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들꽃 에디션)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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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주하고, 가슴 뛰게 했던 이 단어를 아꼈다가 쓰고 싶어 망설이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은 지 13분째!


언능 이 단어부터 말해야겠다.


'공감'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


저자 정혜신 씨가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전문서를 쓴 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정혜신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써 내려간 공감에 관한 심리책 '당신이 옳다'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책을 내려놓고 내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그래! 나는 이런 공감을 원했어라고 공감하며 공감받지 못했던 순간을 기억하기도 했고, 그래! 나는 이런 공감을 해주지 못했다고 괴로워하며 탄식하기도 했다.


감사한 건 그래! 나는 이런 공감을 받았어 라는 기억도 있다는것. 내게 주어진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수 있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스타들의 공황장애 관련 글에 '그만큼 돈을 버니깐 감수해야지' 식의 댓글을 종종 목격한다. 그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35쪽부터 41쪽을 읽어보시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


71쪽부터 시작되는 '공감의 외주화'도 꼭 한 번씩 읽어 봤으면 하는 파트이다. 아이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말을 학교에서 전해 들은 엄마가 하는 사고방식은 나 역시 99% 확률로 할 법한 사고방식이어서였을까? 그 파트를 읽으며 '공감의 외주화'에 익숙해져 있음을 깨달았다. 


산후우울증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83쪽부터 92쪽도 우울증에 대한 인식 변화를 줄 거라 생각한다. 이 파트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파트도 울림이 컸고, 모임에서 역사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남자에게 다가갔던 사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공감은 칭찬과 인정이랑은 다르다는 것도 명확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준다.



마음과 행동도 다를 수 있고, 마음이 옳다고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라고 말씀해주신 것도 와닿았다...아아.... 실제 상담하며 마주했던 분들이 보낸 편지들은 또 어떠한가... 각 사연마다 정혜신 씨가 해준 말에 울컥 눈물이 고이기도 했지만 위로되고 고마웠다. 왜 내가 치유되는 느낌이었을까? 그 이유 역시 책을 읽으며 공감해 갔다. 


책에서 많은 단어를 주워 담아 수첩에 옮겨적었다.


적정 심리학, 심리적 CPR, 일상의 외주화, 충조평판, 심리적 조망권, 아픈 기억의 습격...


어쩌면 이토록 단어들을 상황에 꼭 들어맞게 사용하셨는지, 내용과 별개로 글솜씨에 치이기도 했다. ㅎㅎ


출판사에서 받은 책의 리뷰를 쓸 때 해당 책을 추천한다는 말은 너무나 진부하고 책의 진가를 낮추는 멘트 인 것 같아 매우 자제하며 사용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 진부하고 낮추는 한 멘트를 필수로 넣고 리뷰를 마치려 한다.


꼭 읽어보세요.


꼭 말입니다.


제 체중을 다 실어서 추천합니다.


 사람의 삶에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p.23)

 물리적 허기만큼 수시로 찾아오는 문제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다.(p.26)

 현대 정신의학이 의학적, 과학적 영역을 떠나 산업의 문제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p.26)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 (p.57)

 내 가치관이나 신념, 견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내 부모의 가치관이나 책에서 본 신념, 내 스승의 견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감정은 오로지 '나'다.(p.57)

 직접적으로 감정 노동자 군에 속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직장 생활의 본질은 고된 감정 노동에 속한다. (p.78)

 자기 존재가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 순간은 당사자가 누구보다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생명의 본능이다.(p.108)

 한사람의 힘이 그렇게 강력한 것은 한 사람이 한 우주라서 그럴 것이다.(p.110)

 찬찬히 묻지 않고 자세히 살피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재단하는 건 선무당이나 하는 짓이다.(p.123)

 억누르고 살아야 성숙한 사람이라는 편견 때문에 상처를 지나치게 억눌러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p.151)

 사람은 단세포가 아니라서 어떤 경우든 복잡다단한 감정이 당연하다.(p.157)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나에게는 파괴적인 행위고 상대에게는 자기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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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별 투성이라 주운 것을 모두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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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치앙마이
곽명주 지음 / 쉬는시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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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어떤 사고 과정에서 나온 문장인지였다.


그 문장과 치앙마이라는 도시는 또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그 내용을 어떻게 녹여낼까?


이런 호기심은 머리말을 읽을 때부터 풀렸는데, 으레 여행을 가면 우리는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가지게 되는데 그 강박을 벗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이번 여행의 큰 방향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기에 제목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치앙마이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장소가 꼭 치앙마이이여 만 했던 이유까지는 모르겠다.(책에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까지 따로 풀진 않음) 그렇지만 본문에 치앙마이였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가능했다니 결국 치앙마이어 야 한 이유는 말한 게 되려나?ㅋㅋ (치앙마이 이후 파리에도 갔는데 파리에서는 이것저것 하셨다고 함 ㅋㅋ)


강박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려 했던 저자가 치앙마이에서 제일 많이 한건 멍 때리기이고 오늘 뭐 먹을까가 가장 중한 고민이고 행복한 고민이었단다. ㅋㅋ 밥값은 저렴한 편이었지만 그에 비해 커피값이 비싸서 계속 이 가격이면 밥 몇 그릇인데를 계산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비슷한 가격을 내고 다양한 품질 좋은 커피 맛을 볼 수 있다며 몇개의 카페와 (겸사겸사) 식당을 소개해준다.


치앙마이는 관광할 것이 별로 없지만 인터넷이 잘되고 물가가 싸서 한 달 살기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하니, 외국에서의 한 달 살기가 로망인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듯(그래서 이미 인기 있는 장소일지도)


제목이나 표지는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내용은 감성적보다 현실적이고 진부하지 않게 쓰려 한 노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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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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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란 이런 것이다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 공포 영화나 소설을 볼 때면 무서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깔아놓은 복선이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런 복선을 더 빨리 찾아내고 식상해지기 마련-

한니발 라이징은 그런 눈에 띄는(쉽게 예측 가능한) 복선이 적기도 하거니와 그 적은 양 조차도 설득력 있게 담겨 있어 복선을 흥미롭게 하나씩 주워 담다 보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을 것이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가, 한니발이라는 캐릭터가 괜히 인기가 있고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캐릭터 완성도와 필력이 그만큼 한 끗발 한다는것 ㅋㅋ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로 알게된 한니발 렉터 박사는 캐릭터 이미지만 강렬히 남아있었지만(이것조차 여자 캐릭터가 더 강렬히 남아있음) 이번에 책을 읽으며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게 됐다. 왜 한니발의 감정이 죽었는지, 어느 정도로 똑똑한지 등등

아 그리고 프리퀄 소설인 만큼 기존에 한니발 캐릭터를 알고 있던 사람이 읽어도 흥미롭고, 몰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스산한 가을 날씨에 스산하고 긴장감 넘치는 한니발 라이징 일독해보시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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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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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인디 가수의 절룩거리네라는 곡이 계속 떠오르는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스무 살 시절, 마음만큼 표현이 안되고 서툴던 그 시절- 내 마음을 대변해주던 곡. 아이러니한 건 이곡을 알게 해준것도 상대였다는거.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 얼마나 많음 사람들이 절룩거리고 있는가?


수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요한 역시 예외 없이 절룩거린다. 읽는 내내 인생에 찾아왔다 가버린 사람들을 통해 절룩거리는 요한에게 이입하여 같이 절룩 거리며 아파했다. 절친했던 동료 수사 미카엘과 안젤로, 수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꾸리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소희까지. 그들은 요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에 준비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게 얼마겠냐만..) 관계가 끊어진다.  



공지영씨의 필력에 그 짧은 페이지를 통해 묘사된 그들을 이미 내 친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처럼 이입해서 애정을 갖게 되었고 그들을 떠나보내면서 겪는 요한의 감정 변화에 이젠 없을 것 같은 그 절룩거림을 한껏 느끼며 감정 폭풍에 같이 휘몰아쳤다. 그래도 이 책을 기분 좋게 덮을 수 있었던 것은 내내 지속될 것 같은 절룩거림이 말미에가서는 놓아줄 수 있게 해준다. 


끝까지 그 감정을 놓아주지 못하고 덮게 되는 게 싫었는데, 소설의 내용이 흘려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아니 나는 이미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흘려보내지 못한 내 마음속 찌꺼기도 같이 흘려 보낸 시간이었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요한의 시련뿐만 아니라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한국전쟁 당시의 일도 자연스레 녹여 놓았다. 그런데 그 내용도 시큰하고 절룩거린다. 그렇지만 역시 흘려 보낼 수 있다. 억지스럽지 않게-




사실 공지영씨의 소설을 읽으며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400페이지 가까운 이 소설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중간 중간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문장들도 많았다. 평소라면 종이에 옮겨가며 읽거나 줄쳤겠지만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쉼 없이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또 읽어야지 그리고 그때 옮겨야지!


책은 또 읽고 싶은 것도 줄치고 싶은 문장들도 많고 많지만 결국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극소수이다. 그 극소수에 꼭 들어가는 게 공지영씨 책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참 행운아다. 이런 책을 써주는 공지영씨와 같은 시대에 살아가면서 실시간으로 꾸준히 그녀의 글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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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퀴즈 - 아들, 너랑 노니까 너무 좋다. 진짜!
유세윤.유민하 지음 / 미메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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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기록을 재밌게 할 수 없을까 해서 시작된 유세윤 부자의 오늘의 퀴즈. 아들의 기발하거나 재치 있는 답변에 SNS에 올려서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참았단다. 어느 순간 팔로워들을 의식한 퀴즈를 아들에게 낼까봐.



말이 쉽지. 그거 음~~~~~~청 자랑하고 싶지 않았을까? 부모가 돼보지 않았어도 느껴지는 게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들이 내가 기대한 이상 바라지 않은 이상을 보일 때 얼마나 천재처럼 보이냔 말이다. 그 간질거리는 마음을 꾹꾹 참고 있던 유세윤이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에서 오늘의 퀴즈를 살짝 공개 했고 그 계기로 유세윤 유민하 부자의 오늘의 퀴즈(라고 쓰고 일기라고 읽겠다)는 책으로 나왔다.




퀴즈 속 아이의 답변은 대체로 심플한데 그게 나 일부러 심플하게 써야지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가따부따 고민하지 않고 써 내려간 답변 느낌으로 마음에 와닿는 펀치가 세다. 그 뭐랄까 내 스스로 는 못 건드리는 그 근본적인 마음을 ㅋㅋ 무차별적으로 방문해준다랄까? ㅋㅋ 


드문드문 양념처럼 적혀있는 아빠의 글도 그 방문에 힘을 보탠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간단히 쭉 처음부터 끝까지 흝고 아 이 정도면 다 읽은 것 같은데 싶었건만 다시 집어 들고 찬찬히 읽으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 무차별 방문에 순간순간 멍을 때린 덕분^^^


오늘의 퀴즈 첫장에 이런말이 적혀있다. 아들, 너와 노니까 너무 좋다. 진짜! 난 이렇게 바꿔 쓰며 후기를 마무리 하련다. 유부자, 두 사람 퀴즈(일기) 읽어보니까 너무 좋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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