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신 - 신이 없다면 우린 행복할까?
앤서니 T. 크론먼 지음, 이재학 옮김 / 돌밭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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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교회를 다니며 신의 존재유무나 종교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던 기억이 난다. 거의 7~8살 때부터 교회에 갔는데, 사상이고 단어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때라 졸면서 성경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커서 초등학생일 때도 교회를 다녔는데, 그 때는 신에 대해서 많은 탐구를 했었다. '과연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있을까?' 자주 고민했던 주제이고 꽤 많은 공부를 했었다. 저자와는 다르게 우리 가족은 종교나 철학에 대한 대화가 깊지 않았고, 신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다. 딱히 금지된 주제는 아니었지만 전통적인 불교와 유교를 전승하는 집이었기에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렇다고 딱히 배척하지도 않았던 게, 어린 나를 처음 교회에 보낸 게 엄마였다. 그리고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교회가 바뀌었고, 더 심화된 고민들을 했다.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진화론이 맞을까? 이런 고민들을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을 배우면서야 종교와 철학에 대해 내 나름의 종교를 정의내릴 수 있었다. 신은 있지만 그게 딱히 여호와나 야훼, 예수나 마리아같은 특정 신은 아닐 것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저자는 어릴 적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부터 종교를 탐구한다. 정말로 신이 있는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계속해서 탐구하고 이 책을 쓴다. 저자는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한함, 영원성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시간 그 밖에서 시간을 봐야한다고 한다. 인간은 시간의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인간 스스로가 그것을 안다. 저자는 동물들은 모르는 죽음을 인간은 안다고 가정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 더 위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가지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존재에 대해, 종교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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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기역 도깨비야! 한글 도깨비 자음 그림책 1
조우상 지음, 조수진 그림 / 미노아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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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 생긴 기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다란 혀, 통통해보이는 기역자, 짧은 팔다리, 그리고 도깨비 방망이까지! 보자마자 "뭐야~"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특이한 캐릭터 디자인에 나머지 글자들을 안찾아볼 수가 없다. 다른 글자 도깨비들도 다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냥 도깨비라기엔 늘어뜨린 혀까지 귀엽게 느껴진다. 제일 귀엽게 보이는 글자 도깨비는 히읗 도깨비다. 모자 쓴 얼굴에 짧은 혀까지! 키읔 도깨비는 왠지 "ㅋㅋㅋ" 웃고 있을 것 같아서 빙그레 웃음이 나오고, 성벽을 닮은 비읍 도깨비와 미음 도깨비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입체적인 글자를 만들어 도깨비 방망이를 들려준 작가는 ㄱ ~ ㅎ까지 모든 글자를 책으로 뚝딱 만들어냈다. 그 와중에 혓바닥을 메롱~ 하고 길게 쭉 빼놓는 재치도 놓치지 않았다.

기역 도깨비는 방망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운다. 필요한 물건을 쏙쏙 만들어주는 방망이. 기역 도깨비인지라 기역으로 시작하는 물건이 나온다. 미리 실루엣으로 추측해 볼 수 있도록 스티커 붙이는 곳처럼 회색 실루엣이 보인다.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글씨와 그림으로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퀴즈 느낌이 나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어서 좋다.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쳐줄 때, 자음으로 시작하는 글자는? 하면서 알려주다가 막힐 때 한 권씩 펼쳐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 같다. 글자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 글밥이 적으면서도 핵심만 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하나 아쉬운 건 제목이 고마워 기역 도깨비야! 인데 기역이라서 고마워 로 시작하는 줄 알고 다른 책을 봤더니 다들 고마워 였다. 니은은 나는 니은 도깨비야! 식으로 제목까지 맞췄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 욕심이려나 싶다. 그래도 볼수록 매력있어서 나머지 책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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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먼지의 여정
비비안 그레이 지음 / 하움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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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뭔가 그림책 같지가 않았다. 가로길이에 비해 너무 길쭉하기도 했다. 게다가 모름지기 그림책이라면 색이 진하고 딱 형체가 잡혀야하는데, 그림도 두루뭉술하고 진한 회색과 연한 회색밖에 없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건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미 그림책을 졸업한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먼지는 엄마가 다른 둥지에서 주워 온 데려다 키운 작은 커다란 알이다. 이 알은 태어나기 전부터 부화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태어나고 나서도 굉장히 크고 다른 오리들과는 생김새가 달랐다. 특히나 깃털이 검은빛깔을 띄었다는 이유로 이름이 먼지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먼지를 사랑으로 감싸주지만 형제들은 먼지를 구박한다. 먼지는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예전처럼 날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날아가 버린다. 형제들은 사과를 했지만 먼지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학습했던(혹은 주입되었던) "미안해" - "괜찮아" 패턴을 파괴한다. 먼지를 통해 감정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다. 다양한 감정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그것들을 해결하기도,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때때로 어떤 상처들은 아물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먼지는 슬기롭게 해결해 나간다. 자기연민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여기서 먼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회복탄력성이 돋보인다. 삶의 여정에서 지쳐버린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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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 A 알파벳 송 벽보 + 워크북
징검다리 교육연구소 지음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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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벽보와 알파벳송, 워크북까지 3가지가 한 세트로 되어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알파벳송을 들을 수 있는데 중독적이고 재밌다. 노래를 반복하다보면 듣다 보면 재미가 있어서 따라 부르기도 좋고, 리듬감이 있어서 생각보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어린이들을 위한 벽보라서 그런지 재미에 초점을 많이 맞춘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라 흥미를 유발하기가 쉬웠다. 특히나 쉬운 단어 위주로 나와서 고깔모자라던가 우산 같은 식으로 평소에 접하기 쉬운 단어들이라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서 공부가 쉽고 재미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워크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워크북은 풀다 보니까 예전에 학습지에서 알파벳 배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나는 예전에 학습지 알파벳을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배워서 지루했는데, 이 워크북은 약간 도톰한 대신 한 권으로 끝난다. 그래서 워크북이라기보다는 부록 같은 느낌이다.

맨 처음 알파벳을 배울 때 선택할만하다. 왜냐하면 벽보라서 붙여둔상태로 자주 볼 수 있고, 워크북도 잘 구성되어 있다. 쉽게 흥미유발하며 노래가 익숙해지는 동안 글자모양을 눈으로 익힐 수도 있다. 들어보면서 노래가 하나일 줄 알았는데 대문자, 소문자 노래가 다른것도 재미있다. 7세부터 그 이후에도 처음 영어 알파벳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기 좋을 것 같다. 벽보라서 눈으로는 계속 볼 수 있으니 서너번 정도 반복하면 거의 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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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 - 타인의 감정에 휩쓸리다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하여
라이언 마틴 지음, 신동숙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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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대한 전문가의 책이다. 분노가 무엇인지, 어떤 감정들이 함께 섞일 수 있는지부터 차분히 알아본다. 1장을 분노라는 감정이 어떤건지, 어떻게 촉발되는지 등등에 할애한만큼, 분노는 복잡하고 특별한 감정이자 상태다.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 발현하는 형태 등등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나는 특히 형태에 주목했는데, 침잠하거나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것도 분노의 표현이라 한다. 나같은 경우 분노했을 때를 보면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해지는데, 이것도 분노의 표현방법이라는 것이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이상적인 방법과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들이 있는데, 의외였던 것은 화났을때의 운동이 오히려 흥분상태를 지속시키므로 좋지 않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화를 내는 상대가 있더라도 내 정체성이 훼손된다고 느끼는 경우는 잘 없는데, 아마 그렇기때문에 화내는 상대 앞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종종 여기서 말하는 대로 일회성 관계가 아니라 깊은 관계일 때 더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 부분도 책에 나오는데, 여러가지 관계와 상황이 섞여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나에게 화내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것을 나와 분리하는 방법도 있다. 화를 낼 때도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너의 이메일은 어수선해"가 "너는 어수선해" 보다 훨씬 나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말을 할 땐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일 때도 나의 정체성을 공격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갈등이 훨씬 줄어든다.

화를 다루는 방법들은 다양한데, 나의 정체성을 바꾸는 부분이 생소하지만 효과적일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또 화를 불러일으킬만한 상황이 예측된다면, 목표를 설정해서 계획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건 매우 이성적인 방법이나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관계를 끊어내는 방법도 있다. 지속적으로 안좋은 쪽으로 상호작용하거나 폭력이 있는 경우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처음엔 대처법을 안가르쳐주고 왜 분노에 대해서만 설명하는지 이해가 안가서 지루했다. 그런데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분노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기분이 들었고,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분노하는 사람, 그에 대처하는 사람, 자주 그런사람을 상대하는 사람 등등이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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