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마을
신나군 지음 / 월천상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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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보와 SNS, 메신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

눈만 뜨면 새로운 소식과 정보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고, 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의미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진짜 궁금한 것인지 궁금함을 강요당한지 모른 채

눈과 귀와 모든 감각을 빼앗겨버린 채로

핸드폰 속 또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림책 속 컵마을 사람들처럼

각자가 하나의 컵처럼 부유하는 세상.

나의 컵 세상 하나 지키기에도 벅차다고 느끼며

내 컵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한 사람은 없었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다.

어쩌면 바로 옆에 살고 있었으면서

서로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산책하며 만난 쪼꼬에게 내민 손,

그리고 시선을 밖으로 돌려 바라보니

누군가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던 수많은 강아지들과

용기가 없어서 미처 다가서지 못했던

컵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아주 작은 멈춤, 그리고 바라봄이 아닐까.

나의 컵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시선을

밖으로 잡아 끌어내어

컵 밖의 더 생기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세워져 있던 컵이 우연히 쓰러지며

모두가 컵을 옆으로 쓰러뜨려 사는 모습에서

세상을 바꾸는 건 아주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용기있는 누군가가 나서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작가의 아름다운 시선과 메시지에 감사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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