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2주 실천 프로그램
브라이언 모런.마이클 레닝턴 지음, 장진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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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을 1년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보자

 

 

  김미경의 인생미답에 나오는 이야기. 매일매일을 연초로 생각하자. 11일이 되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흐지부지된다. 의욕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할까.
  그렇다면 매일을 연초라고 생각하고, 생각날 때마다 계획을 세우면 되지 않을까. 매일이 연초면 매일 의욕이 날 테고. 어떤가. 꽤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이 역시 어쩐지 흐리멍덩한 기분을 주는 모양이다. 매일이 연초면 오히려 특별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3개월을 1년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짜서 실천하는 방법도 시간 관리 관련 책에 자주 나온다. 3개월은 일정 정도의 성과는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시간이면서도 1년만큼 늘어지지 않으니, 시간 관리 방법으로 꽤 괜찮은 모양이다.
  남 이야기하듯이 말하는 이유는, 일단 연초에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는 대책 없는 인간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절실해서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지, 구경하는 재미로 읽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후자다. 남 이야기일 수밖에.
 
  이 책은, 3개월 단기 주기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고 있다. 개인, 회사 어디서든 쓸 수 있다. 본인이 영업팀 팀장인데 어떻게 해야 팀원을 의욕을 고취해서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어떻게 팀원들 의욕을 고취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굳이 회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서도 이 방법을 썼다. 매일 전화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고. 그 덕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후회가 적었다고.
  즉 자신이 현재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성과를 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 봐도 된다.
 
  목표(비전)을 만들고, 계획을 짜고, 과정(프로세스)를 밟고, 목표에 헌신하고, 마지막으로 평가하라. 새가슴이면 평가하지 않는 쪽이 낫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나은 모양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확인하면, 자신이 지금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인다고. 확실히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는 도움이 된다. 다만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면 그만두고 싶어지니 문제지. 어디까지 자신을 채찍질할지는 잘 결정해야 한다.

  다만. 분명 좋은 이야기이기는 한데. 어째 좀 거슬린다. 모든 인간이라면 위대해지고 싶지 않느냐는 이야기부터. 누누이 말하지만, 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서. 위대해질래, 그냥 평범하게 살래? 물으면 평범하게 산다고 대답한다. 위대한 인간이 되려면 노력 많이 해야 하는데. 귀찮다. 심지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을 패배자니 뭐니 몰아붙이는데, 그냥 각자의 생각이 있다고 해주면 좋겠다. 이왕 말할 것, 좋게 돌려 말해도 되지 않나.
 
  지금보다 좀 더 치열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아도 괜찮을 책. 지침을 상세하게 적어두었기 때문에 의지력만 있다면 바로 실천할 수 있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고민할 시간에 일단 저지르는 게 최선이다. 실패하면 어쩌지, 이 생각은 실패하고 나서 하면 된다. 자랑스럽게 할 말은 아니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인생 살 방도는 또 생긴다.
부디 변화를 바라는 당신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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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누군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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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의 초기작을 모아둔 느낌의 단편집

 

 히가시노를 정식으로 알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히가시노 책을 맨 처음 읽은 건 고등학교 때. 일본 영화 비밀. 매우 독특한 소재였기에 볼까 말까 정말 망설였다. 일본 영화는 재미없다는 이야기만 안 들었어도, 봤을 텐데.
  그래서 도서관에서 비밀의 원작 소설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빌려 왔다. 단번에 다 읽었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어린 몸으로 돌아갔다. 그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건 당연하겠지. 딸의 인생을 보상해준다고 말을 하면서도, 아내는 새로운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도. 딸 연기까지 해가며 남편을 속일 건 뭐가 있는지. 짜잔. 아내의 인격은 사라지고 완벽한 딸의 인격이 되었어요. 그렇게 남편에게 말한 뒤 새로운 남자와 혼인한다. 하지만 남편도 아내도 전부 알고 있다. 실상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빠 안녕. 읽으며 계속 비밀을 생각했다. 찾아보니 비밀의 초기작이라고. 아아. 그렇구나. 비밀을 축약한 듯한 단편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비밀을 떠올렸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읽은 책인데, 흐릿하게나마 스토리가 떠오른다.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책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내가 무언가를 평가할 때는 그러려니 하는 게 좋다. 싫다고 투덜댔지만, 사실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잘 모른다. 그냥 그렇지 않을까 추측할 뿐. 나는 내게도 진실을 잘 말하지 않는다. 비밀주의다. 익숙해서 신경 안 쓴다. 그러려니 할 뿐.
 
  인상적인 단편이 많았다. 아빠 안녕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건 레이코와 레이코. 강간을 당한 그녀는, 그 충격으로 이중인격이 되어,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아 준 여자의 남자친구를 살해한다. 그리고는 그 충격으로 다행히 본래 성격으로 돌아온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일.
  하지만 마지막에서 이야기가 전환된다. 정말로 이중인격일까. 사실 인격변화는 없었던 게 아닐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실은 진심으로 복수하고 싶어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히가시노의 소설에는 섬뜩한 방식으로 복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질문에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안 좋은 쪽으로만 대답이 떠올라서.
 
  히가시노 책 자체가 무조건 평타는 친다. 고로 히가시노 책 좋아하는데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망설임 없이 읽어보면 좋겠다. 아빠 안녕이 마음에 들었다면 비밀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백야행과 같이 히가시노답지 않으면서도 히가시노다운,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마음에 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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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박혜성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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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입문서로 괜찮은 가벼운 미술책

 목요일 오전.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예약하신 책이 도착하였습니다. 토요일까지 찾으러 와주세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도 안 읽었는데, 읽을 책 쌓여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야.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줘. 이런 기분으로 개는 어디에”,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그 무렵 누군가를 후다닥 읽었다. 후다닥 읽었다고 대충 읽은 건 아니다. 진짜다.
 
  이 책도 예약을 걸어두었던 책. 잊고 있을 즈음 도착했다. 7월 중순 즈음에 미술책 읽겠다며 예약해 둔 책인데. 이미 관련 책 몇 권을 읽었는데. . 상관없다. 어차피 읽어도 모르니, 한 권 정도 더 읽은들. 쓰고 나니 어째 갑자기 슬퍼진다.
  이 책은 구도가 어떻고 상징이 어떻고, 재료가 어떻고, 이런 이야기 일절 없다. 아니 잘 찾아보면 한두 개 정도는 있었을 수도 모르지만, 전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찾아보세요, 이런 느낌.
  단지 그림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령 칼로의 그림을 다룰 때는, 칼로의 바람둥이 남편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든지. 칼로가 안 그래도 몸도 힘든데, 이 바람둥이때문에 마음고생하느라,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에 매달렸어요. 이러며 관련 그림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그림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래도 모르지만.
 
  책 말미에는 짤막하게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쉽게쉽게 쓰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읽을 수 있다. 이걸 읽고 그 복잡한 미술사를 다 이해하는 건 무리지만, 그림을 보면서 대략적인 시대 구분은 가능하다.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고, 단순히 어디 가서 책잡히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하겠지만, 흥미를 붙이는 게 우선이다. 처음부터 부담스럽게 이것저것 강요하면, 일단 집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유명한 블로거가 쓴 글이라고 한다. 서양 미술에 대해 착실하게 설명하는 글을 정기적으로 써낸 블로거가 있었나 보다. 멋지다. 자기가 아무리 잘 아는 분야라고 해도, 글로 설명하려면 힘들다. 어떻게 설명해야 잘 이해할 수 있는지. 혹시 지금 내 태도가 오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지. 표현이 격해서 오해를 사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 다 해야 한다. 쉽게 쓴 것 같은 글일수록, 공이 더 많이 들어간다. 진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부분은, 141쪽의 그림은 대상이 보이지 않아도 감동할 수 있다305쪽의 회화는 대상이기 이전에 색체로 뒤덮인 평면이다”. 추상화와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내게, 이해의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그렇구나 단지 좋으면 되는구나. 지금은 이해 잘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해할지 모른다. 아마도.
 
  미술은 알고 싶지만 자세히는 알고 싶지 않다면 괜찮은 책. “그림에 끌리다처럼 서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대신 그림 내용만 딱딱 설명하니, 이쪽이 편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강점일지도. 관심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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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서랍 - 말, 인생을 원하는 대로 끌고 가는 힘
김종원 지음 / 성안당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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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다듬는 시간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이기에 평소와 어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말의 서랍을 만들고, 필요한 말을 저장해두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말의 서랍은 정확히 무엇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하는 모든 말은, 내게서 나온다. 내 사고방식. 내 가치관. 내 말투. 전부. 그렇다면 이 책의 결론은, ‘자신을 갈고 닦자가 되지 않을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진부함을 꽤 좋아한다. 진부하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중요하지 않다면 질릴 때까지 반복할 이유도 없을 테고.
 
  타인 눈치는 그다지 보지 않는다. 승진을 포기하니 눈치를 볼 일 자체가 사라져서. 타인 눈치 보며 마음고생하느니, 그냥 돈 적게 벌고 내 멋대로 사는 게 더 좋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한 마디를 더 하는 분이 계신다. 새벽 4시에 세탁기를 돌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런 것 참을 성격 아니지 않아요?”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그렇다. 기상 시간이 4시가 아니라면, 아마 윗집 찾아가서 문 두드리며, 세탁기 돌리는 시간 바꾸어 달라고 하겠지. 두 번째까지는 웃으며 말하겠지만, 세 번째 되면 아마 경찰 부를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귀찮아요.” 웃으며 넘겼다. 그래도 어째 계속 걸린다. 내가 예민한가. 하지만 이런 일이 몇 번 있다 보니, 거리를 두게 된다. 굳이 사서 기분 나쁠 필요는 없으니까.
  타인의 단점이 보일 때는, 그것이 내 단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나도 어쩌면 한 마디가 많은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기품, 치유, 긍정, 자존감, 공감, 안목. 6개의 말의 서랍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불쾌한 사람에게는 기품의 서랍을 열고. 상황과 때를 맞추어 안목의 서랍을 열어 말을 꺼내면 된다는 책.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인격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 간다. 말을 담는 건 인격이기 때문에. 정신론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기술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있다. 가령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든지. 칭찬할 때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말해주어야 한다든지.
  전문 강사이기 때문인지, 예시도 풍부하다. 가끔은 이 예시는 너무 거창하지 않나, 거부감이 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극단적인 예시이기에 신빙성이 들 때도 많다. 중요한 부분은 강조해 두었기 때문에, 훑어볼 때도 유용하다. 지나치게 떠먹여 주는 건 아닌가 싶지만, 바쁜 시간에 책 전부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인지도.

  책에서도 몇 번 언급하지만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말을 잘 하는 법이 끊임없이 책으로 나오는 건,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 생각 없이 말하면 나쁜 말만 튀어나온다. 이런 말들을 좋은 말로 바꾸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책은 어디까지나 지침일 뿐.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뻔히 알면서도 이런 책을 계속 읽는 건,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 효율적일까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지름길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거리를 줄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대부분은 악도 선도 아니다. 상처를 주기 위해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상처를 준다. 뻔히 알면서도 상처받는다. 그렇게 몇 번 받다 보면, 아예 피해버린다.
아무리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지만, 사서 미움받을 필요는 없다. 체념이 필요하다고 해서 처음부터 체념하는 건 역시 이상하다. 단순히 말을 잘 하는 것을 떠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소화하는 시간은 분명 걸리겠지. 바뀌는 건 절대 쉽지 않겠지. 그래도 내가 이런 점이 문제구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알고 있으면 비슷한 행동이 나올 때, 눈치채고 멈출 수 있다.
  가끔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그리던 내가 될지도. 갑자기 공익광고가 되어 버렸다. 난감하니 후다닥 마무리 짓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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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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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를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

 부제로는 남편 이해하기 제2도 매우 끌렸지만, 보편적인 제목으로 달아두기로 했다.
그러면 시작하기 전에. 서평단 이벤트로 당첨된 책이므로 평소와 논조 어조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하지 않는다. 평소 지론. 나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데, 남을 이해하겠다니 얼마나 오만방자한 생각이냐. 거창하게 떠들고 싶지만, 단순히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남편 이해는 시도한다. 부모님 앞에서도 숨긴 내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는데, 그래도 내가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 귀찮음보다 호기심이 더 우선한다.
  이런 이야기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욕먹는다. 내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봤다. 바본가. 내가 사진을 뿌릴 만큼 초절정 미인이면, 남편이 왜 그러는지 궁금해할 이유가 없잖아.
 
아무런 조건도 없는데, 혼자 사랑하는 건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이다
특별하고 유일하며 대체 불가능한 사랑은 그만큼 어떤 특정한 조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각각 책 93, 96쪽에 나오는 말. 이 책은 저 두 구절만으로,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이번에도 남편 이해는 포기했지만, 대신 내가 왜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려 드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남편의 진심만으로 유지되는 이 관계가 무섭다. 이유가 있어서 반했다면 그 이유를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좋다고 하면, 뭘 해야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모르는 이 관계가 부담스럽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유를 찾는 거다. 이유를 찾아내면,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가실까 봐.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한다면, 연애와 철학의 접목 정도. 칸트, 공자 등 한 번 정도는 들어볼 수 있는 철학자의 말을 곁들여가며 연애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지는 않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으, 마음에 드는 구절은 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되새겨보며, 그렇게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
  연애의 외로움, 연애의 두려움, 연애의 노력, 연애의 기대와 희망. 이런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세이 형식이기에, 원하는 부분을 뽑아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아서 이것저것 메모를 정말 많이 했다.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reading2book"을 방문하면 독서 노트에 적어둔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무슨 좋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면 이쪽도 확인해주면 좋겠다. 블로그와 달리 간단히 적기 때문에, 업데이트도 이쪽이 더 빠르다. 광고다.
 
연애를 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전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사랑하는데 그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럴 때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된다.
내 마음은 내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제3자의 시선으로 보다 보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 걱정하는 것이 보인다. 그럴 때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면 된다. 모두가 그렇다. 한 마디를 중얼거리면서.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음은 편해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을의 연애와 함께,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듯. 을의 연애는 힘겨운 을의 연애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랑살랑 어루만져주어 좋다면, 이 책은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좋다. 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끔은 사색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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