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줄 글배우의 마음 수업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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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보면 더 좋아지는 책이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읽었다. 제목처럼 어떤 날에 내가 싫어질 때 꺼내보면서 어느 한 줄 문장에 위로 받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냥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마냥 가볍지 않았던 것은 글 속에서 저자의 삶토막들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삶토막들이 저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기에 더 그랬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저자가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글로 남기고자 하는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보니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그 대화 한 줄에 누군가는 눈물을 쏟았을테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었을테고 누군가는 자신을 다시 다독였을 테니까.  


'내 생각을 '옳다' '그르다'의 잣대로 사용하는 순간 우리 삶은 형편 없어진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그 잣대 사용을 곧잘 한다. 제3자를 판단하는 모양새로 하기도 하고 그 잣대를 내 자신에게 들이대기도 한다. 그리곤 말그대로 형편없이 곤두박질친다. 그럴때마다 추스리는 힘은 자존감이다. 

 

이렇게 '부정'을 '인정'과 '수정'으로 바꾸는 / 마음가짐만 가져도 / 나를 미워하거나 과거를 계속 후회하면서 /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 29쪽

자존감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자기부정에서 자기인정으로 그리고 그 마음가짐의 수정으로 바꾸면 된다고 말한다. 자기인정하는 그 부분부터 바꿔나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 줄 마침 문장으로 힘을 준다.

"내가 내 편일 때 나는 가장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라고. 

또 잘하려고 했던 자신의 그 마음은 기억해주라고도 한다.


저자가 쓴 자존감 이야기를 읽다가 꼬맹이였던 내 아이가 써준 글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 아이가 예닐곱쯤 되었을 때던가, 조그마한 손으로 하트 모양 색종이를 오려서 그 안에 또박또박 쓴 글을 내게 내밀었더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문장인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위로가 되요. 사랑해요."라고.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감동에 가슴이 아직도 시리다. 부모란 아이에게 이런 존재라는걸 진심으로 깨닫던 날이었는데 이책에서 비슷한 글을 만났다.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날, / 나는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 위로를 주는 사람입니다. - 50쪽

이 글은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해준 글이었다.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관계에서 상대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한 글이 마음에 닿았다. 내가 아무리 상대방에게 잘한다해도 나와 같은 마음을 상대가 갖고 있지 않다면 관계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건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쪽이 의지가 없는 관계는 관계가 아니라 / 나아지지 않는, 반복되는 악순환입니다. - 88쪽

관계 정립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만든 글이다.

덧붙여 좋은 관계 안에서도 '거리'가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진심을 주되 거리도 줘야 합니다. 각자가 더 존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거리"가 지속적인 좋은 관계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데 너무 친숙하다보면 그 거리를 침범하곤 한다. 그럴땐 부딪칠수밖에 없고 관계가 삐그덕거릴 수 있으니까. 안도현의 시 <간격>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처럼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간격은 '존중과 행복'을 위한 인간관계의 필수적 거리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좀 더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세부적인 처방을 내놓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선 예를 들어 설명한 '유리컵과 종이컵의 연애'가 인상적이다. 타고난 기질과 본성을 바꾸려드는 것은 관계악화에 악순환은 분명하다.


부정적 생각을 줄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나는 정말 원하는 만큼 노력도 하고 있는 걸까'라는 글에서 잠시 책을 덮기도 했다. 내 삶을 돌이켜 여기 쓰여진만큼 내가 노력한 적이 있나 싶은 생각때문이었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과 '노력'이라는 두 단어를 정말 쓸 수 있는지 돌아보면서, 저자처럼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던 페이지다.  


저자는 인생에서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인생에서 젊은 때란 자신이 아직 할 수 있다 믿을 때"라고 말한다. "씩씩하게 한 번뿐인 내 삶을 젊은 때로 채워"가라고 응원도 한다. 

이책을 읽고 그 응원에 힘 좀 얻어볼까 한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나'를 '젊은 때'로 채워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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