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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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신이 드로메다로 탈출하는 부류는 아니고, 내 자신을 들들 볶는 안달루시아 과였다.

아니 물속에서는 아둥바둥 간힘을 하며 수면 위로는 우아한척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 과라고 해야 하려나?

이제 나이를 먹어 나아진건지,

아님 내 삶의 중심에 나를 놓으려고 하다보니 편안해진건지,

그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서도 말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렇게 계속 살다 보면 인생 잘 살았다고 어느 시점에선가 생각할 수 있게 될까?'

하는 막막한 질문에 부딪히는 시기가 있나 보다.

그냥 하루하루의 '일상'에 충실하고 좀 더 행복하게 채우고 싶다고 만든 팟 캐스트 프로그램이 '일상기술 연구소'이고,

그걸 책으로까지 만들어 낸걸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요즘 트렌드를 한박자 늦게 받아들이는 건지,

팟 캐스트 프로그램 제목을 들어본 일이 없었고,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일상기술연구소'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 책을 펼쳤다.

 

책표지의 이 그림도 일조하였다.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의 일상은 이 세컷의 그림이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지개를 켜는 그림이면 일상생활의 지난함 쯤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고,

결론적으루다가 얘기하면 참 괜찮은 책이긴 하지만,

이런 책이 이제서야 나온게 아쉽다.

조금만 일찍 나왔더라면,

좌충우돌하며 보낸 나의 과거가 좀 더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이는 부질없는 것,

인생을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쫌' 살아본 나도,

이 책을 통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 몇 가지 정도는 습득할 수 있었다.

기술이라기 보다는 마인드가 더 정확한 표현일수도 있겠다.

언제고 어디서든 궁금한 것은 탐구하면 되고,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

그걸 이 책에서는 '가르친다, 배운다' 라는 표현보단 '공유'라고 얘기한다.

 

그동안의 나는 뭐든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두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조차도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다.

버거웠지만 대놓고 배척할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우선 순위를 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혼자서 뭐든지 잘 할 수 없으니,

손 내밀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별법' 같은 것도 '기술'이라기 보다는 '기준'을 정하는 마음가짐 같은 거다.

제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요.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값으로 환산해서 당당하게 요구하느냐입니다.

시간당 얼마, 이런 식으로요. 자기 기준이 없으면 남의 기준에 끌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당당히 물어보는 편입니다. 그 일은 시간당 계산하면 어떻게 돼? 그랬을 때 딱 나오는 사람은 프로예요. ㆍㆍㆍㆍㆍㆍ미리 정한 기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주어도 마음이 괜찮을 것 같으면 단가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면 그냥 거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32~33쪽)

 

'돈 관리의 기술' 같은 것도 아주 유용했다.

여지껏 돈과 관련하여 나만의 소신있는 기준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돈 얘기를 한다는건 왠지 겸연쩍었고,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추상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었다.

 

이 책에선 물건을 사고 났을때의 기분을 계속 필터링 해봐야,

다시 말해 20, 30대에 계속 해봐야,

40, 50대가 되었을때 경제생활에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덟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는,

멀티 테스킹이 되는 이로의 얘기도 흥미로웠다.

어쨌든 기술이라고 치면, 스스로 깎아먹는 얘기라는 걸 아는데요. 뜻이 맞는 사람을 모으지 않아요. 제가 정한 기준의 하나가 가까운 사람하고 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근데 주로 뜻은 가까운 사람하고 맞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의기투합 하거나 으쌰으쌰 한다는 측면이 제가 일할 땐 아예 존재하지 않고요. 그냥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까,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한 팀을 꾸리고요. 일을 할 때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 않고 이메일이나 문주로 소통하고 클라우드 상에서 보통 일을 한 뒤 결과물을 낸 다음에 다시 흩어져요. 회식도 잘 안 하고요.(69쪽)

일의 종류나 성질에 따라 약간은 다르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멀티 테스킹이 불가능하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고,

그런 반면 내 자신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내 자신을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은연 중에 내가 아니까 상대방도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고 띄엄띄엄 스킵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금고문, 금정연 님의 삶도 인상 깊었는데,

저는 원래 진짜 개인주의자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저 혼자 자랐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사실 책 읽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있는 게 질린다고 해야 할까요? 에너지가 떨어지고 자기 자신하고 같이 있는 게 더는 재밌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점점 더 사람들하고 같이 하는 걸 찾게 되는 것 같아요.(129쪽)

 

나랑 비슷한 것 같지만 어느 부분에서 확연하게 반대이다.

직장에서 사람에게 치이고 관계에서 힘들어한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있는 삶을 꿈꾼다.

말을 할수록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모되고,

쉬면서, 여백 속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운다는걸 너머 '공유'하는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 정점이 '함께 사는 것'이 아닐까.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더불어 사는 것이나 역할 분담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가족이 아닌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은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함께 사는 것'을 얘기를 통해서 조율하고 풀어나가는 방법도 긍적적이지만 쉽지는 않을터,

그렇게 '함께 얘기 하며 풀어나가는 자체'로 스트레스 받고 버거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책의 많은 '기술'들이 처음엔 적용 불가(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가만히 얘기를 듣다보니(실상은 책을 읽은 것이지만,)

천천히 마음을 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토론을 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이전에,

기술자(?)가 하나하나 이론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걸 제책임 님은 이렇게 갈무리하는데,

ㆍㆍㆍㆍㆍㆍ말씀하신 것처럼 보편적인 기준,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정상 혹은 평균치라는 것들을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한 발짝 떨어져서 자기만의 질서, 조직화를 꿈꾸면서, 또 시도하면서 살아가는 분(156쪽)

이것이 이 책에서 얘기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그리고 그들의 삶이 그럴듯 하고 부럽기는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내달림 사이의 쉼,

가득 찬 삶이 아닌 여백을, 사랑한다.

 

뜨문 뜨문 넘기며 훑듯 읽어도 좋겠고,

앞에서 뒤까지 차근차근 정독을 해도 좋겠다.

그러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엿볼 수도 있겠고, 함께 공유하고 터득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때론 삶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고,

일상을 사는 기술까지 연구해야 하는건가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걸 어쩔 수 없다.

그런 '일상 기술'에 대비하여 '딴짓'을 생각해 봐야겠다.

일상기술연구소 만큼 딴짓연구소도 근사하니까 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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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29 05:46   좋아요 1 | URL
일상기술연구소 팟캐스트 저는 대개 따분하더라는. 게스트 좋을 때는 가끔 노다지ㅎ
프로페셔널한 제목이나 금고문 정도 나오는 프로치고 뭔가 참 동네반상회 같이 심심함요ㅎ; 소위 정보 팍팍 팟캐스트 스탈이 아닌게 패널 성향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조용한 팟캐스트 듣고 싶다 싶을 때 들으면 좋더군요. 김영하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 비슷한 효과ㅎ;

양철나무꾼 2017-06-30 09:2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전 지금 일부러 챙겨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없고,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남자가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은근 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