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이게 나인 걸! - 조금은 뾰족하고,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지만
텅바이몽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겉표지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감이 온다. 선인장 가면을 쓰고 있는데, 단순히 나를 가리고 포장하려는 용도만은 아니다. 선인장에는 가시가 있다.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가시로 위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시가 외부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할 때도 있어서 문제다.  

저자는 더 이상 '척척척'하지 말고 과감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라고 도전한다. 더 이상 나를 숨길 이유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다.  

"어쩌겠어, 이게 나인 걸!"  

한국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을 숨기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된다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슬픈 일을 경험하면 울어야 하고 화날 때는 인상도 써야 한다. 반면, 즐겁고 기쁠 때는 신나게 웃어야 한다. 이것이 정상이고 건강한 모습이다.  

감정에 솔직해야 될 뿐만 아니라 거짓 감정에 조심해야 한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억지로 웃는 것이 대표적인 거짓 감정이자 가식이다.  

가끔은 내 안에 여러 생각과 감정이 공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중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진정한 나 인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바로, 이 모든 모습이 바로 다 내 모습이다.  

인간은 관계에 의존하게 매달리는 본능이 있다.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연락할 친구가 없다고 느낄 때 더 외롭고 슬퍼진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반기를 든다. 연락할 친구를 찾으려고 시선을 외부로 옮기지 말고 내부를 들여다보라고 한다. 바로 나 자신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특히,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나서는, 내 비밀이 새 나갈까 봐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즉, 나와 대면해야 하는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나를 들여다보면 저자가 말하듯이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구나."를 깨닫게 된다.  

나를 더 들여다보면 내가 하는 말들 중에 무서운 말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원래, 어차피, 무조건' 이런 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질문한다.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순간, 더 이상 소통이 되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주기적으로 내가 자주 쓰는 용어들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하는 모든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상대방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지나가는 무수한 말들이 상처가 될 수 있다. 그 모든 말을 받아줄 필요 없는 것이다. 자체 필터링이 필요하다. 

SNS야말로 '척척척'의 끝판왕이다. SNS만 보면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 같고 맛있는 것만 먹으러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진 찍느라 음식이 다 식기도 하고 같이 가는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진 찍는 그 순간만 좋아 보이지 실제로는 대화 없이 먹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같이 먹는 사람인데, 사람을 놓치고 음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회사 사무실이 8층인데, 일하다 창문 너머 하늘을 가끔 쳐다보게 된다. 미세먼지가 너무 많은 날은 쳐다보면 더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맑은 날은 계속 쳐다보게 된다. 가끔 환상적인 구름들이 떠 있으면 넋을 잃고 쳐다볼 때도 있다. 저자도 이 구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짜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진짜 다 공짜다. 멋진 예술품을 보려면 관람료를 내야 하는데, 이 구름들은 다 공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도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데,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욕심이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애 주의사항인데 연애 주의사항이기도 하지만 부부 주의사항이기도 하다. 결혼한 유부녀, 유부남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아예 적어서 들고 다니거나 집에 붙여 놔도 좋을 것 같다. 

1.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쁘게 내어줄 것. 
2. 서로 사랑하기도 바쁜 시간에 마음 가지고 밀당하지 말 것. 
3. 힘들 때 서로의 곁을 지켜줄 것.  
4. 상대의 사랑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5. 오랜 시간 두 사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6.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애쓸 것. 
7. 진심을 담아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할 것. 
8. 사랑하는 동안에 최선을 다할 것. 
9.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갖고 궁금해할 것. 
10.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줄 것. 

"더 이상 무거운 가면을 쓰고 힘들어하지 말자고, 
좋은 척 행복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면을 벗는 이 작은 일탈을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