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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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를 무척 좋아한다. 주인공 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앞두고 짐을 싸며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이란 노래를 부른다.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마법 같은 순간을 지나가지 않게 간직해 두는 법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요시노 마리코의 장편소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에서는 추억을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다. 마법사의 흥미를 끌수록 더 비싼 돈을 받을 수 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추억은 되찾을 수 없다. 전당포에는 여러 단골이 있다. 엄마와의 추억을 팔러 자주 오는 하루토’, 괴롭힘당한 기억을 팔러 오는 메이’, 전당포 사업에 반대하는 리카까지 다양한 인물이 방문하여 여러 이야기가 완성된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 속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조금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가 무척 따뜻해서 많은 힐링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소설을 읽어보니 위로를 가득 주기보다는 혹독한 현실에 작은 위안을 전해주는 정도다. 이 편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괴롭힘당한 기억을 파는 것에 반대하는 리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 좋은 기억은 없는 게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계속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것처럼,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나를 채우는 소중한 것은 아닐까. 그 시간을 온전히 겪어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추억에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나의 추억을 돈을 받고 팔면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나 역시 추억을 전당포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소중한 기억을 잠시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다만 온전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마법사의 비법을 알고 싶다. 마법 같은 순간을 간직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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