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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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마음에 여유를 주는 책 한권을 손에 들었다. 스님, 절, 불교,,,듣기만 해도 마음을 정갈하게 해 주는 그 주제 앞에서, 편안하게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이 책의 저자이신 지명 스님은 죽음과 가까이 한 상태에서 무를 닦기 위해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셨다고 한다. 처음 그의 이력을 읽어보며,,, 스님이 요트를 탔다고?  육(肉)을 멀리하면, 부(富)도 멀리할테고, 그럼 요트나 미국까지 건너갈 자비도 없었으련만, 어떻게 요트탈 생각을 다 하셨지? 라는 불손한 맘이 생겼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내가 어리석었다고 몇번을 자책했는지 모른다. 저자이신 지명 스님은 '무(無)' '공(空)' 등의 어렴풋한 불교적 의미들을 삶에서 발견하시고 그를 쉽게 전달해주신다.

  그는 벌레를 피하기 위한 전등 불에  태도에서 자신의 번뇌를 보게 된다. 또,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항상 그 누군가가 - 정치가, 군인, 경찰관 등 - 되려하며 자신을 옥죄이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기름을 조금 더 싸게 넣으려는 마음을 통해 "의식주의 급수 차이가 행복의 도수 차이가 되지 않는다."라는 깨닭음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실생활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 진리를 깨닭고 자비를 베푸시는 지명 스님의 삶을 보니 불교라는 도가 참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의 어떤 수필에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바로 우리라고 말이다. 이 '그것만 내려놓으라'의 핵심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지명스님께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의 자신의 태도 등을 통해 느끼고 꺠닭는 불교의 진리 -연기설, 無의 得, 恒順衆生願-이 바로 우리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누구 하나 의미없는 것이 없다. 능력없고, 못 생겼고, 돈이 없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보살로서 깨닭음을 줄 수 있고, 보시를 행하며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진리이다.

  이 책을 호기 넘치고, 더불어 삶에 대한 좌절과 희망이 자주 엇갈리던 십대때 읽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금이라도 젊고 꿈많던 시기에  내 존재에 강한 긍정의 메세지를 심어주는 지명스님의 깨닭음이 있었더라면, 날 조금더 아끼고 사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은 그 누구라도 가치있고 살아 있기에 의미있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책 초반부에 등장하여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내 마음을 사로 잡은 지명 스님의 한 말씀을 적고 싶다. <금강경>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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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의 시 149
허연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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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고, 무겁다. 시집을 읽는 내내  삶에 대해 거부감 가득한 작가의 눈빛이 거북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알게되었다. 허연님의 시선은 음울한 부정이라기 보다 속세를 벗어난 듯 하지만 더욱더 처절하리만큼

현실을 겪은 후에 발산해 내는 허무함과 초탈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15p)

불빛이 철없는 음유시인의 장난이라고 하는 것처럼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 속에는 아름답고자 하는 나만 안타깝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

'원래 일어날 일들이었습니다.'(18p) 

항상 우연처럼, 우연을 가장해 나타나는 세상만사의 일들은 그 어떤 높은 분이 점지해 놓은듯 나에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난다는 초월함이 보인다.

'죄와 어울리는 나이'(24p)

진실을 말하지만 진실로 믿어주지 않고, 거짓을 말하지만 진실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삐뚤어진 세상에 나도 같이 삐뚤어진다.

'사람들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들의 주변부에서 내가 산다. 지리멸렬해졌다. 늘 작년 이맘때쯤처럼 나는'(38p)

산다는 건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나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이렇다할 요소들,,, 그러나 그런 것들도 난 지루하고, 딱히 나에게 절대적이지 않다. 돈이 많은 자에게 돈은 장난감이듯, 집을 가진 자에게 집은 그냥 자신의 물건이듯,, 그 누군가에겐 숨막히도록 필요하고 처절하리만큼 갈구하는 대상인데 말이다.

,,,,

 

 허연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가 함축적이기에, 직접화법이 아닌 간접화법이 통하는 유일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나에게 말하고 싶던 것은 삶은,,, 무겁지만,,, 살만한 곳이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슬픈 빙하기'에 '나쁜 소년'이 서 있을 수 있으니까,,, 나도 시를 통해 느끼는 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둡기도, 밝기도, 무겁기도, 가볍기도,,, 나를 쥐락펴락 하는 세상 속에 발버둥치며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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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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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의 직장인, 특히 여성 직장인은 소위 말하는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똑부러지게 일처리를 하며, 세련되고 근사한 옷차림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멋진 애인을 두며, 퇴근 후에는 와인을 마시며 여유를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라는 사람들도 경쟁관계에서 항상 경계해야 하며, 근사한 옷을 입기엔 새벽5분의 잠이 더 달콤하다. 그리고 애인을 만나 와인을 마시기엔 야근도 너무 잦다. 그러나 여성들이여, 너무 실망하지 말아라. '참을 수 없는 월요일'에서는 워킹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들의 삶-꿈꾸던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인 타카토오 네네는 낙하산 입사라는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 출판사 경리부에서 일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모형만들기를 퇴근 후 즐기는 한 워킹걸이다. 그녀는 일을 똑부러지게 한다는 칭찬도, 멋진 남자친구도, 세려된고 멋진 외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떤 산업분야에서든 고도의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경리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또 오타쿠로서 N게이지형 모형을 만들어 판매도 할 줄 안다. 회사안에서의 친구는 야야밖에 없지만 그녀가 아주 왕따로 지내는 것도 아니다.  삶이 너무 밋밋하고 평범하여 보잘것 없지만, 월화수목금토일로 통하는 그녀의 일주일은 다이나믹하며 그녀만의 이벤트로 가득차 있다. 편의점에서 색다른 음식을 사서 하루 저녁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고, 친구의 퇴직을 함께 생각하며 슬퍼할 수 있다. 또 아침마다 마주쳤던 주민을 위험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나쁜 사람에게 칼을 맞기도 한다. 이러한 그녀의 일주일에 발생하는 이벤트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워킹걸의 삶도 다르지 않다. 나는 너무 지루하고 죽지 못해 산다고 느끼지만, 다른 이의 시선으로 봤을때의 우리네 삶은 다이나믹하며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내 삶도 그럴 것이다.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오는 절망감도,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좌절감도, 네네의 삶처럼,,, 어쩌면 지극히 긍정적이고 양분이 될 수 있는 일임에도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의미없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회 생활은 힘들다. 시간이 없어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머리가 너무 굵어져 계산하고 잴 것이 많아서 힘들다. 이러한 세상에 갖혀 진절머리 치던 나에게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숨통을 트이게 해 주었다. 내 삶도 나만의 의미가 있고, 강박관념 속에서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게 잘 살고 있다고 위로해 주는 듯 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워킹걸이여!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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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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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근로자는 까맣고 나와 말이 통하지 않으며, 돈 이라는 목적을 가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가장 우선시 하고, 사람과의 화합을 통해 살아간다는 좌우명을 가진 본인 조차, 피부색과 다른 민족이라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음을 알게되었다.

 

   이 '가족애 탄생'은 대략 12커플의 국제 결혼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와서 진정 드림을 이룬 자 부터, 자신의 반쪽을 위하여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자도 있다. 또, 산업재해를 당해 고통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도 있고, 자국에서의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한국에서의 고난을 선택한 자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국이라는 땅에 오기까지, 또 그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기 까지 그들이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낯선 시선이 바로 내가 보낸듯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한 챕터의 작은 에피소드에서 한국에서의 고됨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기 까지의 그들의 심경을 다 풀어내기에는 부족했으리라,,,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데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했던가? 이들의 삶이 바로 그러하다. 그리고 국적을 초월하여 '사랑'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좇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이들이 진정한 드림을 이룬 자들이다.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태도가 부끄러웠다면 반성하자. 책에서 말하듯, 우리에겐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열린 세계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고, 싱글맘, 독신가정, 공동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살아가고 있는데, 유독 아시안 국제결혼가정에만 배려를 아끼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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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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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두를 내려라-"의 판관 포청천에 대한 추억시 새롯새록 떠오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연유로 용작두, 호작두, 개작두를 받으며 세상을 등져야 했다. 이 '법정의 역사'는 작게는 판관 포청천에서 이뤄졌던 많은 판결과 그 관계자들의 입장을 넓게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법정의 새로운 면면을 알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법원이라는 법적 판결의 장소가 자리 잡기 까지의 역사와, 재판관,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소송 당사자의 각 입장을 알아 볼 수 있다.
 

   재판관은 사회적 불공정의 표상이거나 혹은 고도의 전문직이었다. 육체적 시험을 통해 약자를 가리던 재판과  일각수를 통해, 혹은 강물과 인간의 밀도차를 이용하여 의미를 부여했던 신탁재판에서는 객관적인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면에서 재판관은 세속의 권력과 부정행위 등의 부조리의 표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왕정 시대에 커크 대법관이 제임스 1세에게 말했듯이 한 사람이  자격을 갖춘 법관이 되기까지 반드시 전문적인 법률 훈련과 오랜 기간의 실무 경험을 거쳐야 한다(138p)는 의미에서 어떠한 범인도 쉽게 내다 볼 수 없는 신성한 자리이다.

  소송 당사자는 또 다른 측면이다. "동물 역시 선악을 구별할 수 있으며, 말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지혜와 변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동물이 잘못을 범하면 마땅히 공정한 심판을 받고 법정이 내리는 징벌을 받아야한다."(263~264p) 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에는 동물 또한 피소의 대상이었고, 그 주인들이 집행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현대의 생각으로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었다. 위에서 언급한 재판관이나 소송 당사자 이외에도 검찰, 변호인, 그리고 법정의 모습, 법복, 법봉의 역사까지 실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뒤쪽으로 갈 수록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세기의 재판들을 속속들히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법률역사에 이정표를 찍고 사회를 법치가 살아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그 노력과 흑인 재판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심슨재판이 왜 아직도 회자되고 그 법문이 논란이 되었는지의 여부는 책 뒷면을 덮으면서 깨닭게 된다.

  '법정의 역사'를 통해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던 법이 조금은 친숙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좌중을 휘어잡으며 유죄를 무죄로 바꾸는 변호사라는 매력적 직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본인은 저자 황밍허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중국의 법계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자 이 책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법률 체계를 비교 하며 선별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법쪽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 한국 내에서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유무를 뒤로 하고라도 자국의 법률을, 멀리 나아가 자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저자가 부럽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내비쳐 본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법정 영화 '12 Angry Men'에서 나왔던 한 토막을 통해 수많은 법정에서 해결 할 수 없는,,, 이 책에서도 물음표를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법과 인간이라는 딜레마를 음미해 보려고 한다.

 

                      무죄를 주장하는 배심원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당신이 피고라면?'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죽은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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