요리 등등 뭐..생활 환경에 따라 요리 재료의 다양성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지.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좀 산만스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행적이 산만한 것인지, 그냥 그의 업적을 늘어놓다 보니 산만한지 모르겠지만, 우왕좌왕, 시끌벅적이 먼저 떠오르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상된다.

알려지지 않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행적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전혀 새로운 모습을 포착하는 독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좀 더 건강을 위해 요리를 고민하는 아주 일상적이고도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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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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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는 중고등 학생으로 어릴 때였습니다. 한창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때 명동에서 시청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외쳐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18 민주 운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렸던 넋들을 어찌 안다고 하겠습니까.

 

신군부 세력들이 자신의 기반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이 되기도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건입니다. 전쟁 때문에 총을 겨누는 것도 아니고 내 나라, 내 국민을 자신의 지지세력과 다르다는 이유로 찔러 죽이다니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조건 곤봉으로 내리치고 발길질을 하다니요. 이는 절대로 잊어서 안 되는 일이고 절대로 가감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더욱 발전되고 더욱 성숙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이젠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때이고, 어린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그때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자체를 언급하는 일로 또 세력의 압박을 받을지도, 또 어떠한 제재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18 그때를 그려내고 그 아픔을 그려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라도는 흥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소리가 늘 함께하는 고장입니다. 아는 스님은 법회 때 대금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전에서 대금 소리를 올리는 신도도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는 현재로 잡았습니다. 소리가 좋아 소리를 배우는 방울이는 명창의 길을 꿈꾸는 소녀입니다. 자신의 재주를 잘 배우고 가꾸는 그저 평범한 소녀입니다. 어느 날 전주에서 벌어진 전국 어린이 명창 대회에서 상을 받고 고수인 민혁오빠와 고향을 향해 스승의 집을 나섭니다.

명창을 꿈꾸는 방울이는 고수로 늘 옆에 있는 민혁오빠가 좋습니다. 그 모습도 좋고, 신명 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모습도 좋고, 어허둥둥 북을 치는 모습도 좋습니다.

 

민혁이는 방울이의 생일 선물로 방울새를 선물합니다. 아주아주 귀한 금방울을 직접 잡아서 새장까지 만들어 선물합니다. 민혁오빠의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날은 5.18 핏빛 나는 날이었습니다. 그저 집으로 가기 위해 손에 방울새를 들었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되는 첫날이기에 오빠는 스승님이 시킨 대로 케익을 하나 사려고 도시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방울이는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방울새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내내 가슴 저림 때문에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200여 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 뜨거운 피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날아오른 방울이를 보고 자취를 감춰버린 민혁이와 그 민혁이를 찾아 사방을 날아오르는 방울이의 애틋함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스승인 운장 선생이 부르는 소리에 방울이와 민혁이 그리고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입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내지르는 소리의 아픔과 깊이를 알기 위해서 판소리를 직접 배웠다고 합니다. 속에있는 처절한 아픔을 소리로 승화시키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글에 담았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에 얽히게 된 분노, 아픔, 그리고 그 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가졌던 이들의 신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쁨을 가졌던 이가 슬픔으로 바뀐 시간, 사랑을 가졌던 이가 아픔만 남게 된 시간. 그 시간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사건이었기에, 너무나도 원통한 인연이었기에 방울새는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후반에는 남겨진 이들과 또 남아야 하는 이들과 이들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혼령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눈물이 나게 하는 부분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그렇게 기억되어야 합니다. 눈물이 나야 합니다. 그 원통함 속에 날아오르지 못한 모든 방울새를 위해 남아 있는 이들은 대신 원통해야 하고, 그들 대신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날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이 저 멀리서 소리를 멋들어지게 부를 수 있도록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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