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어느새 5월이 다 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등성이마다 연두빛 새싹들이 보드라운 솜털처럼 느껴지더니 이젠 수탉의 억센 깃털처럼 강하게 빛나고 있다.  책만 읽으며 지내기엔 어쩐지 아까운 시간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거리를 걷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나누고 싶은.  봄치고는 비도 자주 내렸지만, 그 비도 마냥 고운 비도 아니고 음모의 그늘이 드리워진 듯한 혐의를 지울 수 없는 그런 비였지만, 그래도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고도 싶어진다.  

그래도 책의 유혹은 강하고, 읽어야 한다는 근거없는 사명감은 또 뭐냐.  새로 나온 책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마음이 가는 책들을 뽑아본다.  조금 피곤하고 지치는 요즘이지만, 내가 피곤한 건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만큼 내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내가 잘 견디고 있기 때문이라고.

  

 1. 경극이 사라진 날

<꽃할머니>,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등에 이어 나온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권이자, 중국의 첫 번째 작품이다.  미리보기를 보니 전쟁을 담은 평화 이야기가 의외로 잔잔하게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게 있다면 그 중 하나가 평화이고 다른 하나는 소중한 환경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전쟁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저하는 책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긴 하다. '난징 출신의 작가 야오홍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어머니가 겪은 중일전쟁 이야기, 좁혀 말하자면 1937년 ‘노구교사건’을 계기로 중일전쟁이 발발한 이후 ‘난징대학살’이 자행되기 직전에, 일본군이 난징 진입을 위해 감행한 공습 전후 보름여 간의 이야기'이며 '전쟁의 참상과 만행을 고발하기보다, 그로 인해 파괴되고 죽어간 소박한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 할 것만 같다.

 

  

   
 2. 내가 사는 곳은 바로 여기!

지난 달에도 지리에 대한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달에는 지난 달에 뽑았던 책보다 좀 더 어린 유아에서 초등 1,2학년이 읽을만한 지리 이야기 그림책이 나왔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넓은 세상 안에 있는지를 알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에 따라서 우리의 삶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사는 곳, 그 위치라는 게 사람들이 만들어낸 행정구역 상의 명칭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크게는 지구, 우주 속의 한 일원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까지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 분청, 꿈을 빚다 

난 이런 이야기에도 약하다. 언젠가 읽었던 <도자기>라는 만화책도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우아한 청자나 단아한 백자보다 정겨운 분청사기들을 좋아한다.  그러니 분청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이 책에 끌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고려 최고의 사기장의 아들 강뫼가 분청사기를 탄생시키는 고난의 과정의 그려져 있다는데 자못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왜구의 침입, 고려말 왕조의 혼란 등이 맞물리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4. 오, 나의 남자들! 

오오오, 이런 발칙한 제목이라니!!! 5월부터 지금까지 난 이현이라는 작가에게 빠져있었다.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우리들의 스캔들>, <영두의 우연한 현실>, <오늘의 날씨는>, <마음대로봇>을 읽고 이제 <로봇의 별>을 읽으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어라? 새 책이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현 작가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감들이 참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하다.
그런데 <오, 나의 남자들!>이라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써냈기에 이런 제목이 붙는단 말인가.  청소년들의 불안하면서도 발랄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5.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 

길담서원이라는 곳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들을 진행한다.  지난 번엔 '밥'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의가 있었는데, 우리 아들녀석을 보내봐야겠다고 하다가 그만 신청이 늦어버렸다. 게으른 엄마의 불찰이다. 아무튼 '일'이라는 주제로 했던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가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직업이 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열망하면 그것이 미래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일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위가 높거나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일과 노동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책 소개 글은 아이들에게 '노동'과 '인권'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듯 하다.  아울러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직업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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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평화그림책 시리즈가 또 나왔군요.
이현의 <오, 나의 남자들!>은 제 서재 광고에 이미 올려졌어요.
<분청, 꿈을 빚다>는 막 나왔을 때 올렸었고요.^^

섬사이 2011-06-02 14:04   좋아요 0 | URL
제 눈에도 들어온 책들이 순오기님의 민감한 레이더를 피해갈 수 없겠죠. ^^

하늘바람 2011-06-02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기대되네요

섬사이 2011-06-02 14:08   좋아요 0 | URL
늘, 항상, 언제나,
기대되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ㅠ.ㅠ
요즘 <물건 이야기>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자원이 98톤 필요하다네요.
저는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하는데, 환경을 위해서는 전자책을 반가워해야 할 것 같기도 해요.
(갑자기 뜬금없는 환경타령을.. -.-;;)
암튼 기대는 되지만 욕심은 부리지 말자, 뭐 그런 내용입니다요. 끙~~

2011-06-02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2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6-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여기저기서 눈에 띄네요.
저도 요즘 아들의 장래를 놓고...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라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섬사이 2011-06-14 17:59   좋아요 0 | URL
아들과의 신경전이라.. 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죠.
그래도 아드님이 장래에 대한 계획, 의지 같은 것들이 있나 봐요.
저도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도움이 될만한 책인지 말씀드릴 수 없는게
좀 안타깝네요.
저보다 먼저 읽어보신다면 책에 대한 글을 써주실 거죠?
양철댁 님의 리뷰나 페이퍼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