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 - 아기가 행복한 엄마 마음 색칠태교
이상미 글, 이보라.김연주 그림 / 책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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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휴일, 더는 미룰 수 없이 가까운 근교로 꽃놀이라도 가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첫번째 두번째 애인이 세트로 장염에 걸려주시는 바람에,

집에서 이리저리 떼구르르 구르며 아주 맘 편하게 죽과 보리차, 이온음료만 준비, 항시대기하는 걸로 '상황 종료', ㅋ~.

덕분에 첫번째, 두번째 애인과 쪼르르 거실에 누워 종.편.에서 해주는 '또오해영'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몰아서 보게 되었다.

남편과 아들은 시간 죽이기 용으로 졸다 보다가 하고 있었고, 때문에 요즘 대세라는 인기없는 오해영(=서현진)에 주목하며 히히덕 거리고 있었는데,

반해 난 전혜빈 분으로 나오는 인기있는 오해영에게 완전 몰입하여 오열을 했다.

인기있는 오해영의 성장과정이, 미움받지 않고 다 잘하려고 애를 쓰는 그 모습이 그동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애잔했다고 해야할까?

 

에릭(박도경)의 어머니가 그런 인기있는 오해영의 뒷조사를 한 후 에릭에게 버리라고 하자,

 "나 걔 불쌍해서 못 버린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나한테도 버림받아야 하냐. 걔 사람들에게 엄청 상냥하다. 미움 받지 않으려고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웃으면서도 눈동자는 떨린다. 그런 애를 어떻게 버리냐"고 말한다.

박도경의 어머니가

"그게 사랑이냐. 측은지심이지."

라고 하자

"측은지심이어도 된다."고 한다.

박도경의 어머니가 그 대활 녹음하여 인기있는 오해영에게 꼭 들어보라고 전해준다.

인기있는 오해영은,
"그날 처음 과호흡이 왔다. 가장 들키기 싫은 사람에게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저질스러운 부모가 아닌 자유로운 부모를 둔 것처럼, 상처 없는 것처럼 악착같이 생글거리며 살아왔는데 그걸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니. 밤에는 치욕에 이가 갈리다가도 아침에는 보고 싶어 울었다. 끔찍하게 사랑했던 사람을 치욕으로 떠올리며 살았다."

라고 되새긴다.

 

어린 시절의 내가 인기있는 오해영 같았다.

왜 그랬는지는 여러 번 언뜻언뜻 얘기했었으니, 미루어 짐작을 하시든 찾아 읽으시든 재량에 맡기겠다.

그래서 인기있는 오해영처럼 악착같이 했고,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 한번 안 하고 생글거리고 살아왔는데,

내가 사랑했고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었던 단 한명의 사람으로부터 저런 얘기를 전해들었다면,

난 어땠을까 생각하니 폭풍눈물이 났다.

 

암튼 서론이 길었다.

내가 잡기에 능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느라 이리 되었는데,

나도 인기있는 오해영처럼 학창시절 잡기에 능하다는 이유로 이쁨 받기보단 질투와 시샘의 대상이 되었다.

때문에 오해영 앞에 붙인 '인기있는'이란 수식어는 '구별을 위해서'붙인 수식어일뿐 실제에선 잡기에 능하면서 인기도 있긴 힘들다.

뭐, 하지만 이젠 나이도 좀 되어 주시고, 그런 것들이 거추장스러운 옵션일지라도, 그런 재능을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 '이상미' 님도 잡기에 능한 팔방미인이다.

언젠가 린넨 주머니에 이쁘게 그림을 그려 보내준 적이 있는데,

난 토스터기 커버로 쓸 린넨 천이 부족하여 뜯어 조각잇기를 했을 뿐이고~--;

 

요번엔 '엄마의 시간'이란 색칠태교 그림책에 글을 썼다는데,

난 색칠 태교가 필요한 엄마의 마음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컬러링을 '쫌' 하며 마음을 갈고 닦아온 터라,

도구도 빵빵하게 갖춰져 있다, ㅋ~.

수채색연필과 유성색연필 번갈아 사용하는데, 난 개인적으로 수채색연필을 사용하는게 더 좋다.

요즘은 붓펜을 사용하면 투명대롱안에 물을 담아 덧칠을 할 수 있어서,

편안하게 물감 없이 색연필만으로도 원하는 수채화의 질감을 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알록달록하고 연한 듯하면서도 화사한 색감이다.

수채화가 좋은 건,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번지고스며들고 물들어 색을 내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재지도 않는 것이, 그러고보면 수묵담채화와도 닮았다.

 

이 책이 좋은 것은,'아기가 행복한 엄마 마음 색칠 태교'라고 하여,

그림과 함께 임신주수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 상태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실어,

색칠을 하면서 태교가 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으로 가늠하며 준비를 할 수 있어서이다.

 

다른 컬러링 책과의 차이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행복한 색칠태교를 위한 컬러링 가이드'라고 하여 '태교'에 방점을 찍는다.

때문에 다른 컬러링 책들은 그냥 자기가 색칠하고 싶은 대로 칠해도 되겠지만,

이 책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물을 다루어서 친근한 느낌을 주지만,

그것들을 대충 칠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칠할때 가장 어울리는 조합인지 찾아 보는 방법도 안내해 주고 있다.

 

하긴 마음대로 칠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도 하지만,

미술치료라고 하여 하나의 치료법이 따로 존재하는 추세이기도 하니,

색깔과 감성과의 관계를 대충 알아두면

스트레스를 받았을때나, 기분이 울적할때에, 화가 날때 등,

컬러링을 기분전환에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않을까 싶다.

 

컬러링 책이라고 하여 그림만 가득이지 않다.

이렇게 이쁜 글들도 넘쳐난다.

그림도 단순한 그림만이 아니고,

메인 그림이 있고, 그 그림 주변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그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도, 사람도, 부분은 전체를 대표하고...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일정한 패턴을 반복한다. 

얼핏보면 컬러링 그림책 한권이지만, 참 많은 것들을 야무지게 제대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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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6-13 10:03   좋아요 1 | URL
언니의 재주는 어쩌시구요 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