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내일이 어린이날인데도 아직 아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에게 실바니안 인형과 가구들을 선물받은 딸은 이번에 실바니안 집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무심한 엄마는 이 페이퍼를 쓴답시고 모니터 속 책들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중.    

 

<강은 세상을 만들어요>   
기코 시토시 지음/ 김혜숙 옮김/ 학고재

4대강 문제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4대강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9명이 죽었다는데도, 보류되었다지만 분명 무슨 꼼수가 있을 것 같은 지류사업이 논해질 때에도 세상은 참 조용했다. 그래서 더욱 강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주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느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맑고 산뜻한 수채화풍 그림과 각 페이지의 그림을 이으면 거대한 하나의 그림이 되는 구성도 눈여겨보면 좋을 듯.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설흔 / 창비  

정조의 문체반정으로 그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던 이옥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옥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이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그저 정조의 문체반정에 굴복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문체가 무척 여성적이라는 점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확실치가 않다.  
창비 청소년도서상 수상작품이라는 점에도 마음이 끌리지만 무엇보다 세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갔을지도 무척 궁금하다.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김향금 지음/ 김재홍 그림/ 열린어린이 

열린어린이에서 기획한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거주지 이동과 가족 형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회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는 이 책은 단순히 '지리'에 대한 지식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할머니 세대, 그리고 부모인 우리 세대, 지금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대의 모습을 섬세한 그림과 설명으로 잘 담아놓은 것 같다.
너무 빨리 발전한 우리 나라. 그래서 아이들은 불과 50년 전의 모습도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 문명의 발달 속도에는 더욱 가속이 붙겠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세대간의 삶의 변화를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 책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읽는다면 그것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의 작가 김려령.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책이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로 내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어 줄까.  
책을 읽다보면 일상에 찌든 나를 위로하듯 내 어깨를 토닥이며 온기를 전해주는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책 소개글을 읽어보니 어쩌면 이 책도 그런 온기를 가진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나의 상상미술관>
앤서니 브라운, 조 브라운 지음/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고등학생인 우리 큰애들이 어렸을 때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좀 섬뜩하고 무서운 면이 없지 않으니까. 그런데 좀 커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꺼내 읽더니 "엄마, 이 사람 천재 아니야?"라고 물어오더라.
지금 일곱 살인 막내도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좀 더 자라서 다시 읽는다면 큰애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 큰애들에 의해 '천재'로 불리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삶과 그림책 세계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보는 방법과 '모양 상상 놀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그림책을 완성해가는 과정까지 담았다니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내일이 걱정이구나. 어디 나들이를 가자니 사람과 차들이 무섭고, 선물을 골라 사주자니 특별히 떠오르는 것도 없다. 내 맘 같아선 좋은 그림책 몇 권을 선물하고 싶지만, 아이 입장에선 장난감을 장만할 수 있는 이런 대목을 놓치고 싶지 않을 터. 딸아이도 좋아할 것 같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하고, 두고두고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겠다 싶은 장난감들은 너~~~~~무 비싸고, 가격대를 맞춰서 사자니 내 아이에게 사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딸아, 좀 더 소박한 어린이날을 보내면 안되겠니?  나무에게 좀 미안해서 그렇지, 세상에 책처럼 좋은 것도 드물단다.      에구구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1-05-0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려령 작가 책이 끌리네요. 6학년 아들내미는 어린이날 별로 개의치 않아요. 아참 아빠에게 자전거 사달라는 주문은 했네요.
책처럼 좋은 것. ㅋㅋ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호 일껄요. 슬프다. ㅠ

섬사이 2011-05-06 07:05   좋아요 0 | URL
어제, 아이가 갖고 싶어하던 실바니안 이층집을 주문했어요.
아무래도 어린이날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린이 입장에선 더 과열되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아이들 쪽 반론에 부딪쳤습니다.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재미난 곳 데려가 주고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정말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제각각의 개성과 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할 텐데 말이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희망으로 2011-05-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애들은 골목에서 늦게까지 놀던 추억이 많지 않아 어른들에게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할 책이라 눈에 띈 책.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는 그림이 궁금합니다. 김려령의 책이나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죠^^

섬사이 2011-05-11 08:23   좋아요 0 | URL
<동네 이야기>는 지리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아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다섯 권의 책들이 모두 정말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쓰읍~)
어떤 책을 받아볼 수 있을지....
제발 저 다섯 권의 책중에서 선정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