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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그림꿈 ㅣ Dear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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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호라이>, <호랭 떡집>을 낸 서현 작가의 신작 그림책 <풀벌레그림꿈>은 독특하고 오묘한 매력이 있다. 표지는 하드보드지 정도의 두께감이고 앞뒤 표지 중앙에 지름 3cm정도의 구멍이 뚫려있다. 표지의 두께 때문에 양장본의 느낌이 나는데 제본은 누드사철제본이다. 그림책이 양쪽으로 완전히 펼쳐지지 않아 전체 그림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누드사철제본은 그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의 내지 그림에는 여백이 많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이 풀벌레이고 친구 쇠똥벌레와 방아깨비같은 곤충들은 물론 오이 도라지꽃, 수박 먹는 쥐들의 정겹게 펼쳐진다.
내지 그림을 살펴보면, 아주 작은 주인공 풀벌레의 생활이 오른쪽에 세 컷으로 표현되고 왼쪽 면은 비어있다. 어떤 페이지는 왼쪽은 문장 한 줄, 오른쪽에는 풀벌레가 그려져 있다. 그 풀벌레가 얼마나 작은지를 표현한 장면이 있다. 수박이 한 페이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수박이 제집인양 들어가 앉아있는 쥐 앞에서 선 풀벌레는 쥐의 10분의 1 크기도 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풀벌레가 살고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독자는 마치 거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풀벌레가 꾸는 꿈은 더욱 기막히다. 사람이 되는 꿈을 꾼 풀벌레가 친구 쇠똥벌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다리가 네 개뿐이라 힘들더라.” 쥐에게 얻은 수박 한 덩이를 다 먹고서 배가 볼록해진 쇠똥벌레가 쪼그만 수박을 들고 있는 풀벌레에게 반을 나눠달라고 하는 장면에선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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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꿈 속에서 사람이 된 풀벌레는 화분을 깨트린 뒤 자신이 풀벌레로 변하는 꿈을 꾼다. 풀벌레가 사람이 되는 꿈을 꾸는 것인지, 사람이 풀벌레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풀벌레 꿈 속의 사람이 꿈을 꾼 것인지... 그리하여 독자는 풀벌레가 사람인지 사람이 풀벌레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해놓고는 “나 꿈꿨어.”라는 말로 끝이 난다.
내가 사는 지금이 꿈 속인지 누군가의 꿈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인지, 이것이 꿈이라면 깨고 싶은지 이 꿈 속에서 계속 살고 싶은지, 오래오래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표지부터 그림과 내용까지 오묘하기 그지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