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난영 작가의 장편소설 《카페 네버랜드》를 읽었다. 주인공 ‘연주’는 7급 공무원으로 찔피노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바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는 그녀는 직장 내에서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은 채 승급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던 그녀가 낸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계획서가 채택되어 ‘카페 네버랜드’가 생겼다.


힐링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지친 현실을 위로할 곳이 필요하니까. 이번 작품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내게 어떤 힐링을 줄까 기대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처음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현실의 쓴맛이었다. 노인들을 데리고 카페를 운영해야 하는 연주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성인만 되어도 고집을 꺾기 어려운데 나이 지긋하게 먹은 노인을 상대하며 그녀는 인내심을 기르고 또 기른다.


공무원 사회의 수직적인 모습 역시 소설의 고구마를 담당한다. 맡은 일을 하는 것뿐인데도 같잖은 견제를 받거나 상사의 어이없는 지시와 태도에 불쾌지수가 상승했다.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 분명 힐링 소설이라 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의문이 들 때쯤 힐링이 서서히 스며들어 온다.


카페 네버랜드의 노인 네 명은 개성이 뚜렷하다. 사고뭉치 ‘만영’, 난청인 ‘기복’, 말이 없는 ‘석재’와 ‘준섭’이 서서히 카페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져서 참 좋았다. 면대면 주문 대신 키오스크가 늘어가고 마트에서 계산할 때도 스스로 하는 곳이 대부분인 사회에서 카페 네버랜드의 독특한 운영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경청과 이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 통한다고 무시하지 말고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 혐오가 심각한 사회에서 단비 같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뮤지컬 <레베카>를 무척 좋아한다. 주인공 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앞두고 짐을 싸며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이란 노래를 부른다.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마법 같은 순간을 지나가지 않게 간직해 두는 법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요시노 마리코의 장편소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에서는 추억을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다. 마법사의 흥미를 끌수록 더 비싼 돈을 받을 수 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추억은 되찾을 수 없다. 전당포에는 여러 단골이 있다. 엄마와의 추억을 팔러 자주 오는 하루토’, 괴롭힘당한 기억을 팔러 오는 메이’, 전당포 사업에 반대하는 리카까지 다양한 인물이 방문하여 여러 이야기가 완성된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 속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조금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가 무척 따뜻해서 많은 힐링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소설을 읽어보니 위로를 가득 주기보다는 혹독한 현실에 작은 위안을 전해주는 정도다. 이 편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괴롭힘당한 기억을 파는 것에 반대하는 리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 좋은 기억은 없는 게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계속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것처럼,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나를 채우는 소중한 것은 아닐까. 그 시간을 온전히 겪어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추억에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나의 추억을 돈을 받고 팔면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나 역시 추억을 전당포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소중한 기억을 잠시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다만 온전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마법사의 비법을 알고 싶다. 마법 같은 순간을 간직하고 싶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었다. 소설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도리언 그레이’와 ‘바질 홀워드’, 그리고 ‘헨리 워튼’이다.


제목까지 꿰찬 도리언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매력적인 얼굴의 소유자다. 바질은 그런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다. 도리언의 미모에 푹 빠진 그는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도리언을 숭배한다. 헨리는 바질의 친구로 도리언과 가까워진다.


소설을 읽으며 세 사람의 관계가 정말 묘하다고 생각했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서로가 느끼는 감정의 종류와 크기가 다르다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바질과 도리언, 도리언과 헨리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도리언은 헨리를 만난 이후 조금씩 변해간다. 헨리는 말솜씨가 굉장히 좋은데 이를 옳은 일에만 쓰진 않는다. 그 교활한 언변에 타락해가는 도리언은 어느날 그림 속 자신도 흉측하게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재밌게 읽었지만 그 누구에도 공감이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가장 혐오스러웠던 것은 헨리로 다른 사람을 그릇된 길로 이끄는 게 너무 싫었다. 도리언은 조금 건방질 뿐 순수한 인물로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비겁하게 자기 합리화를 일삼는다. 오히려 처음에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바질에 이입하며 소설을 읽었다.


결말을 기억하기 어려운 소설이 참 많은데 이 작품의 결말만은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읽은 고전인데 무척 만족스러웠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케쓰의 《이상한 그림》을 읽었다. 괴담을 좋아하는 나에게 축복 같은 작가다. 재밌게 읽었던 전작 《이상한 집》은 영화로도 나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웃 사냥》과 이번 작품 《이상한 그림》까지 흥미진진한 괴담을 자주 볼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저번에는 '이상한 집'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이상한 그림'이 등장한다. 오컬트 동아리원이 한 남자의 블로그에서 이상한 그림을 발견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내가 그린 아이의 미래 모습이다. 아내는 출산 도중 사망했고 남자는 한참 후에 블로그에 그림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평범한 소재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재주는 이번 작품에서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그냥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 정말 놀라웠다. 그림의 비밀이 무엇인지 꼭 직접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번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한층 더 강렬해진 기괴함과 높아진 완성도에 있다. 장편을 더 선호하여 처음에 읽을 때 단편인줄 알고 살짝 실망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모두 이어지며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알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왜 전작보다 더 발전했다고 홍보했는지 이해가 됐다. 또한 괴담의 수위 역시 무척이나 강렬해서 좋았다. 작정하고 만든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우케쓰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흡입력에 있는 것 같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상상력이 많이 남아있는 느낌마저 든다. 작가가 앞으로 보여줄 수많은 괴담이 정말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를 읽었다. 정말 많은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완성도도 고른 편인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이번 작품 역시 일본에서는 1992년에 출간됐다. , , , , , , 고 일곱 명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루머가 생각난다.

 

산장이 들어가는 다른 작품인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은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 몰입감과 반전이 놀라웠다. 이번 작품 역시 보통은 절대 아니다. 오디션에 합격한 일곱 명의 배우가 산장에 모인다. 그리고 직접 각본가, 연출가, 배우가 되어 연극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는 코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날씨도 좋지만, 연극에서는 폭설로 오도 가도 못 한 채 산장에 갇힌 설정이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꾸며내라는 것이다.

 

90년대에 쓰인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설정이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들 사이에서 진짜로 사건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진실은 무엇이고 또 범인은 누구인지 추리가 시작된다.

 

클로즈드 서클,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는 바깥으로의 이동도 연락도 가능하지만, 연극을 위해 이들은 스스로를 가둔다. 진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지 아니면 연극의 일종인지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독자 역시 무엇이 진실인지 흥미를 높인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