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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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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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여덟 번째는 역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이란다. 제임스 조이스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작가란다. 엄청 어렵기로 소문난 <율리시스>의 지은이지. 그 밖에 또 유명한 책으로는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들이 있단다. 그 어렵다는 <율리시스>의 지은 사람이니, 아빠는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단다. 이번 열린책들 35주년 라인업에 그의 작품이 실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고 해야 하나?

그나마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을만했단다. <죽은 사람들>이란 제목이 낯설다 싶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은 모두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단편들이더구나. <더블린 사람들>이 단편 모음집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소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쓸 거야. 그러니 <더블린 사람들>은 실제 더블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래 전 낯선 더블린에 살았던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나라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인간 본성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첫 번째 소설은 <애러비>라는 소설인데 이십 페이지도 채 안 되는 짧은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친구 맹건의 누나를 짝사랑했어. 그 누가 애러비라고 하는 바자회에 가지 않냐고 물어봤어. 그런데 맹건의 누나 자신은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지. 그런데도 주인공은 누나가 자기에게 말 걸은 준 것에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가서 선물을 사다 주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날 이후 바자회가 열리는 날까지 주인공은 즐거운 흥분 상태에 있었고, 바자회가 열리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단다. 그런데 일정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바자회에 늦게 도착한 주인공,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한 매점에 문을 열었지만, 가게 주인은 팔 생각이 없었고, 그렇게 허무한 하루가 지나갔단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는데, 짝사랑에 빠진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짧지만 잘 묘사한 것 같구나.

두 번째 소설은 <가슴 아픈 사건>이란 작품이란다. 주인공 제임스 더피는 채플리 조드란 곳에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은행 출납원이란다. 그런데 우연히 그는 시니코 부인을 만나면서, 그의 삶은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어. 시니코 부인과 만남이 단순한 만남이 아닌 사랑이었거든. 결혼한 부인과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도 사랑하지만 한 켠으로 윤리적 불편함을 갖게 있었지. 시니코 부인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자, 그 부담감에 제임스는 시니코 부인과 헤어졌어. 잠깐 평범하지 않던 삶을 살았던 제임스 더피는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단다. 그로부터 4년이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신문 기사에서 시니코 부인이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기사였어. 시니코 부인은 2년 전부터 폭음에 빠져 지냈다는 내용도 있었어. 제임스 더비는 자신도 시니코 부인의 죽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단다. 사랑하지 않던 남편과 살던 시니코 부인에게 진정 사랑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쉽게 떠나버리자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을까. 그래서 폭음에 빠지기도 하고시니코 부인이 불쌍하고, 제임스 더피가 잘못했구나.

….

세 번째 소설은 <죽은 사람들>이라는 작품이란다. 소프라노 출신인 줄리아와 음악인이었던 케이트는 서로 자매이고 지금은 같이 살고 있었어. 그들에게는 왕립음악원 출신인 조카 메리 제인이 있는데, 메리 제인도 같이 살고 있었어. 릴리라는 여자가 그들의 집을 관리해주고 있었어. 그들은 연회를 열고 사람들을 초대했단다. 또 다른 조카인 게이브리엘 콘로이과 그의 아내 그레타도 초대를 받았어. 많은 소님들이 참석으로 해서 그들은 음악이야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이야기, 정치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그 파티에서 게이브리엘은 사람들 앞에서 축하 인사를 했는데, 이모들과 조카 메리 제인에 대한 칭찬을 해주었단다. 파트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게이브리엘과 그레타. 파티를 다년 온 후 그레타가 말이 없자 게이브리엘은 왜 그런지 물어보았고, 망설이던 그레타는 파티에서 들은 노래 때문에 옛날에 사랑했던, 하지만 지금은 죽고 없는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그 남자는 마이클 퓨리라는 사람인데 열일곱 살에 죽었다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죽은 남자에게 질투를 하는 게이브리엘. 이제 죽고 없는 사람인데 말이야. 그렇게 질투를 하면서도 게이브리엘은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가 말이야. 그러면서 이것이 인생인가? 생각했어. 그런데 그 죽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영향을 미칠까?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소설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이 소설의 이야기를 통해 아빠도 아빠에게 영향을 주신 돌아가신 분들이 떠오르게도 했으니 말이야.

이렇게 세 작품을 소개해 주었는데, 이 세 작품 모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을 하면서 그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추억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상 줄인다.


PS:

책의 첫 문장: 노슬리치먼드가는 막다른 골목이어서 크리스천 브러더스 학교가 아이들을 풀어 주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거리였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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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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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알고 싶은데, 선뜻 쉽지 않아서 많이 읽지 않는 분야가 철학, 특히 동양 철학이란다. 오래된 동양의 가르침들을 잘 이해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는데, 그 깊이를 아빠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더구나. 그래도 가끔씩은 그런 책들을 읽어보려고 한단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읽고 나서 쓰는 독후감 또한 쉽지 않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깊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책이 좋다 나쁘다 평하기가 어려우니 뭐라 써야 할지 망설여진단다.

아빠가 이번에 읽은 전호근 님의 <장자 강의> 역시 핵심을 뽑아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기 쉽지 않더구나. 이 책을 몇 년 전에 사두고 안 읽고 미뤄두고 있던 이유도 앞서 이야기한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단다. 이번에 읽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그냥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과 눈이 맞았기 때문이야.

전호근이라는 분은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20년 이상 동양철학 고전을 강의하신 분이라고 하더구나. 혹시나 하고 유튜브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전호근 님의 여러 강의를 만나볼 수 있더구나. 장자에 대한 강의도 있는데, 시간이 넉넉해야 볼 수 있을 정도가 많더구나. , 너희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손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겨 볼게.


1.

<장자>라는 책에는 혁대를 훔친 자는 사형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자는 임금이 된다는 내용이 있단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장자가 춘추전국시대, 그러니까 전쟁으로 온 세상이 뒤덮은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란다. 장자의 본명은 장주라고 알려져 있고, 태어난 해, 출신 나라가 불분명했는데, 몽이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했어. 이 몽이라는 지역은 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자주 바뀌었다고 했어. 그러니 정치적 견해를 내기가 쉽지 않았어. 현재 점령한 나라를 좋게 이야기했다가 주인이 곧 바뀔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공자와 맹자의 책들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반면 장자의 책들은 대부분 우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런 우화를 통해 이야기를 함으로써 당시의 정치상을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치적인 박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던 거지.

장자의 글이 대부분 우화로 되어 있다고 보니, 장자의 글들은 읽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고 했어. 그것 또한 장자의 글의 특징이라고 하는구나. 춘추전국시대에 많은 철학자들이 나와서 제자백가라고 했는데 각 철학자들은 이 전쟁과 혼란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달랐단다. 장자는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장자는 무위자연을 중시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쓸모 없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단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 쓸모 없는 사람이 되라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볼 거야, 그렇지? 하지만 장자는 쓸모 없음의 쓸모를 이야기했단다.

쓸모가 없는 커다란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도끼에 찍혀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그것이 바로 쓸모 없음의 쓸모인 거지. 전쟁이 극성인 시대에 쓸모 있는 이들은 어떻게 되겠니전쟁에 끌려가겠지, 그것은 장자가 생각하는 삶은 아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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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마무리하자면 장자는 커다란 나무는 바로 쓸모없기 때문에 도끼에 찍혀나갈 염려도 없고 어떤 사물도 해칠 염려가 없는데 어찌 쓸모없다는 이유가 괴로운 것이겠는가 하고 반박합니다. 결국 장자는 쓸모없음이 바로 큰 쓸모이고, 큰 쓸모가 바로 양생(養生)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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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사람들도 보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천한 자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었을 거야. 장자는 그런 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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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그에 따르면 성인은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옆구리에 낄 정도로 스케일이 큰 존재이지만 늘 만물과 함께 하려 하고 희미한 도에 자신을 두어서 노예도 존중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것은 나에게 이롭고 어떤 것은 해롭다는 식으로 분류하여 이로운 것은 취하고 해로운 것은 피합니다. 그런데 성인은 만물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한 사람도 똑같이 존중합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것이지요. 굳이 성인이 아니라도 그런 경우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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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자의 제1편은 소요유란다. 소요유는 낮잠을 자면서 논다는 이야기라고 했어.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고, 그것이 전쟁에 저항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이 장에서는 커다란 새와 작은 새의 우화를 통해서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름을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를 못하는 것이지, 상대가 틀린 것이 라는 거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개념이 다른 것을 이야기했던 거야.

장자와 노자를 보다 보면 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라는 것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어.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 바로 도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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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여기서 도를 대단한 추상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흔히 만나는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 바로 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자가 보기에 사물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그런 사람의 눈에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연히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겠죠. 누가 현자인지 보일 턱이 없습니다. 그런 걸 보면 노예의 무리의 섞여 있는 백리해가 현인인 것을 알아보고 양 다섯 마리를 주고 풀려나게 한 진나라 목공이나, 현인 월석보를 말 한 필과 바꿔 온 제나라 재상 안영 같은 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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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것은 어디든 있다고 했고, 이것과 저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함께 가야하고, 나의 기준이 아닌 자연에 따라 시비를 따져야 한다고 했어. 옳고 그름을 나누지 말고, 크고 작음을 나누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단다.

장자에 나오는 우화 중에 가장 유명한 우화는 바로 호접몽(胡蝶夢) 일화란다. 장자가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 속에서 자신이 나비가 되었는데, 그 꿈에서 꾸고 나서 크게 깨닫게 된단다. 우리의 지금 삶이 한낱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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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장자가 꿈을 꿉니다.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입니다. 꿈에 나비가 되어 날아다닙니다. 사람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떨어질까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그런지 적지(適志)’라고 표현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뜻에 꼭 맞아서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기가 장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나비가 된 것이죠. 사실 난다는 표현은 인간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장자의 첫 이야기는 대붕이 날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대목은 바로 장자 자신이 날아가는 장면입니다. 대붕은 구만리의 하늘을 타고 납니다. 그리고 장자는 물화’, 곧 나비가 됨으로써 하늘을 납니다. 구만리의 하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비의 날개는 아주 가벼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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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이야기는 혼돈 설화로 마무리한단다. 혼돈은 눈, , , 귀가 없는 존재였단다. 남쪽의 임금은 숙이고, 북쪽의 임금은 홀인데,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서 자주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잘 접대해 주어서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숙과 홀은 혼돈에게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 주었다고 했어. 그러니까 눈, , , 입을 만들어 준 거지. 그러자 혼돈은 일주일 만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 혼돈 설화의 전부란다. 숙과 홀은 문명을 의미하는 것이고, 혼돈은 자연의 그 자체, 무위자연을 의미하려는 것이란다. 이 일화 또한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란다. 선의로 행한 것이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러한 예는 인류 역사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단다. 장자의 주제를 한 마디로 하자면,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이해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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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자>에 대한 강의이다 보니 <장자>에서 인용한 글들이 많았단다. 그런 인용한 글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들은 아빠가 다시 발췌해 보았는데, 그 중에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을  너희들에게 소개해주는 것으로 오늘 편지를 마치련다.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편지라는 점 이해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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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자연이 하는 일을 알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은 지극한 사람이다. 자연히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자연을 따라 살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은 그가 알고 있는 것으로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길러 천수를 마쳐서 중도에 요절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앎이 성대한 사람이다. 비록 그러하나 근심이 있으니 앎이라는 것은 마주하는 것이 일정한 뒤라야 꼭 맞게 되는데 마주하는 것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자연이라고 생각한 것이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닌 줄 알며, 내가 인간에 속한 것이라 여긴 것이 자연이 아닌 줄 알겠는가. 참다운 사람이 있은 뒤라야 참다운 앎이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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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장자> 이전의 고전 중에서 <논어>는 약 1 5000여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붕새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이유를 그 누가 알겠습니까?


<1장>을 통해 장자는 모든 존재가 평등한 제물의 세계를 들려 주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인간 세상에 만연한 것이 차별입니다. 그런 차별은 어떤 근거에서 나오는가? 장자가 보기에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근원에는 언어가 놓여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물을 분류합니다. 이 분류는 대단히 폭력적입니다. 장자는 이러한 사실을 밝힘과 동시에 차별이 없는 세상을 희구했던 옛 성인 요와 순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 P148

우리는 어떤 권위에 의존해서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지만 장자가 보기에 그런 것들은 모두 화성(化聲), 곧 변화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꿈처럼 일시적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둠에 갇힌 존재일까요? 어떻게 해도 행복해지거나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일까요? 장자는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천예(天倪)’라고 하는 자연의 도를 따라 만물을 조화하는 것입니다. 자연의 도를 따르게 되면 세상이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여길 수 있게 됩니다.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장자가 바라는 경지입니다. - P182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 지식은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을 가지고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면 위태롭다. 그런데도 지식을 추구하면 더욱 위태로워질 뿐이다. 착한 일을 하더라도 명예에 가까이 가지는 말며, 나쁜 일을 해도 형벌에 가까이 가지는 말고, 중간을 따르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으면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생명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고, 어버이를 모실 수 있으며, 천수를 다 누릴 수 있다." - P202

물욕을 탐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관계를 차단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부의 물욕을 나서서 맞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머물지 못하는 것은 이목의 욕망을 따라 마음을 가만히 두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곧 이목의 감각을 닫아서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극을 그대로 두되 그것을 따라가려는 심지(心知)의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귀신도 찾아와서 머물고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겁니다. 고대의 성왕인 우임금과 순임금, 그리고 전설의 주인공 복희씨와 궤거씨는 모두 이런 방법으로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 P263

"도는 제 모습과 분명함은 있지만 작용이 없고 눈에 보이는 형체가 없는지라, 전해줄 수는 있지만 받을 수는 없으며, 터득할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으니, 스스로 뿌리가 되어 하늘과 땅이 아직 있기 이전에 예로부터 분명히 있어 온 것이다. 귀신과 상제를 신령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만들며, 태극보다 앞서 존재하면서도 높은 체하지 않으며, 육극 아래에 머물면서도 깊은 체하지 않으며, 하늘과 땅보다 앞서 있으면서도 오래된 체하지 않으며, 상고보다 오래되었으면서도 늙은 체하지 않는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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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슈테판 성당은 살아 있는 화석이다. 중세 도시의 흔적을 온몸에 지니고 있다. 원재를 12세기에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었는데 큰불이 나서 무너졌다. 그 자리에 14세기 초부터 2백여 년 걸려 새로 성당을 지었는데 종교 건축양식으로 바꾸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흔적은 성당 전면에만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길이 107미터 너비 34미터, 축구장만 한 땅을 딛고 선 본당 건물에는 첨탑이 넷 있는데 남탑인 슈테플이 136미터로 단연 높다. 벽돌을 생선 뼈 모양으로 짜 맞춘(herring bone) 지붕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장 쌍두(雙頭)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다. 내부시설은 권력자의 취향과 유행에 따라 여러 차례 달라졌지만 중앙설교대를 비롯한 중심 공간을 고급 대리석과 화려한 귀금속으로 꾸민 것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32)

온몸을 적셔 준 비엔나커피의 달콤함이 물 밑으로 가라앉는 듯한 우울함을 덜어주었다. ‘이성은 고상할지 몰라도 사람의 내면을 항구적으로 지배하지는 못해. 매 순간 더 강하게 인간을 끌어당기는 것은 감각인지도 몰라. 어때? 그런 것 같지 않아? ‘비엔나커피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잠깐, 오해를 피하려면 비엔나커피라고 따옴표를 한 이유를 말해야겠다. 빈에는 비엔나커피가 없었다. 딱 한군데,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기다렸던 중앙역 로비의 비스트로에 비엔나커피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건 비엔나커피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길다방 커피에 생크림을 올린,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정체불명 음료였다.


(66-67)

사람들은 비운의 주인공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지만, 빈 사람들이 시씨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운명에 의해 권력형 셀럽이 되었지만 시씨는 자기다운 삶을 추구했다. 그녀는 남편이 황제여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혼인했다. 황후의 권력과 화려한 궁정 생활에서 의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남편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빈을 떠나 여행자의 삶을 영위했다. 아름다운 몸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처절한 노력을 쏟았고 신분의 차이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다. 운명을 거부하거나 극복하지는 않았으나 운명에 갇히지도 않았다.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의미를 느끼는 인생을 살아나가려고 번민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런 끝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역사의 위인은 아니었으나 사랑할 만한 미덕을 지난 황후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시씨의 사진과 초상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빈의 상인들을 욕하지 마시라. 그들은 시씨를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다.


(73-74)

마리아 테레지아가 오로지 타고난 성격과 재능 덕분에 유능한 군주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남자 형제가 없었기에 어려서부터 군주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고 권력 행사와 관련한 직접 간접 경험을 쌓았다. 쇤브룬 궁전의 마리아 테레지아는 내게 말했다. “리더십을 형성하려면 지적,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학습과 경험을 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누구라도 탁월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나를 보라.”


(101)

도나우강은 알프스 남쪽 경계를 타고 동쪽으로 흐르면서 빈을 지난 다음 부다페스트 근처에서 직각으로 몸을 틀어 남쪽으로 내려간다. 헝가리를 벗어날 때 다시 동으로 전향해 카르ㅏ티아산맥과 발칸 산맥 사이의 협곡을 따라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북부를 가로지른 후 루마니아 남부 평원과 우크라이나 저지대를 거쳐 흑해에 들어간다. 숱한 지류를 끌어안으며 알프스의 발원지에서 흑해까지 3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도나우의 품에서 빈,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자라났다. 1990년대에 라인강과 연결하는 운하가 개통되어 이제 도나우 물길은 흑해에서 북해까지 통하게 되었다. 하류의 도나우는 잔물결이 흐르는 푸른 강이지만 빈과 부다페스트 구간의 도나우 상류는 그렇지 않다. 탁류가 빠르게 흐르는 위험한 강이다.


(114)

부다페스트의 화려함은 헝가리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열등감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사의 상처를 감쪽같이 지워버린 빈과 달리 부다페스트는 그 모든 것을 내놓고 보여줌으로써 여행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하는 초대형 기억 공간을 조성한 베를린 말고는 부다페스트만큼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 적극 홍보하는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부다페스트에서 반드시 그런 것을 챙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연을 알면 부다페스트가 더 정겹게 안겨 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135)

언드라시(Andrassy Gyula, 1823~1890)는 오늘날 슬로바키아공화국에 속하는 곳에서 태어났다.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백작의 아들이었던 그는 소년 시절부터 민족주의 정치 운동에 참여했고 세체니 이슈트반의 눈에 들어 스물세 살에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848년 귀족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크로아티아 영토전쟁에 종군했으며 헝가리혁명 정부의 명에 따라 이스탄불로 파견되어 오스만제국 정부의 협력을 끌어내려고 했다. 혁명을 진압한 합스부르크제국은 그를 반역자의 두목으로 지목했다.


(181)

나는 얀 후스를 존경한다. 후스를 모른다고 해서 프라하 여행에 지장이 생기진 않지만 알면 프라하 공간과 체코 사람들의 정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 세계사 교과서에서 얀 후스(Jan Hus, 1372~1415)라는 종교개혁가의 이름을 처음 보았다. 그렇지만 후스가 그저 종교개혁가로서 프라하의 광장에 서 있는 건 아니다. 후스의 동상은 보헤미아 민족주의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담고 있다. 그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았고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보헤미아와 유럽의 역사를 바꾸었다.


(188-189)

그래서 보헤미안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보헤미아인에 해당하는 체코 말은 체키인데 뜻은 정반대에 가깝다. ‘체키는 슬로바키아인이나 모라비아인 같은 소수민족을 제외한 보헤미아의 체코인을 가리키는 체코 말이고, ‘보헤미안은 독일인과 집시를 비롯해 체코인이 아닌 보헤미아 사람을 지칭하는 외국어였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보헤미안의 뜻이 달라졌다. 유럽 사회의 주류로 지위를 굳힌 부르주아 계급의 틀에 박힌 도덕 규범이나 행동 양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한 가치관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는 지식인과 예술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주로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인이었다.


(209)

체코 사람들은 성 바츨라프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시, 소설, 영화, 연극, 노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가 죽은 지 1천 년이 된 1929 9 28일부터 체코슬로바티아공화국 정부가 개최한 축제를 보려고 75만 명의 시민들이 프라하에 몰려들었다. 지금도 해마다 그날에는 성당마다 대대적인 추모 미사를 연다. 카렐 4세가 실제적 국가 창설자라면 성 바츨라프는 정신적 국가 창설자였다. 생일이 확실치 않아서 사망한 날을 정신적인 국경일로 삼았다. 통치자로서 거론할 만한 업적도 없고 재위 기간도 짧았지만 도덕적 정치적 비난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보헤미아의 자존을 지키려고 외세에 대항하다가 사악한 동생의 손에 목숨을 빼앗겼다. 긴 세월 외세와 종교권력의 억압과 핍박을 받으며 자존과 독립을 갈구했던 보헤미아 민중이 역사에서 그를 불러냈다. 영운은 탄생하는 게 아니다. 민중이 찾아내고 만든다.


(248)

영국과 미국 공군은 1945 2 13일 밤부터 사흘 동안 네 차례 번갈아 드레스덴을 융단폭격했다. 그때마다 고열의 화염폭풍이 도심을 집어삼켰다. 군수품 공장과 기차역뿐 아니라 주택, 상점, 호텔, 술집, 교회, 성당, 병원, 오페라하우스, 영화관, 동물원, 학교, 엘베강의 선박까지 도심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던 모든 것이 터지고 녹고 부서지고 불탔다. 사망자만 20만 명이라며 연합국을 비난한 나치 정부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 폭격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몇인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전쟁이 끝나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도 무너진 건물에서 시신이 나왔고 지하 방공호 한군데서 1천여 명의 시신을 찾은 일도 있었다. 체코 접경지 수데텐란트(보헤미아의 독일 국경 인접 지역)에서 쫓겨나 드레스덴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던 피난민들은 거주자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다. 당시 시신을 수습한 사망자만 35천 명이 넘었다. 독일이 엘베의 피렌체라고 자랑했던 드레스덴에는 공장 몇 개 말고는 전쟁과 관계있는 시설이 없었는데도 연합국 공군은 엄청난 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258)

집은 건축주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종교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건축양식은 건축기술의 발전, 활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의 변화, 건축주가 동원할 수 있는 재정의 규모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건축주의 철학과 욕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로마제국 시대에 지은 교회는 무섭지 않다. 아테네 도심 골목의 오래된 정교회들은 아담하고 소박하고 정겹다. 원래 성당이었던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박물관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대세였던 고딕 양식 성당들은 그렇지 않다. 높고 날카로운 첨탑과 장중한 스테인글라스로 경외심또는 공포감을 강요한다. 고딕 양식은 가톨릭교회가 세속권력과 결탁하거나 스스로 세속권력을 능가하는 권력이었던 시대의 지배적 건축양식이다. 그들이 그런 집을 지은 것은 민중이 그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복종하기를 원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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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일곱 번째는 역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란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아빠도 어렸을 때 읽었고, 최근에는 3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단다. 3년 전에 읽은 것은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어. 번역의 차이는 있지만 줄거리는 크게 차이가 없단다. 특정 부분에 대해 두 출판사의 번역 차이를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그런 꼼꼼한 독서는 아빠에게 통하질 않지…^^

첫 문장만 두 책의 번역의 차이를 한번 비교해 보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 : 어터슨 변호사는 무뚝뚝하게 생긴 사람으로 밝게 미소 짓는 법이 없었다.

열린책들 출판사 : 변호사 어터슨 씨는 쉽게 미소 짓지 않는 엄한 남자였다.

, 갑자기 원문이 어떤가 찾아보고 싶더구나.

원문 : Mr. Utterson the lawyer was a man of a rugged countenance that was never lighted by a smile.

어떤 게 나을지 잘 모르겠구나. 궁금증이 점점 커져서 인터넷 번역기를 어찌 번역하나 궁금했단다.

구글번역: 변호사 어터슨 씨는 결코 미소로 빛나지 않는 거친 얼굴의 남자였습니다.

파파고번역: 변호사 어터슨 씨는 결코 미소로 빛나지 않는 험상궂은 얼굴의 사람이었다.

아빠라면 어떻게 번역을 할까? 이미 이 번역문장들을 봐서 선입견이 생겨 선뜻 떠오르지 않는구나. 너희들이 번역을 하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하구나.


1.

줄거리는 3년 전에 쓴 아빠의 독서편지를 참고해도 되겠지만, 그거를 전혀 배제하고 이번에 읽은 기준으로 다시 줄거리를 적어보기로 했어. 어떻게 달리 적어 놓으려나, 아빠도 사뭇 궁금해지는구나. 3년 전에 어떻게 써 놓았는지도 다 까먹었으니 말이야. 자 그럼 시작한다.

변호사 어터슨은 몇몇 친구들과 친척들 이외에는 친한 사람들이 없었어. 그 중에 친척 리처드 엔필드와 일요일마다 산책을 하는데 엔필드가 산책길 중에 오래된 낡은 2층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었어. 2층집에 사는 하이드라는 괴한이 어린 아이를 짓밟은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괴한한데 보상을 해달라고 하자 100파운드짜리 수표를 가지고 왔어. 그런데 사회지도층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지킬 박사의 수표를 가지고 왔다는 거야. 어떻게 그런 괴한이 지킬 박사의 수표를 가지고 올 수 있냐면서 사람들은 의아해했다고 엔필드는 이야기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어터슨도 놀랬어. 사실 어터슨도 지킬 박사와 친한 친구였고 그의 이상한 유언장도 가지고 있었어. 왜 이상한 유언장이라고 했냐면 지킬 박사의 모든 재산을 하이드 씨에게 전달하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야.

어터슨은 또 다른 친구이자 지킬 박사와도 친구인 의사 래니언을 찾아갔어. 지킬과 하이드에 대해 물어보려고 말이야. 래니언도 지킬 박사를 만난 지 오래되었다고 했어. 그래서 어터슨은 하이드를 만나려는 시도를 했어. 어렵게 2층집 실험실 앞에서 하이드를 만나게 되었지만,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저택으로 찾아가 보라고 했어. 어터슨은 자신의 친구 지킬이 하이드에게 약점을 잡혀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로부터 얼마 뒤 저녁 식사 모임에서 지킬 박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어터슨은 유언장에 대해 문의하자, 지킬은 그저 하이드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했어.


2.

1년 후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 하이드가 어떤 국회의원인 노신사를 때려 죽인 거야. 어떤 하녀가 이 사건을 목격했는데 범인은 하이드였어. 그 사건 현장에 간 어터슨은 그곳에서 자신이 지킬 박사에게 선물한 지팡이가 있었어. 어터슨은 하이드를 찾아갔지만 그는 집에 없어서 그는 다시 지킬 박사의 저택에 찾아갔지만 하이드의 편지만 전달받았어. 이상한 것은 하이드의 필체가 지킬 박사와 비슷했지. 이상한 일들만 계속 일어나는구나. 그 살인 사건 이후 하이드는 사라졌어. 행적이 묘연했지.

지킬 박사도 예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았어.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단다. 지킬 박사는 다시 두문불출했어. 어터슨은 다시 래니언을 찾아갔는데, 래니언의 모습은 초췌했고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얼마 후 래니언은 죽었는데, 죽기 전 그가 쓴 편지가 왔는데, 지킬이 죽거나 실종되기 전에는 열어보지 말라고 적혀 있었어.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어느날 지킬 박사의 하인 풀이 찾아와서 지킬이 걱정된다고 했어. 무슨 일이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서 어터슨과 함께 가자고 했어. 지킬 박사의 실험실 문 앞에서 들은 지킬 박사의 목소리는 무척 이상했어. 풀은 이미 지킬 박사는 살해되었을 거라고 했어.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하이드 씨라는 거야. 어터슨도 목소리를 들어보니 하이드 씨의 목소리 같았어. 어터슨과 풀은 함께 실험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기로 했단다. 그렇게 문을 부수고 들어간 실험실 안에서 본 것은 자살한 하이드 씨의 시신뿐이고 지킬 박사는 없었어. 그리고 어터슨 앞으로 봉투가 하나 있었는데 지킬 박사의 유산은 모두 어터슨에게 준 다는 내용이었어. 그리고 지킬 박사가 사라졌으니, 래니언의 남긴 편지, 지킬 박사가 죽거나 실종되면 열어보라는 그 편지를 열어보았는데 그 편지에 모슨 진실이 담겨 있었단다.

지킬 박사는 모든 인간은 선과 악을 모두 갖고 있고, 그 선과 악은 둘로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했어. 그리고 실험을 통해 선과 악을 나누는데 성공을 한 거야. 그래서 하이드와 지킬 박사의 모습을 번갈아 바꿀 수 있었지. 하이드가 되어서는 악의 욕망으로 나쁜 범행을 저질렀지. 처음에는 자신이 변하고 싶을 때 변할 수 있었는데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어. 자신이 약도 먹지 않았는데도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하이드로 변해 있는 거야. 약을 먹고 다시 지킬 박사로 변해서 하이드로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지킬 또한 하이드의 욕망과 쾌락을 참지 못했어.  결국 다시 한번 하이드로 변했는데 그때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거야. 이번에는 더 이상 하이드로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제는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하이드로 변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어. 이 일을 끊는 일은 죽음 밖에 없다는 것을 지킬 박사는 알았단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이 비극을 끝냈던 거야.

….

이렇게 줄거리는 끝이 났단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욕망을 참고 살고 있기에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었구나. 그리고 그 악의 욕망을 참지 못하면 지킬 박사와 같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고 경고를 한 것이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은 교훈적인 소설이었구나. .. 문득 3년전에 쓴 독서편지를 읽어보고 싶구나. 한번 읽어봐야겠다. 쑥스럽겠지만….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변호사 어터슨 씨는 쉽게 미소 짓지 않는 엄한 남자였다.

책의 끝 문장: 이제 나는 펜을 내려놓고 이 고해의 편지를 봉인한 후, 불행한 헨리 지킬의 삶을 마감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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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08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팽귄 클래식 번역이 좋군요~!! 구글하고 파파고는 좀 어색하네요 ㅋ

bookholic 2022-07-09 07:26   좋아요 1 | URL
제가 ‘열린책들‘ 출판사를 좋아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첫문장은 ‘열린책들‘의 패배같습니다...^^
 
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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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jiny가 추천해준 <불편한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고 그 소설을 쓴 지은이 김호연 님의 다른 작품들을 들러보다가 알게 된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었단다. 이 소설은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한 소설이란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 청파동이 주무대였는데, 이번에 읽은 <망원동 브라더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 망원동이 주무대란다.

책 표지의 그림에는 네 명의 남자가 그려져 있는데, 제목의 브라더스가 그 네 사람의 이야기겠구나, 하면서 책을 펼쳤단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전에 읽은 <불편한 사람들>의 주인공들처럼 사람 냄새 풀풀 나고 정 많은 사람들이 나온단다. 책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으면 종이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단다.


1.

가난한 만화가 영준은 망원동 옥탑방에서 혼자 생활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캐나다 이민을 갔던 김부장님이 세 달 만에 돌아왔단다. 같이 갔던 다른 식구들은 캐나다에 그대로 둔 채 말이야. 이혼은 아니고,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아내는 그 애들 뒷바라지하고 홀로 귀국을 한 거야. 이민을 가기로 했던 거니까 집도 모두 처분하고 가서, 김부장님은 마땅히 갈 것이 없어서 영준의 집에 찾아왔어. 당분간 신세 좀 지겠다면서 말이야. 영준과 김부장님은 어떤 관계냐고? 김부장님은 전직 출판사 영업부장이었고, 그 출판사에서 예전에 영준의 만화를 내서 알게 된 사이였단다. 김부장님의 이름은 김창경이란다.

영준은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일부러 연락 끊긴 만화가의 아이 돌잔치에 가기도 했어. 그곳에서 학습만화를 그리는 동료 만화가를 만나서 자신도 학습만화 출판사 관계자를 소개받고 긍정적인 이야기도 들었어. 자신의 창작 만화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영준, 자존심을 버리고 학습 만화의 문을 두드린 거지. 그런데 그 돌잔치에서 영준은 옛 싸부를 만났어. 그 싸부는 한 때 잘 나가는 스토리 작가였지만, 지금은 사고뭉치로 이혼당할 위기에 몰렸지. 그렇게 돌잔치에서 재회했던 싸부가 얼마 뒤 영준의 옥탑방에 찾아왔어. 이미 김부장님은 좁은 옥탑방을 피해 옥상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었어.

이렇게 동거인이 하나 둘 늘어나자 깐깐하기로 둘째가기 서러운 슈퍼할아버지가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어. 김부장님이 알겠다고 했는데, 싸부는 물러서지 말다툼을 했지. 그런데 다음날 싸부는 슈퍼할아버지의 바둑친구가 되었단다.


2.

영준은 학습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나, 그 좁은 방에서 티격태격 하는 김부장님과 싸부로 인해 제대로 그릴 수 있을 지 모르겠구나. 그들을 내칠 수도 없고 말이야. 김부장님은 마트 개업식 이벤트 행사로 열린 빨리 먹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영준과 싸부도 참가하긴 했지.. 공짜로 먹을 것을 준다는데…) 2등을 했단다. 1등은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삼척동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였는데, 알고 보니 영준의 대학 후배여서 아는 척을 했지. 그 이후 삼척동자는 옥탁방에서 자주 놀러 왔어. 1등 상품을 받은 텔레비전도 들고 와서 옥탑방에 설치했단다. 점점 옥탑방은 일인당 평균면적이 줄어들고, 혼자 조용히 작업할 시간이 줄어들었어.

….

김부장님이 가끔씩 해장국을 끓어주었는데 그 맛이 끝내주었어. 그 실력을 죽이기 아까워서 김부장님은 해장국집을 차리려고 했지. 싸부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어. 싸부의 후배가 아구찜 식당을 하는데, 아침 시간에는 영업을 안 하기 때문에 그 식당에서 새벽과 아침 시간에 해장국을 해 보라고 말이야. 그렇게 해장국집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집과 식당은 차이가 있었어. 장사가 잘 안되었단다. 삼척동자는 고시원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연하듯 떨어지고 김부장님의 해장국집을 도와주었어. 해장국집은 다행히 조금씩 잘 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리를 잡아갔단다.

그 좁은 옥탑방에서 남자 네 명이 북적이다 보니, 싸움이 안 날 수가 없단다. 그래서 홧김에 영준은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을 알아보았어. 그러다가 자기의 예산에 맞는 괜찮은 집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 집 주인 선화가 이사 갈 집을 구해야 그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지금 당장 급한 게 아니라서 기다리겠다고 했지. 그러다 보니 문자를 보내게 되었고,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고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무료하고 똑 같은 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이웃 건물에서 불이 났어. 그곳에서는 싸부가 짝사랑하고 있던 남편 없는 연숙 아줌마가 살고 있었지. 그런데 그 연숙 아줌마와 중학생 딸이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어. 싸부는 짝사랑의 힘으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 건물로 뛰어들어가 연숙 아줌마와 딸을 데리고 나왔단다. 그런 싸부의 모습은 동영상을 찍혀 나중에 텔레비전 뉴스에까지 나와 영웅 취급을 받게 되었어. 만화협회에서도 그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그는 일자리도 다시 생기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짝사랑하던 연숙 아줌마와 사랑하게 되었단다. 싸부가 가장 해피엔딩인 것 같구나.

어느날 영준은 이 망원동 브라더스 인간들을 웹툰으로 그려보기로 했단다. 창작은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만들어져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전에 읽은 <불편한 편의점>은 너희들도 함께 읽어도 좋았지만, <망원동 브라더스>는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좀 성인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지금은 추천하기가 뭣 하더구나. 나중에 커서 유쾌하고 사람 냄새는 소설이 읽고 싶을 때 읽어보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김 부장은 길치가 분명하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망원동 옥탑동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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