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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ㅣ 케이스릴러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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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어른이 되었어요?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었냐고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어른이 못 되진 않아."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게 이보다 더 안심은 없다.
두 달 전 젊고 아름다운 나의 양부모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자도 어른이 되었으니 나도 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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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양부모를 잃은 아홉 살 해나,
그러나 여러 차례 파양을 경험했던 해나는 또다시 파양될 수 없다는 마음에 양부모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보호자를 구하려 했고, 그렇게 전과자인 여경을 만나게 된다.
여경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시절의 사건으로 전과자가 되었고,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기껏 구한 양로원에서 전과 사실이 알려지자 해고당하고 만다.
그렇게 해나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 여경에게 어느날 발신표시제한 문자가 오고, 문자에는 9년 전 죽은 엄마가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닌 살해당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자에 함께 첨부된 유골함 사진으로 납골당을 찾아보려고 구청을 찾았으나, '주여경'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유골함을 가져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주여경', 이건 여경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쌍둥이 동생, 즉 이모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녀가 엄마의 유골함을 가져간 걸까?
여경은 해나의 양부모의 옛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이모와 외할머니...
그러나 그녀들은 여경을 차갑게만 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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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해지고, 해나와 여경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져갔다.
해나의 양부모는 왜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은 걸까?
거기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여경의 엄마의 죽음에도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떤 걸까?
무엇보다 여경에게 발신표시제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인 걸까?
해나가 과거 파양당한 일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속상하고 안타깝고 화가 났다.
'입양'이라는 절차는 엄청나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마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형을 고르듯 입양을 하고 상황이 제 뜻대로 되지 않으니 다시 버려 버린다.
여경의 과거 또한 순탄치 않았고, 그런 여경이 이렇게 마음이 온전하고 바르게 자란 것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비록 그녀가 전과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엄마나 아빠, 부모의 사랑 등은 그 아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했는데 오히려 사랑을 받지 못한다.
어른답지 않은 무늬만 어른인 사람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아이를 때리고, 그런 남편을 말리지 않고 도망쳐 버리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해나와 여경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계속 바라고 바랐다.
그런 그녀들을 의심하고 이용하려는 어른들도 나타났지만, 현명하고 똑똑하게 잘 대처해서 결국은 좋은 결말이 있기를 바라고 바랐다.
해나와 여경, 두 사람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계약 관계였던 둘이었지만, 그녀들은 점점 가족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문장들도 너무 좋았다.
도대체...언제 끝나요...
아홉 해도 못 되는 시간을 산 아이가 우리에게 묻는다.
어른이 되면 끝나는 거냐고.
어른이 되면 답을 알 수 있냐고. (408쪽)
겨우 아홉 살의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해나와 그런 해나의 보호자가 된 여경...
이제는 해나와 여경에게 힘들고 슬픈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해나와 여경이 겪은 일들은, 결코 그녀들의 잘못이 아니기에...
그것은 그녀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 몬 나쁜 어른들의 잘못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