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이 될 수 있었던 건 미운오리 그림동화 7
히도 반 헤네흐텐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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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꽃 속에서 함박웃음 짓는다

랄프 왈도 에머슨

새빨가안 양귀비 꽃이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맞고

조금씩 조금씩 기지개를 켜다가

활짝 피어납니다.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엄마, 아빠의 얼굴도 보고

언니, 오빠들과도 만나서 인사를 나누어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무지갯빛으로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수많은 꽃 친구들이 있었어요.

데이지, 꼬리풀, 물망초, 패랭이꽃,

수레국화, 제비꽃, 매발톱꽃.....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마음에

행복이 퐁퐁퐁 솟아오를 것 같은 풍경입니다.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마음속에 분노와 불만이 가득찬 누구라도

각자의 색과 향기를 뽐내는

아름다운 꽃이 잔뜩 피어있는 모습을 본다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 화를 어느새 잊고

그 풍경에 완전히 빠져들어 버릴 거예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주는 꽃,

꿀벌과 나비와도,

그리고 뿌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흙과

비와 바람과 구름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꽃과 상호작용하며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어울리며

서로에게 필요하고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라는 의문보다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다짐으로

그렇게 내 주변부터 차근차근 밝혀 나가면서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감사히 주어진 내 앞의 생을

그저 충실히 하루하루 살아 나가야지요.

오늘도,

그렇게 살아 나갑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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