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의 주소록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해냄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참 책을 읽다가 동물 에세이를 이렇게 재밌게 읽을 일인가? 감탄했다.
고양이의 주소록이라는 도무지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듯한 제목에 거부감도 살짝 들었건만 손에 쥔 페이지는 금새 10에서 50.. 50에서 100으로 100에서 마지막 장으로 껑충껑충 넘어갔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인이 올린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반려동물을 소비하는 뷰니멀족이 트렌드라고 한다. 무레 요코는 무려 30년 전에 글로 뷰니멀족을 탄생시킨 것이다. 고양이의 주소록은 1993년 첫 출간 이후 50만 부나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 동물 에세이다.
나 혼자 산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허지웅이 시종일관 컴퓨터에 접속해 고양이들을 보는 것을 보며 저게 저렇게까지 중독될 수 있다고? 의문의 눈으로 봤건만 난 글만으로도 아주 푹 빠져서 동물들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새, 강아지, 원숭이, 풍, 파리, 꿀벌, 생쥐, 사슴, 열대어, 거북이, 개미,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이 나오지만 제목이 고양이 주소록인 만큼 대체로 고양이 이야기다.. (그러나 제목이 왜 고양이 주소록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ㅋㅋ)
나온 동물들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쓴 지 감이 안 올 것 같아 조금 옮겨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새한테 재주를 가르쳤다가 단명한 이야기, 사료를 가리는 새를 통해 미식에 대해 푸는 이야기, 동물원에 갔다가 보게 된 원숭이의 배려 이야기(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 근무하던 회사에서 만난 꿀벌과 멧돼지 경주 이야기, 만년 사는 거북이, 사슴으로 유명한 도시 나라에서 사슴에게 쫓긴 이야기, 이중적인 태도의 고양이, 얼굴을 가리는 고양이(고양이도 외모를 보는 것 같다고..), 잃어버린 고양이로 동네가 들썩인 이야기, 소문 듣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 등 특정 동물(곤충)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하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무레 요코와 그녀의 가족들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글 솜씨, 관찰력이 있기에 가능한 에세이다.
일본인 만큼 지진이 났을 때 동물을 데리고 탈출하는 걱정을 하는 에피소드와 도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태풍이 영향이 없는 반면 도쿄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큰 고통이겠다고 한 에피소드는 원숭이 배려 에피소드만큼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화를 좋아해서 였는지 몰라도 중간중간 일본 동물 애니메이션을 찍으면 이런 에피소드가 나올 것 같다. 싶은 이야기들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여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며 동물이란 참 사랑스럽구나 하고 생각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혐호하던 동물조차 진정으로 사랑스럽구나 생각했다. 작가님 더할 나위 없이 기쁘시죠?
+저자 무레 요코의 대표작으로는 카모메 식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