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성공하는 힘 있는 여자
루이스 L. 헤이 지음, 김태은 옮김 / 스타라잇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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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의 폭행, 이웃의 성폭행, 고등학교 중퇴, 열여섯 나이의 임신과 출산, 딸의 입양, 남편의 외도. "하루 5분 동안 거울을 보고 말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당신의 삶의 바뀝니다."라고 말하는 책 <미러>의 주인공, 루이스 헤이(1926~2017)의 이력이다. 심리치료 전문가, 긍정확언의 전달자, 자기 치유의 심볼로 불리는 루이스 헤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내가 떨어진 나락으로 기어 들어가 영영 사라지는 것 뿐"이라고 말하던 그녀가 책 <미러>, <치유>에 이어 책 <21세기에 성공하는 힘 있는 여자>를 펴냈다. 원제는 Empowering Woman이다. (어떻게 번역에 '21세기에 성공하는'이라는 표현이 붙었을까?) 현재 고인이 된 저자는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기, 신념을 알아차리기, 운동의 유익을 알기, 치유와 명상 등의 다양한 조언을 남긴다. 그 중에서 저자는 '긍정확언'을 가장 강조한다. 긍정확언이란 자신이 믿고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믿으면 이루어 진다는 심리적 개념이다.


극한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요즘, 한 줄기 빛 얻을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다. 나는 아마도 여성 직장인으로서 적용할만한 소소한 팁 등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은 생각보다 '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줄 수 있으며, 긍정적 자아상을 갖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루이스 헤이를 원래 알고 있던 독자가 아니라면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저자는 책에서 1950년대 미국 교과서에서 실렸던 '여성의 할 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에는 남편을 위해 저녁을 차려두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 안을 청소하고 등의 내용이 등장한다. 남편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자신을 살아가는 여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한 부분이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저자는 '관계'에 대한 이슈를 설명하며 '답정남(답을 정하는 남편)'에게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답을 정하는 '답정녀(답을 정하는 여자)'가 되라고 한다. 이 부분은 여러 사람과 소통해 최선의 방법을 낳는대신 혼자만의 아집을 부각시키는 건 아닌지 불편하기도 했다.

<21세기에 성공하는 힘있는 여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달라졌는지 몸으로 경험했던 저자의 믿음에 대한 책이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며 행동하도록 독려하는 심리서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게는 도와준다. 자존감 회복이 시급한 상태라면 큰 울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렌스 크레인의 <자기사랑>, 마르틴 베를레의 <오늘부터 내 인생, 내가 결정합니다> 등과 유사한 책이다. 영적 성장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등이 필요한 독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다.

<여성을 위한 긍정 확언> 74~75p

- 나는 여성으로서의 고유한 힘을 가졌다.

- 나는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고 있다.

- 나는 내가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

- 나는 지혜롭고 아름답다.

- 나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기뻐하기로 결정한다.

- 나는 내가 가진 여성성을 받아들인다.

- 나는 나의 삶을 책임지고 있다.

- 나는 나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칠 것이다.

-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

- 내 삶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 내 삶에 넘치는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 내 삶은 내가 지배한다.

- 나는 힘있는 여성이다.

- 나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람이다.

- 나는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 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배워 나갈 의지가 있다.

- 나는 두 발로 당당하게 서 있다.

- 나는 내가 가진 힘을 받아들이고, 사용한다.

- 나는 싱글이어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다.

- 나는 어디에 있든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즐거워한다.

- 나는 내 삶의 여성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돕고, 함께 인생을 즐길 것이다.

- 나는 내 삶으로 인해 충만하다.

- 나는 인생의 모든 길을 참구할 것이다.

- 내가 여성으로 온전해지는 과정을 사랑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시간과 공간에서 생동감 있는 삶을 살고 있다.

- 나의 삶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선물을 받아들인다.

- 나는 내가 충분히 온전하며 완전하다고 느낀다.

- 내가 필요한 것에 나 자신을 헌신한다.

- 성장하는 것은 안전한 일이다.

- 나는 안전하며, 내 인생의 모든 일이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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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 - 비울수록 아름다운 밀리카의 집 스타일리시 리빙 Stylish Living 23
밀리카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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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내 다이어리에는 매일마다 살림품목이 적혀있었다. 옷, 신발, 가방, 책, 가전, 식재료. 평수를 줄여 이사를 가면서 작정하고 살림을 줄이고 있던 터였다. 펜트리가 하나 없어질 뿐인데 마음가짐은 달랐다. 이 기회에 나도 한번 미니멀라이프에 도전해보자 싶었다. 헌옷 수거가게에서는 김장봉지 5개에 해당하는 옷들을 단돈 1200원에 수거했다. 미국 출장길에 어렵게 구했던 리미티드에디션 나이키 운동화는 구형이라 골동품에 가까워 팔 수도 없었다. 이사를 계기로 집 안 구석구석의 살림들을 들춰냈고, 의외로 '쓰임 없는' 물건들이 많다는 생각에 놀랐던 때였다.


책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의 주인공 밀리카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저자도 처음부터 미니멀을 훌륭히 소화했던 건 아니다. 결혼을 하면서 꽉꽉 채워진 공간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거둬내는 습관이 주는 행복을 알게됐다. '줄여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뤄진 비움과는 달랐다. 저자는 취향을 존중했다. 다만 "취향을 넘어서는 지나친 과욕은 부리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예전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깔별'로 소장하고 '세트'로 갖춰야 직성이 풀리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호흡을 고르고 내가 가진 것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봅니다."(p.77)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귀하게 쓰는가에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기 전에는 물건을 '과시'하는 기쁨만 알았는데,

지금은 물건과 함께하는 '과정'안에서 행복을 찾아갑니다. (p.181)

미니멀은 '비움'이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걸 알아채기'에 가깝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향해 살림들을 돌보고 비워내는 과정은 '운동'과도 같다. 숨쉬기처럼 항상 해야하는, 언제난 섬세히 살펴야 하는, 그래야 나와 우리 가족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행위인 셈이다. 책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는 밀리카가 미니멀 인테리어로 시작해 신혼집을 꾸미고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미니멀'을 실천하고, 매일 그 실천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나아가 어떻게 지구와 환경을 고려하고 생활하는지를 담았다.

미니멀에 관심이 있어서 비슷한 류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읽혔다. 기존 책들이 어떻게 미니멀을 지향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한다면, 이 책은 '마이너스 몰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이너스 몰딩은 '벽면과 천장이 이어지는 부분을 노출'하는 인테리어 기법으로 '히든 몰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정한 '편안함'을 물건이 아닌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로 채워질 때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이것은 집안의 생김이 어떤지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여 나는 이 '마이너스 몰딩'에 눈길이 갔다. 연말에 새로 이사갈 새 집에서 꼭 이 몰딩을 적용해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또, '친환경 아이템' 파트도 인상적이다. 미니멀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환경을 고민하게 된다. 치솔을 나무로 바꾸고, 생분해 쓰레기봉지를 사용하게 된다. 밀리카도 그렇다. 저자의 내공이 보이는 살림 아이템들은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던 부분이라 실천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미니멀은 정답이 아니다. 삶의 방식일 뿐이다. 이것은 물건을 비우는 것일수도, 생각을 없애는 것일수도, 건강을 지키는 것일수도 있다. 밀리카는 '좋아하는 물건'으로 사는 방식을 선택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해 들어오는 따뜻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노하우를 배우기 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지금껏 어떤 미니멀을 좇아왔을까. 이제부터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할까. 고민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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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 삶의 무기가 되는 책읽기의 쓸모
김애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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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갖고 싶어? 어린이 날 엄마가 물으면 나는 책을 골랐다고 한다. 오빠가 레고를 선택하고 사촌동생들이 인형을 들었을 때. 집에 오래된 문학전집이 있었다. 글자가 세로로 쓰여진 낡고 오래된 전집이었다. 거기서 한 권을 꺼내 몇일을 끙끙대며 <모파상>을 읽었다. 잃어버린 친구의 목걸이를 갚기 위해 10여년 간 일에만 메여 살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게 내 독서의 시작이었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서야 책을 다시 곁에 뒀다. 서평단에 신청하고, 기관이나 대학이 꼽은 추천 100선에 달려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책에 빠져들었다. 다양한 각도로 찾아오는 감정들을 책으로 해소했고 결국 나는 '작가'라는 꿈을 안고 퇴사를 하기도 했다.


김애리 작가의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보며 나의 독서 이력을 되짚어 봤다. <책에 미친 청춘>으로 시작해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열심히 사는게 뭐가 어때서>와 같은 삶을 아우르는 독서와 글쓰기, 몰입, 마음관리 등에 대해 글을 쓴 작가다. 실은 책으로 만나기 전 나는 그녀의 블로그를 먼저 알고 있었다.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글이 좋았다. 훈계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면서, 그저 '나는 이렇게 살고있다'며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힘이 셌다. 마음을 동하게 했고, 배우고 싶었고, 따라하고 싶었다. 하여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도 몇 차례 참여했다. 모임에서도 그녀의 단단함을 빛을 발했다. 여러 과제와 토론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자연스레 그녀의 생각에 스미게하는 감응을 선사했다.

이번 책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책'과 관련한 그녀의 삶을 이야기한다.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서가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그 결과 지금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읽는다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나 지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면 쓰는 것은 받아들인 것들을 내 것으로 명확히 구체화시키는 과정"(p.107)이라며 '쓰는 독서'를 강조한다. 그 예로 글을 읽고 5줄로 정리하기, 3개월 독서대학, 매일 하루 3줄 읽기 독서법 등을 제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독서 대학'이다. 독서 대학이란 스스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30~40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으로,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학점을 메기듯 책을 읽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나는 '매달 1권 과학책 읽기'를 하고 있다. 업무상 필요해 선택한 목표인데, 이를 독서대학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책에서는 그녀가 실천했던 '마음공부' '재테크' 등의 독서대학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있다.

평균적인 사람들의 읽기 속도로 하루 25분 정도 독서를 하면 읽을 수 있는 페이지는 40여 페이지 남짓이다. 그게 1년이면 무려 14,600페이지다. 이를 다시 300페이지 책으로 계산하면 약 48권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아침에 눈 떠서 15분, 저녁에 잠들기 전에 10분 정도 책을 읽으면 1년에 48권 정도를 읽는다는 계산이다. (p.29)

책을 읽으며 나의 '책 인생'을 생각했다. 내게 책은 가성비 좋은 간접체험 창구다. 살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싶지만, 유한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내게는 책이다. <토지>를 읽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알게되고, <트렌드코리아>를 읽으며 요즘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알게된다. 또 책은 위로나 힐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때는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였다. 의뢰가 없으면 밥줄이 끊겼던 그때, 조급함을 잊어버리고자 서점에 매일 출근을 했다. 책을 읽고 머리에 새기고 음미하며 글을 쓰던 그 때는 배고픈것도 모르고 책에 몰입했다. 당시 썼던 독서노트만도 수십권에 달한다. 그 힘이 지금까지 닿는 걸까? 현재 직장생활을 하지만 계속 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루트로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들을 통해 듣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책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한 마디로 독서 카운셀링북이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책 놀이'를 책에서 배울 수 있다.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해 자신에게 적용해 보느냐가 독자의 몫일테다. 나는 '독서 대학'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고 발췌하면 5학점, 리뷰를 쓰면 10학점, 서평을 쓰면 15학점, 이런 식으로 학점체계를 만들고 크게 과학, 소설, 독서모임 세 분야로 나눠볼 생각이다. 아직 각 분야에 맞는 책을 골라둔 건 아니지만, 일년 간 이 활동을 하면 내가 과연 몇 학점을 채우게 될지 기대가 된다. 매년 초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한 해의 목표로 설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독서율은 하위권에 속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고 읽어야 할지가 어려운 것일 테다. 그 출발의 단서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지 않는 내가 있을 뿐이다. 단 한권. 단 한권이다. 단 한권으로 생각하지 못한 세상을 만나 독서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면, 그 어떤 세상보다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애리 작가는 책에서 독서에 의한 '기적같은 선순환'을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것을 체험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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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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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아파트 살인사건의 용의자 안모씨는 조현병을 앓아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후, 언론은 조현병과 관련 제도의 시급성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자연히 많은 대중들은 '조현병'은 '위험'하며 '예비범죄인'이라는 인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과연 이런 생각은 타당한 것일까?


책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의 저자 설운영은 정신건강가족학교장(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임원)이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아버지다. 책은 설운영 저자가 아들의 질병을 인지하는 과정부터 가족이 겪어야 했던 치료과정, 갈등, 사회적 시선 등을 총 3부에 걸쳐 담고 있다. 1부 '시련이 찾아오다'에서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조현병을 알게되기까지, 정신장애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2부 '함께 겪어야 하는 사람들, 가족'은 가족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환자를 바라보는 아버지이자 사회적 시선에서 버텨야 하는 환자가족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3부 '아픔을 넘어 세상속으로'에서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외침이 담겨 있다.

전 세계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개인이 평생 한 번이라도 걸릴 비율)은 1%라는 통계가 있다. 이 숫자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공히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조현병 환자의 수는 국민 전체의 1%인 약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조현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p.74)

그렇다. 인류 100명 중 1명 꼴로 조현병 환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적지않은 수 임에도 많은 이들이 조현병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로 여기기 일쑤다. 저자는 많은 환자 가족들이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밝히기를 꺼린다며 "이 문제를 언제까지 쉬쉬하고 움츠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는 동안에 우리 사회는 더 아파간다. (p.27)"고 지적한다. 밝히고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개선될 수 있다는 외침이다. 저자가 왜 정신건강학교를 세우고 이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또, 저자는 "아무런 지식과 정보도 없는 가족으로서 막상 식구 중 누군가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속수무책이다. (p.154)"며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사회는, 특히 우리나라는 소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장 등. 그들이 한데 묶여 불리는 것도 이런 시선의 결과물일 것이다. 하여 저자는 속수무책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단체가 힘써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책은 '환자의 가족'인 저자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나 제도적 차원의 개선 방안 등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많은 분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조현병'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조현병은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라고 한다.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돼 초기의 미약한 환자들마저 악화되며 중증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뜻이다. 2019년 한 국회의원은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공청회 자리에서 "정신병원, 말이 안되죠? 상식이 아니죠?"라는 막말로 공분을 샀다. 경기도 한 지역에 정신병원 건립에 대해 반발하는 아파트 주민들 의견에 동조하며 뱉은 언사였다. 이후 병원 개설 허가 취소에 대해 국회의원직을 남용했다며 조사를 촉구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다행히 현재 병원이 개설되었지만 여전히 주민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 가족들이 크게 상처를 받고있다. 아프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는 셈이다. '님비에 문 못 여는 정신병원'이라는 헤드라인이 익숙한 만큼, 환자와 가족들은 현실이 더 쓰리지 않을까? '사회적 죽음'으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설운영 저자의 목소리가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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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읽는 습관 - 모든 기획의 시작 좋은 습관 시리즈 4
김선주.안현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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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IT분야 글쓰기를 하고있다. 업무를 할당받은 후 각종 '뉴스레터' 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듣똑라 뉴스레터, 밀레니얼들 분석매거진 캐럿, 실리콘밸리 IT소식지 밀크뉴스, 전문가들의 리포트 퍼블리까지(심지어 유료). 이후 패턴은 이랬다. 뉴스레터들이 메일함에 도착하면 틈틈히 읽어본다 > 공통의 소식을 꼽아낸다 > 글로 엮어낸다의 단계. IT분야라는 '제약'으로 뉴스레터들의 모든 소재를 활용되지는 못했지만 사회 전반의 흐름을 읽는 것은 물론, 관심분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좋은 습관 연구소'에서 펴낸 책 <트렌드 읽는 습관>은 트렌드에 대한 종합서다. 우선 책은 1부에서 트렌드의 '정의'와 '종류'를 설명한다. '장기간에 걸친 성장, 정체, 후퇴 등의 변동 경향(p.23)'으로 정의되는 트렌드는 4종류 - 패드(FAD, For A Day), 트렌드,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 메가트렌드(Megatrends) - 로 나뉜다. '패드'는 지속시간이 짧은 것으로, 책에서는 흑당 커피나 흑당 아이스크림을 패드의 예로 든다. 패드의 지속시간이 길어져 주류가 된다면 이때부터 '트렌드'가 된다. 라이프 스타일 '욜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이크로트렌드와 메가트렌드는 대상과 범주에 따른 구분이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좁은 대상'을 상대로 하고, 메가트렌드는 '특정 영역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트렌드'를 말한다. 오타쿠나 덕질이 전자라면, 인공지능이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책은 트렌드를 대하는 자세, 트렌드의 트리거(자극제)와 배리어(장벽) 등도 다룬다.

2부에서는 트렌드를 읽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내가 선택했던 뉴스 구독 서비스 외 친인척 집 방문, 친구와의 만남, 대형서점 방문, SNS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얘기한다. 여기서 다루는 모든 방법들은 시간과 장소, 함께하는 사람 유무에 따라 다르지만, 근저에는 '관심'이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 주변 사물에 대한 관찰, 책이나 영화 등 문화에 대한 민감함 등. 특히 책은 '맥락'을 통한 그 '관심'을 설명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저서 <침묵의 언어>에서 '서로 다른 문화 속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의사소통인 침묵의 언어를 살피는 것이야말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p.103~104)'이라며 '맥락'을 강조한다. 게다가 에드워드 홀은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로 구분짓는데 여기가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다. 에드워드 홀은 유럽, 미국 등을 '대화 속에 대부분의 정보가 담겨있는' 저맥락문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는 '암묵적인 분위기나 표정과 태도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고맥락문화라고 설명한단다. 새삼 회사에서 강조했던 '명확한 디렉션'이 우리의 근본적인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허언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뜨끔했다.

책은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법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개인의 생각 '트렌드 주관화'를 통해 산업을 바라보고, 과제를 해결하며, 비즈니스 기획서를 쓰는 단계까지 다루고 있다. 이 파트에는 저자들이 파악한 다양한 트렌드 사이트와 서비스들이 제공된다. 기획 분야에서 일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팁이 아닐 수 없다. 또 저자들은 왜 조직 구성원들이 트렌드 읽기를 포기하는지 꼬집는다. 보통 많은 직장인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 봐야 위에서 받아주지도 않고, 외부 전문 컨설턴트들이 의견을 내야 먹힌다.(p.150)'는 말을 한단다. (공감 2000%) 저자들은 이에 대해 '도전적인 주관화'를 대안으로 던진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트렌드 읽기로 다양한 산업군을 연결하는 주관화로 내부의 고리타분함을 벗어나라는 의미로 읽힌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바위에 구멍을 내는 효과랄까?

<트렌드 읽는 습관>은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와 달리 콘텐츠가 꽉 차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트렌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려고만 해도 트렌드는 필요하지 않은가.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이 약진하며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인가'에 집중한다. 이것은 결국 어떻게 하면 대중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가와 연결되고 그것은 곧 '트렌드'를 읽을 이루어진다. 지금 내 앞에는 빨간색 다이어리가 놓여있다. 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이 되었던 2020년의 최대 트렌드는 '루틴'이었다고 한다. 외부 활동이 아닌 내부에서의 '자기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사람들은 각종 루틴을 - 운동루틴, 독서루틴, 청소루틴 등 - 만들어냈다. 그 루틴의 시각화 수단이 바로 다이어리인 셈이다. 이렇게 우리는 '나도 모르는 새' 트렌드를 보고 쫓고 그 안에서 살게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트렌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워보면 어떨까? 책 <트렌드 읽는 습관>이 그 시작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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