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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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가장 잔혹한 병이라고 불리는 불치병, 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2년 시한부 환자가 된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열망으로, 그는 자기 몸을 AI와 융합하기로 결심한다."


김영사 서포터즈 12월 도서 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은 책 소개를 읽고 얼른 떠오른 인물은 스티븐 호킹 박사였다. 그런데 이 로봇공학자는 자신의 몸을 AI와 융합해 피터 2.0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이보그로 변신?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과알못 중의 과알못인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신청하지 말라는 속살거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학 분야 책은 내돈내산 한 적이 없고, 서평을 써야하는 의무로 읽을 수밖에 없는 강제를 부여해서 겨우 읽어왔다. 당연히 로봇공학자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이번 달이 마지막 활동이니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를 신청했다.


이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 머릴 쓰담쓰담하며 읽었다.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로봇공학자가 자신의 몸을 실험한 실화다. 피터는 루게릭병의 진단(2년 여명)을 받고 침대에 누워 병에 지배당해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되기로 한 것이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도록 후두절제술을 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녹음해둔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합성목소리를 냈다. 가슴에는 스크린을 달아 얼굴을 스캔한 3D 아바타로 감정표현도 했다.


병을 진단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일련의 과학, 의학적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술된다. 한참을 읽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루게릭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데 괴로워하거나 울부짖는 문장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술술 진행될 수 있었다고? 그동안 읽었던 질병을 겪은 사람들이 쓴 책은, 냄새나고 더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서술하거나 통증 때문에 눈물 쏟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루게릭 병증을 나열하려고,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었다. 십대 때 꿈꾸던 상상이 40여년이 지나 자신의 몸을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통증을 호소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던 거다. 그는 자신의 이런 도전이 인류의 번영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가 개인의 배경과 상황, 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번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의과학적 지식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러브스토리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은 믿지 않는다. 피터는 프랜시스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고 40년이 넘도록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헌데 사랑에 빠진 피터의 모습이 한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나는 피터의 문장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피터가 루게릭 병을 진단 받고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현재와 십대 때의 모습이 교차로 편집되어 있다. 처음엔 의아했다. 자신을 사이보그로 만든 로봇공학자의 이야기라더니 십대 때 이야기는 왜? 그러나 이내 수긍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이에게서 드러나는 반골 성향, 그 아이러니적 상황에 빠져들어 읽었다. 그는 십대 때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발견했고 20대 초반에 만난 프랜시스와 사랑에 빠졌고 평생을 함께 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억압에 맞서는 삶을 사는 한편 첨단 과학 기술 위에 서서 미래를 살아가는 학자였으며, 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용기있는 인간이었다. 그 누가 이토록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피터는 최근에 책으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이다. 아래 그의 연설의 일부를 보면 인정하게 될 것이다.


p.313


우리는 모두 무지개를 좇고 망령에서 도망치며 삽니다. 그리고,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꿈을 추구하고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측면입니다. 하지만 희망과 공포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 중요한 것은 그런 희망과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 그것이 인간다움을 정의하고,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합니다.

(……)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십시오.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우주의 이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분야로 분류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 책은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못할까봐 우려된다. 소설이라면 더 믿을 수 있음직한 내용들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문학 장르만 읽는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로서 영국에서 최초의 역사를 썼고,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인간 1호 피터를 만나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길...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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