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애플스토리
김정남 지음 / 황금부엉이 / 2012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애플은 분명 위대한 기업이었다. 라이벌 발목이나 잡는 지금도 그 위대함을 지니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들이 지금껏 이룩해놓은 업적은
인정한다.
한편, 애플제품도 갖고 있긴 하지만 나는 앱등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없이 애플제품을 좋아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명백한
결점을 보고도 되도않는 커버를 치는 모습은 소름끼치고 우습다. 사실 이 책도 그런 앱등이의 연장선 상에서 대충 나온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읽어봤는데 괜찮은 책이다. 친애플이기는 하지만 정상의 경계를 벗어나진 않는다.
Research Company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통망 중 단위 면적(1square foot) 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유통망은 애플 스토어(5647$, 2위 업체 Tiffany는 3085$). 맨해튼 애플스토어가 관광명소화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이팟 터치가 iOS 디바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저렇게 높을 줄이야. 아이팟 터치가 상대적으로 어린 고객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었다. 실제로 저런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의도된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저런 의도가 기저에 깔려 있다면
단순히 라인업 보강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터다.
맥북에 윈도 깔아 쓰는 게 대부분일지라도. 라인들이 시너지 내는 게 무섭다. 아이패드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 형성의 일환으로 보는
관점 역시 생각해봐야할 듯.
3~4개월 늦게 런칭한 구글플레이도 앱 수에서는 이제 대등하다. 그러나 유료 앱의 다운로드 비중은 앱스토어가 훨씬 높다.
5대 음반사를 설득해내 20만 곡으로 서비스를 런칭했기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iOS 디바이스들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껍데기라는 얘기가 인상깊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제조를 전부 아웃소싱해버리는
배짱이 가능한 거겠지. 그러면서도 제조업체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게 정말 무서운 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도 흥미로웠다. 나도 나름 디테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인데, 케이스 내부에 들어가는 기판보드
모양이 맘에 안 든다고 불평했던 일화를 들으며 혀를 내둘렀다(결국 5000$나 들여 새 기판을 만들었으나 작동하지 않아 옛 방식으로 돌아갔다)
디테일에 집착하기 때문에 일체형 배터리처럼 불편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향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요즘 지도 등으로 하는 짓 보면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지만)
흔히 지적되는 애플의 폐쇄성에 대한 친애플적 서술도 일견 설득력이 있었다. 내가 애플에 느끼는 아쉬움 중에는 플래시와 아이튠즈로 인한
것들도 있다. 현재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의 분명한 결점이지만 그것이 애플만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미래에 새 판을
짜기 위해 HTML5를 추구하는 그 결정은 존중해줘야겠다. 특히 아이튠즈로 대표되는 폐쇄성에 대한 얘기가 인상적인데, 우선 과거 애플의
몰락은 단순히 폐쇄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데서 시작한다. 과연, 개방성의 아이콘 리눅스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며 잡스가 없던
시절의 애플은 신제품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중환자였다. 분명 애플은 통제하지만 그렇기에 질서가 있고 그 결과로 백신이 필요없는
신뢰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누군가 트로이목마 제대로 하나 박아넣으면 말은 달라지겠지만). 앱 개발자들의 말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쪽이
훨씬 힘들다 그러던데 그 이유가 이 책에 나온다. 아타리 쇼크가 그런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도 한다.
한편, 아이튠즈와 아이팟이 초기엔 그리 힘을 쓰지 못했다는 대목에는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 3세대 이후 윈도와 호환이 되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건 폐쇄적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생각지도 못한 흰색 이어폰의 히트와 함께,
우연과 필연의 조화가 필요하다.
잡스 개인에 대한 조명도 빼먹지 않는다. 애플과 잡스, 애플의 로고가 박힌 제품들은 삼위일체 같은 게 아닐까? 잡스는 의외로 회계 재무
등엔 젬병인, 기획자 스타일이었다. 워즈니악은 잡스는 코딩 한 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고. 스스로 모든 걸 최고로 잘 할 수는
없다는 내 생각과 통하는 면이 있다.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편으론, 잡스가 투자자에게 박대당하기도 하는 걸 보며,
모든 사람이 제대로 된 안목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 걱정되기도 했다...
시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인상적이다. 폰 밖에서의 시리를 상상해낸 그 날카로운 관점에 한 방 먹었다. 나는 살짝 다른 발상까지는
해냈지만 저 정도로 통합된 고도의 착상은 하지 못했다(업으로 계속 고뇌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초반부에선 특히 살짝 지난 관점으로 서술되는 점이 아쉽고, 잡스 사후 1주기라지만 살짝 어긋나게 출판된 타이밍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스토리라는 거창한 제목에 어울리는 내실있는 내용과 그에 걸맞는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하드커버까지
맘에 든다.
frameborder="0" scrolling="yes" style="width: 100%; height: 100%;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