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 독서법
김대식 지음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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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안 된다!”


이 말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독서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식당 옆자리에는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스마트폰의 움직이는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유아에게 책을 읽어주는 수업을 하러 가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나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지만 책에 쉬이 몰두하지 못한다. 초등학생들은 거의 모든 정보를 유튜브 영상으로 섭렵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도 요즘 아이들이 너무 영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 책 <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 독서법>을 기획했다. 뇌과학 책인데 어렵지 않을까? 전혀 걱정할 필요없다. 요즘 어른들도 스마트폰에 맞춤한 텍스트만 읽다보니 긴 호흡의 줄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십분 고려한 듯하다. 200쪽도 되지 않는 분량에 짧고 굵다. 또한 입말체로 되어 있어서 강의를 듣는 것 같아 더 이해가 쉽다.




프롤로그에는 우리가 왜 책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1장에서는 아이 뇌의 특징을 설명한다. 2장은 아이 뇌가 학습하는 방법, 3장은 책을 읽는 동안 아이의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려준다. 각 장은 3개의 챕터로 나누었고 본문의 주요 내용에 다른 색깔로 밑줄을 그어 눈에 쏙쏙 들어오게 해준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요약도 해놓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부록까지 있다. 12세 전에 아이의 뇌가 어떤지 알았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잘 알겠는데 어떤 책을 읽혀야 하지? 급 막막해지는 부모들을 위해 전문가가 추천한 도서를 수록해 놓았다



15000원에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가! 안 읽고 안 따라하면 바보다.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한다.


책이 너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어서 주요 내용을 요약하기가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간단히 정리한다.


1. 뇌과학에서는 0~12세를 결정적 시기라고 부르며 이 시기의 경험으로 평생 사용할 뇌를 결정짓게 된다.

2. 0~12세 아이에게 공부는 뇌를 만드는 과정으로,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공부다.

3. 독서는 우리의 뇌를 힘들게 하고 새로운 신경세포들의 가지를 뻗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4. 같은 내용이라도 다양한 언어로 접하고, 서로 다른 내용의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게 좋다.

 


1장과 3장 안에는 더 읽을 거리 라는 코너를 두었는데 나는 이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외국어는 12세 이전에 배워야 유창해진다” 에는 결정적 시기에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억지로 가르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다는 소챕터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이스라엘 탈무드 독서법” 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나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고 해볼 질문 37개는 처음 봤을 것이다. 이 질문들을 참고로 부모들이 무작정 아이들에게 책만 읽어주기보다 다양한 질문을 하여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책도 이런 질문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얼마 전에 읽은 뇌과학 책에서도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자녀의 뇌과학 발달을 위해 책을 읽고 연구했는데 부모의 뇌도 발달되면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나.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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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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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뇌과학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렇다고 읽은 책의 내용들을 다 기억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에 몰두하여 재미를 발견하고 어떤 성취를 이루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독서를 좋아하는 일반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뇌과학 책에 흥미를 놓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성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자녀를 양육했고, 교육관련 직종에 있다 보니 학습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고 싶었고, 나도 나이가 드니 뇌의 노화와 치매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는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의 신작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생후배선’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뇌의 무한가능성을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생후배선이란, 우리의 뇌는 미완성인 상태로 태어나 상황에 알맞게 스스로 모습을 바꾸고 서로 연결되고 발전하며 성장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놀라운 두 가지 사례는 뇌의 절반을 절제한 아이와 뇌의 한쪽이 없이 태어난 아이다. 여섯 살에 뇌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한 매슈는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하고 다리를 살짝 절지만 평범한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앨리스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좌반구밖에 없었는데, 왼손을 섬세하게 쓰지 못하는 것 외에 시력도 정상이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 뇌가 절반만 있더라도 스스로 부족한 기능을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다루는 뇌의 놀라운 능력은 많다. 독자의 관심사에 따라 집중해서 읽을 부분은 다를 것이다. 분량은 많지만 대부분 사례 위주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서 그런지 6장을 흥미롭게 읽었다. 세 자매를 체스 챔피언으로 키운 부모의 교육철학은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였다. 이 사례는 내가 늘 천착해온 화두 ‘인간의 재능은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에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같은 교육을 받아도 왜 어떤 아이는 성적이 좋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않은가. 아이들을 만날수록 점점 재능은 선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반대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작가는 고강도의 훈련이 낳은 결과의 사례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과 테니스 선수 윌리엄스 자매를 들었다. 이 부분에선 반사적으로 강요에 의한 교육이 모두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라는 반론을 하고 싶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도 스스로의 의지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내 반론을 꺾었다. 스스로 하겠다는 욕망과 재미를 얻는 쾌감, 그리고 보상이 이어졌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이것도 그간 얼마나 많이 듣던 소리인가. 어떤 일이건 제가 좋아서 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말! 맞다. 작동방식은 같지만 작가는 뇌과학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는 우리가 시간을 쏟는 일이 보상이나 목표와 관련되어 있기만 하다면 그 일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한다는 사실! 

부모나 교육자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뇌에서 신경조절물질이 방출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강조한다. 우리가 무엇에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고. 


"우리는 자신이 소화하는 정보 그 자체가 된다."


이것은 어른에게도 해당된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에게 희망적인 내용은 9장이었다.

나이가 많아도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례로 수녀 수백 명을 수십 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를 소개했다. 알츠하이머가 밝혀졌는데도 인지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수녀가 전체 3분의 1이나 되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계속 활발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뇌는 일부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냈다. 나이가 들었다고 관성대로 움직이고 변화를 귀찮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재미를 느끼는 활동의 시간을 늘리면 뇌는 계속 활발하게 움직인다. 뇌 주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가 뇌의 구조에 항상 반영된다. 아이들에게만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면 치매를 두려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생후배선으로 인해 우리 각자는 공간과 시간의 그릇이 된다. 우리는 지상의 어느 특정 지점에 떨어졌을 때 그곳의 세세한 특징들을 모두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세상에 거하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

제목처럼 생후배선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이 새로운 용어는 이제 뇌를 이야기할 때, 인간의 성취에 대해 말할 때 꼭 등장할 용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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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스마일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2
박경희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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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 하면 우리는 독립운동가로 떠올린다. 그리고? 하면 아마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을 것이다. 신민회, 상해 임시정부, 흥사단, 대성학교까지 연결고리가 걸리는 사람이라면 학교 때 역사 공부 열심히 한 기억력 좋은 사람일 것이다. 이처럼 안다고 말하는 역사 속 인물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딸 안수산, 미국 해군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로 복무!”


라는 한 줄의 신문기사를 본 박경희 작가는 안수산과 안창호 선생 일가에 대한 책을 썼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치밀하게 얽어낸 <언제든지 스마일>이 그 책이다. 작가는 그 기사를 만나고 나서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에 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수집했고 몇 년만에 결과물이 탄생했다. 책에는 안창호 선생의 딸 안수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선생 가족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은 안창호 선생의 삶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안창호, 이혜련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 부부였다. 그들은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계획보다는 백척간두의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안창호 선생은 4년 만에 귀국해 신민회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시작했고, 아내 이혜련은 미국에서 자식을 키우며 흥사단 조직원들의 대모역할을 한다. 자녀는 32녀를 두었는데 이 책에서는 셋째이자 장녀인 안수산의 눈으로 부모의 활동을 쫓는다.


열한 살 안수산에게 아버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다. 어쩌다 한 번씩 집으로 와도 잠시 머물다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어머니는 늘 고생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머니는 혼자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며 흥사단이나 한인회 사람들을 위해 언제든 한 끼를 거하게 차려내었다. 다행이 가장의 빈자리를 장남 필립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책의 처음은 안창호 선생이 상해에서 돌아와 잔치 분위기다. 수산은 사람들이 몰려와 북적대는 바람에 아버지와 시간을 가지지 못해 아쉽기 그지없다. 나만의 아버지이길 바랐으나 만인의 지도자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수산에게 대한민국의 독립은 그리 간절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축제에서 코리아를 소개하는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면서 자아정체성에 눈을 뜨게 된다. 아버지를 한국의 간디로 소개하며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고 당차게 연설한다. 그리고 친구 소피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p.105


실은 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 가족의 안위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위선이라 생각했고,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독립이 뭐 그리 큰 문젠가, 싶었지. 내가 놓친 야구공을 풀밭에서 찾는 것쯤으로 쉽게 생각했던 거야. 그러나 아버지가 감옥에 갇히면서 내 생각이 바뀌었어.



수산은 부모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고 당신들의 삶을 이해하며 조국애의 싹을 틔웠다. 아버지가 늘 강조하던 훌륭한 미국인이 되어라. 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잊지마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남편과 아버지의 부재가 길어져도 가족들은 더 똘똘 뭉쳐 그들의 울타리를 공고히 지켜냈다. 그러나 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된 아버지의 건강악화 소식을 듣고 어머니, 형제들과 면회를 가려고 했지만 좌절되고, 끝내 안창호 선생은 1938년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 후로 수산은 아버지의 연설문집과 신문에 연재된 글을 찾아 읽다보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어라.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하는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가 번쩍 트인 수산은 아버지가 말하는 그런 인물이 되어야겠다고, 아버지 대신 일본군과 싸우겠다고 다짐하고 미 해군 부대 장교 훈련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두 번 만에 합격했는데 동양인 여성으로는 최초였다. 그 후로도 수산은 최초의 기록을 여럿 이룬다.


드디어 독립이 된 그 날, 수산은 아버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썼다.


아버지가 못다 간 길을 따르겠다고 군에 입대한 저 자신이 오늘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군인으로 살면서, 저는 아버지를 더욱 존경하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말씀하신 자랑스러운 미국인으로 살되,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을 잊지 말라는 말씀 잊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또 한 가지 버드나무 정신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버드나무의 유연함을 늘 배우려 애썼습니다. 아버지가 심은 버드나무는 사라졌지만, 아버지의 정신만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식민은 역사시간에 배우는 옛날이야기쯤으로 여길 것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 그 가족들까지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럴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일제강점기에도 그렇게 살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도산 안창호 선생 같은 독립운동가도 분명 있었다. 역사 시간에 독립운동가는 그저 이름으로만 만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보다는 조국 독립에 온 몸을 바쳤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박경희 작가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작은 조각 조각들을 모아 멋진 퀼트 작품을 완성해냈다. 읽는 이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함께 덮을 수 있는 따뜻한 이불로, 누군가는 웅장해지는 가슴 부여안고 슈퍼맨 망토처럼 휘리릭 두르고 뛰어나가고 싶게 만든다. 작가의 꼼꼼한 자료 수집과 상상력의 결합은 독자마다 각기 다른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콕 집고 싶은 대상은 5학년이다. 작년 2학기에 한국사를 배웠고 일제 강점기까지 진도가 나갔으니 딱 읽기 좋은 시기이다. 겨울방학 맞은 학생들은 꼭 읽으면 좋겠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 인물들의 삶을 만나면 바위 같이 어깨를 짓누르던 자신의 고통이 손안에 쏙 들어갈 돌멩이만큼 작아지게 될 것이다.


부모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분명 안창호 선생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읽게 될 것이다. 자녀와 함께 읽고 애국심으로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 또 각자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소개해 보거나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해보는 것도 좋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주보며 이렇게 말해보자. “언제든지 스마일!” 이 말은 안창호 선생이 제자를 만날 때나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에 늘 썼던 것이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말라는 뜻이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늘 웃자고 했던 이 말이 책을 읽고 비장함에 빠질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방긋 웃어보라고 하는 것 같다.


언제든지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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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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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소설을 설명할 때는 하드보일드와 빙산 이론이 언급된다. 찰스 부코스키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헤밍웨이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읽은 적이 있으면서 정작 헤밍웨이의 소설은 <노인과 바다>밖에 읽지 못했다. <여자 없는 남자들>도 하루키의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헤밍웨이의 소설이다. 이 제목으로 헤밍웨이가 먼저 출간했다. 알게 된 김에 헤밍웨이의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려고 했으나 완독에는 실패했다. 어려운 건 아닌데 쉽게 읽히지 않았다. 왜 그런지 영문을 모른 채 잊고 있다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헤밍웨이>를 읽게 되었다. 백민석 작가의 헤밍웨이 작품세계 해제로 손색없었고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두가 길었다. 새움 출판사의 신간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평단 소개에 바른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고 <빗속의 고양이>는 기존 작품과의 비교 번역문을 수록했다고 하여 궁금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 신청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나의 신청 의도는 책의 출간 의도와 방향이 맞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번역서를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번역자 이정서씨의 말대로 내가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발견했다면 모를까, 읽은 적도 없으면서 출간 의도를 책에서 확인해보려고 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와 상관없이 헤밍웨이 소설 읽기에 도전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매끄럽게 읽힌다는 것으로 그 이유가 충분하다. 또 하나, 마지막에 기존 번역과 비교한 <빗속의 고양이>는 번역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이정서씨는 맥락과 뉘앙스를 살리지 못한 기존 번역 부분을 짚은 뒤 자신의 번역과 비교하고 있다. 이에 수긍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번역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원서만 읽은 후 자신이 먼저 번역해보고 두 번역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소설집에는 6편의 소설이 실렸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주인공 작가 해리는 다리 괴저로 킬리만자로 산 기슭에 고립되어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주인공은 헤밍웨이 자신이다.


킬러들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이며 이는 범죄소설과 느와르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소설은 짧은 분량임에도 두 번이나 영화화 되었는데 앞뒤로 새 창작자의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며 빙산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는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 속 수술이 무슨 수술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기에 독자들은 유추해야 한다. 바로 눈치 챌 이가 있겠으나 해설을 보아야만 고개 끄덕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 부분에서 여자 주인공이 산등성이가 흰 코끼리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수술과 그것의 상징을 알아차린다면 남자의 주둥이를 꿰매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미시간 북부에서는 헤밍웨이의 데뷔작으로 여주인공 리즈가 대장장이 짐에게 처녀성을 잃는 이야기(사실은 강간)이다. 고향 마을의 실제 인물을 좋지 않게 쓴 소설이라고, 이 때문에 고향에서는 헤밍웨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혁명가는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소설로 가 만났던 와의 짧은 만남을 서술하고 있다. 가을 산을 좋아해서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기를 고대했다는 가 시온 근처의 감옥에 있다는 것을 는 들었다. 스위스가 왜 그를 감옥에 넣었는지는 모른다. 독자마다 다르게 상상할 뿐이다.


빗속의 고양이는 해설과 함께 번역 비교가 있기 때문에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역자 이정서씨가 가장 강조한 것은 kitty. 여주인공이 kitty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남편은 책만 읽고 있다. 부부가 머무는 곳은 이탈리아의 어느 호텔이다. 비를 맞고 있는 kitty를 발견한 여자가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내려갔다가 허탕을 치고 메이드에게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둘은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섞어 쓰느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 메이드는 큰 고양이를 들고 서있다. 주인이 갖다 주라고 했다면서. 해설을 읽기 전 커다란 구갑고양이가 뭔가 싶었다. 분명 여자는 kitty를 봤는데 어디서 큰 고양이를? 그런데 그보다 구갑고양이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해설을 보니 원문에 ‘big tortoise-shell cat’이라고 되어 있다. 기존 번역에서는 이것을 큼직한 삼색 얼룩 고양이라고, 이 책에서는 커다란 구갑고양이라고 번역했다. 구갑고양이보다는 삼색얼룩고양이가 바로 이해되는데 굳이 왜 잘 쓰지도 않는 단어로 번역했는지...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언급했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의 남자나 빗속의 고양이의 남편은 정반대인 듯하지만 비슷하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의 남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감싼 사탕발림을 일삼고, “빗속의 고양이의 남편은 말수가 너무 적고 아내에게 무관심하다. 하지만 둘 다 이기적이다. 이 두 소설과 미시간 북부에서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욕을 바가지로 먹거나 감옥 가야한다.


헤밍웨이의 초기 단편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서 장편소설로 넘어가면 좋을 것이다. 혹시 헤밍웨이의 명성을 이해하고 싶어 책을 펼쳤는데 잘 안 읽어져서 실망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가독성이 좋고 헤밍웨이의 문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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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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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가장 잔혹한 병이라고 불리는 불치병, 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2년 시한부 환자가 된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열망으로, 그는 자기 몸을 AI와 융합하기로 결심한다."


김영사 서포터즈 12월 도서 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은 책 소개를 읽고 얼른 떠오른 인물은 스티븐 호킹 박사였다. 그런데 이 로봇공학자는 자신의 몸을 AI와 융합해 피터 2.0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이보그로 변신?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과알못 중의 과알못인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신청하지 말라는 속살거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학 분야 책은 내돈내산 한 적이 없고, 서평을 써야하는 의무로 읽을 수밖에 없는 강제를 부여해서 겨우 읽어왔다. 당연히 로봇공학자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이번 달이 마지막 활동이니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를 신청했다.


이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 머릴 쓰담쓰담하며 읽었다.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로봇공학자가 자신의 몸을 실험한 실화다. 피터는 루게릭병의 진단(2년 여명)을 받고 침대에 누워 병에 지배당해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되기로 한 것이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도록 후두절제술을 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녹음해둔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합성목소리를 냈다. 가슴에는 스크린을 달아 얼굴을 스캔한 3D 아바타로 감정표현도 했다.


병을 진단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일련의 과학, 의학적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술된다. 한참을 읽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루게릭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데 괴로워하거나 울부짖는 문장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술술 진행될 수 있었다고? 그동안 읽었던 질병을 겪은 사람들이 쓴 책은, 냄새나고 더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서술하거나 통증 때문에 눈물 쏟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루게릭 병증을 나열하려고,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었다. 십대 때 꿈꾸던 상상이 40여년이 지나 자신의 몸을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통증을 호소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던 거다. 그는 자신의 이런 도전이 인류의 번영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가 개인의 배경과 상황, 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번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의과학적 지식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러브스토리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은 믿지 않는다. 피터는 프랜시스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고 40년이 넘도록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헌데 사랑에 빠진 피터의 모습이 한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나는 피터의 문장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피터가 루게릭 병을 진단 받고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현재와 십대 때의 모습이 교차로 편집되어 있다. 처음엔 의아했다. 자신을 사이보그로 만든 로봇공학자의 이야기라더니 십대 때 이야기는 왜? 그러나 이내 수긍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이에게서 드러나는 반골 성향, 그 아이러니적 상황에 빠져들어 읽었다. 그는 십대 때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발견했고 20대 초반에 만난 프랜시스와 사랑에 빠졌고 평생을 함께 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억압에 맞서는 삶을 사는 한편 첨단 과학 기술 위에 서서 미래를 살아가는 학자였으며, 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용기있는 인간이었다. 그 누가 이토록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피터는 최근에 책으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이다. 아래 그의 연설의 일부를 보면 인정하게 될 것이다.


p.313


우리는 모두 무지개를 좇고 망령에서 도망치며 삽니다. 그리고,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꿈을 추구하고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측면입니다. 하지만 희망과 공포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 중요한 것은 그런 희망과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 그것이 인간다움을 정의하고,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합니다.

(……)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십시오.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우주의 이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분야로 분류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 책은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못할까봐 우려된다. 소설이라면 더 믿을 수 있음직한 내용들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문학 장르만 읽는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로서 영국에서 최초의 역사를 썼고,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인간 1호 피터를 만나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길...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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