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 나는 왜 민주당을 탈출했나
캔디스 오웬스 지음, 반지현 옮김 / 반지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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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특히 '민주당'을 심도있게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이자 작가인 캔디스 오웬스의 책 <블랙아웃>이다. 미국 내 흑인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운동 블랙시트(Blexit)를 이끌고 있는, 미국 정치계의 아이콘 캔디스 오웬스다. 책에서 그녀는 왜 흑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면 안되는지, 그 생각의 뿌리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저자는 흑인 사회의 구심점은 ‘공화당’이라고 말한다. 남북전쟁 당시 할아버지의 일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겪었던 증오범죄와 이에 대한 언론의 태도, 할머니의 죽음 등이 그 근거다. 또, 처음으로 흑인을 – 노예가 아닌 - 국민으로 받아들여 '흑인 노예 해방'을 이끈 링컨 대통령 역시 공화당원이었음을 강조한다. 반대로, 좌익들(민주당)이 만들어낸 ‘흑인’은 “죽을 때까지 민주당에만 투표해야 구원 받을 수 있는 영원한 하층 계급”이며 피해자 대 압제자라는 프레임 안에서 “자신들의 정책이 실현되도록 돕는 장기말에 불과하다”(p.71)고 꼬집는다. 즉, 민주당은 흑인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표로 활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캔디스는 ‘리버럴’도 꼬집는다. 옮긴이는 책에서의 ‘리버럴’은 ‘미국 사회 내 좌익 성향의 사람들, 사회주의와 민주당 어젠다에 기반한 여러 사회적 가치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p.16)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여 ‘자유주의자’로 번역돼 의미상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리버럴’로 적는다고) 그녀는 ‘리버럴’이 흑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흑인이기 때문에’라는 ‘피해자 내러티브’(p.43)를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복지, 교육, 가정 등의 문제에서 흑인들이 그것들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결국 민주당을 ‘지지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그 예로 저자는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던 2016년 미국 대선을 언급한다. 당시 여성과 유색인종 등에게 지지를 받았던 힐러리가 근소 하게 패하자 민주당은 그 화살을 ‘이탈한 흑인들’에게 돌렸다는 것.


우리에겐 종식시켜야 할 세계 대전도 없고 지지해야 할 민권 운동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열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비주류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불필요할 정도로 우리 자신을 비주류, 약자(Underdog)로 몰아세우고 있다. (p.131)





캔디스는 책에서 보수주의, 가정, 페미니즘, 미디어, 문화, 노예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민주당과 리버럴을 깨부순다. 그 중심에는 ‘백인 특권’과 ‘흑인에 대한 억압’같은 ‘결함투성이의 개념’(p.176)이 있다. 토크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 작가 헤더 맥도날드가 “부르주아적 가치(시민의식, 권위, 존경 등)는 곧 백인특권(white privileges)이다.”라고 말하자 웬디스가 응수한다. “그것은 백인 특권이 아닌 그냥 특권이다, 그것은 인종과 무관하다.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이다.”라고. “흑인들의 진짜 문제는 첫째 아버지 없는 아이들, 둘째 교육문제와 문맹률”이라고 말하던 청문회의 한 장면도 스쳐간다.


I’m not far-right. I’m free. (난 극우가 아니다. 난 그저 자유롭다)





흑인이므로 응당 따르고 동의해야 할 것 같은 문제들을 캔디스는 '인간'의 관점으로 환기시킨다. 문제는 피부색이 아니며 제도와 이를 활용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캔디스의 말들은 ‘흑인이기 때문에’로 점철되는 피해자 코스프레는 물론, ‘흑인이므로’ 마땅히 무엇을 더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깨부수며, 피부색으로 점철된 모든 것들을 전복시킨다. <백인우월주의 청문회>를 다룬 영상에서 캔디스라는 미국인을 처음 알게됐다. 그녀는 그곳에서 백인들만 앉혀놓고 흑인문제를 다루는거냐 비난함과 동시에 '백인우월주의와 백인민족주의는 흑인들이 직면한 문제 가운데 순위를 매긴다면 100위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자신의 목소리로 당차게 한 정당을 무참히 쓰러트리는 캔디스의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도 그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캔디스는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여러 개념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역사적 사실에 다양한 예시를 들고 있어 이해가 쉬워 마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번역자의 수고도 한몫 했으리라.


책을 읽으며 우리 정치가 수차례 오버랩됐다. 일부 대선 후보들도 거부했던 ‘양당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형국이다. 또 우리의 정치권은 여러 목소리를 수렴하며 건강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보다 자신들의 이권에 골몰하고 있는 듯 하다. 대선 때, 과연 한 당에 속한 국회의원들이 그 당의 대선후보를 '진심으로 지지하는지' 궁금했다. 필요에 의해 '지지할 것이다’가 내가 내린 답이었다. 소속 정당의 우위가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까. 캔디스는 정당과 그 당의 주장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근거요 논리다. 정치 평론가지만 가장 정치인답게 보인다고나 할까? 현재의 정치 지형에 반기를 들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념들에 의문을 던지는 캔디스와 같은 인물이 국내 정치계에서 많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제2의 대선이라 불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과연 미국 정치는 어떤 모습일지, 지금 시점에서 한번쯤 알아봐도 좋지 않을까? 캔디스 오웬스의 책 <블랙아웃>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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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위한 변론 -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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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가 건강한 다이어트로 회자될 때, 나도 그 물살에 합류했다. 결과는 참패. 몸에서 고기 비린내가 났고 피부가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몸도 무거웠다. 채식으로 관심을 돌리자, 육류 섭취와 환경 파괴를 엮은 콘텐츠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식을 멀리해야 할 이유가 도처에 널려있었다.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 공장식 축산 구조, 열대우림의 파괴, 온난화와 환경 오염.. 고기섭취를 반대하는 영역의 이유들이다. 1980년대 대학생이었던 저자 니콜렛 한 니먼은 ‘소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벌목되고 불태워지는 브라질 삼림의 사진과 동영상’(p.23)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와 반대로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소고기에 가해지는 다양한 각도의 ‘비판들’을 변론하고,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p.19)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환경변호사로서 육류산업의 환경 오염 문제에 대응할 캠페인을 담당하게 된다. 축산농가를 방문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논문들을 읽어나가면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 사막화 등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소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축산업을 포함한 농업이었다.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 라는 오해

저자는 소와 관련한 ‘오해’를 짚고 넘어간다. 우선 오해의 시초, 2006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낸 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를 언급한다. 보고서는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p.24)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가 있었다. 저자는 지구가 부적절한 방목에 시달리고, 소 사육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일정 부분 맞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지금처럼 모든 환경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소’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엔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저자는 온난화의 주요 동인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중 ‘메탄’을 예로 든다.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탄수화물을 만들고, 이것을 소가 소화시키면서 메탄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동물이 식물을 먹기 전 공기 중에 있었던 탄소와 같은 탄소라는 설명이다. 결론은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지구의 생물계통적 탄소순환의 일부’(p.38)라고 것. 따라서, 소가 배출하는 탄소는 ‘원래부터 있었던’것 이므로, 산업적 배출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18%라는 보고서 내용은, 음.. 한 때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았던 환경부의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더불어 책은 자연 상태의 풀을 먹이는 목축업이 토양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생물 다양성도 증가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농목업계에 알려진 인물인 세이버리 교수의 말과 경험을 인용한다. 그는 “과거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것은 가축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사육하는 방식이었다”며 더 나아가 '방목'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구조, 기능에 지극히 중요하고 이롭다."(p.78)고 말한다. 즉, 동물 사육이 곧 환경파괴라는 믿음과 달리, 오히려 동물을 방목하지 않을 때 초원은 생물 다양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적색육과 지방은 오히려 체중 감량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p.277)

책에서는 소고기와 건강의 관계도 분석한다. 특히 저탄고지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다. 저자는 여기서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스탠퍼드의 연구 등의 자료를 인용하며 현대인들에 적신호를 일으키는 것들은 '설탕과 밀가루'임을 설명한다. 또, '적색육과 지방은 오히려 체중 감량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p.277)는 걸 강조한다. 채식인구는 늘지만 심장병과 고혈압 같은 성인병 지표가 줄지 않는 것도 저자의 논거가 된다. 하여 저자는 결론 내린다.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가 균형 잡힌 식단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어떤 가축도 본질적으로 환경에 해악이 되지 않’으며 ‘진짜 문제는 오늘날의 가축 사육방식’에 있다(p.25)

각종 수치와 데이터가 가득해 보고서를 읽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유의미하겠다. '소'라는 동물을 통해 인간과 식생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환경생태계의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채식 지향의 반대 논리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색하기도, 또, 목축업에 종사하면서 소를 옹호하는 내용을 길게 서술한 저자의 태도가 불편하게 느낄 독자도 있겠다. 그러나 소고기에 씌워진 오명을 벗겨내고자 사진, 도표, 통계, 기사, 실험, 논문까지 끌어들이는 저자의 정보분석력과 태도는 그런 오해를 깔끔하게 지우기에 충분하다. 책은 전혀 논쟁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자신의 주장을 차분히 이어나간다. 얼마나 오랜 세월, 이 분야를 연구하고 골몰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고기에 대한 취향, 채식의 선택, 이 모든 것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해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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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반려, 혼자가 아닙니다만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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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짝이 되는 동무라는 말이다. 반려자, 반려동물, 반려식물 정도가 떠오른다. EBS 지식채널에서 '반려'의 여러 형태를 조명했다. 동물, 식물, 예술, 커피, 사람, 심지어 세상과 시간도 포함된다. 나의 반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간 존재를 둘러싼 '함께'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책 <반려, 혼자가 아닙니다만>이다.


서울의 한 골목의 카페, 8평정도 되는 이곳의 특징은 매일마다 사장이 바뀐다는 것이다. '요일마다 사장이 바뀌는 카페'는 공간과 커피 머신 등 기본 부자재를 빌려주는 대신 월 30만원 정도의 대관료를 받는다. 그리고 그 날의 매출은 온전히 그날 사장의 수입. '회사 관두고 카페나 차릴까?' 우후죽순 생기는 카페, 그 결과 '10개중 7개가 5년이내 폐업'(p.119)을 한단다. '요일마다 사장이 바뀌는 카페'의 강병석 대표는 카페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리허설'의 기회를 제공한다. 매주 특정 요일에 한번씩 카페 사장이 되보는 것. 창업가들의 용기있는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선물하는 '반려'다.

'부부가 서로 닮는다'는 건 사실일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전 세계 400명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색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부부는 서로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닮은 사람끼리 만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200명의 남녀를 선정해 그들의 얼굴을 반대의 성별로 만드는 실험을 했단다. 그 후 다른 이성들의 사진과 섞어 보여준 뒤 호감가는 사진을 선택하게 한 결과, 자신의 얼굴 사진(반대의 성별로 만든)을 골랐다고 한다. 결국 남녀의 사랑과 배우자 선택의 결과는 '동질감'(p.203)이라는 것. 지금 내 곁의 '반려자'가, 동질감때문에 끌렸다는 것인데.. 흠. 남편의 의견을 물어봐야겠다.

책은 엔젤, 삶, 사랑 그리고 가족, 익숙하거나 낯설거나, 총 네 가지의 테마로 '반려'를 설명한다. 국내 국회의원부터 해외 강아지, 쇼팽, 사르트르 등 사례의 범주도 다양하다. 이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책이 주는 미덕은 바로 '공감'이다. 주변을 살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기회가 있더라도 쉽게 하지 않는 부분이리라. 하지만 '나'라는 존재 곁에는 '짝이 되는' 여러 동무가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책상도, 먹고 쉴수 있는 공간도, 우리집 공기를 정화해주는 산세베리아도, 물론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도.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그 주변을 환기시킨다. 더불어 '아, 내가 이 모든 것들 덕분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행복감도 선사한다. '늘 무엇인가와 맞닿아 있고 연결돼 있는 존재'인 나. <반려, 혼자가 아닙니다만>는 언제나 내 곁에 있지만 가끔 잊게되는 그들의 존재를 깨닫고 감사하게 되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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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임신기를 위한 슬기로운 남편생활 - 남편의 임신
김진태 지음 / 박영스토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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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임신'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남편이? 어떻게? 호기심이 인다. 임신은 (심적으로는 같이할 수 있지만)생물학적으로 여자의 영역이 아니던가? 저자 김진태는 남편으로서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똑같이 나누는 만큼 그 과정 속의 고통 또한 '똑같이 나눠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 바람을 담은 것일까. 책은 아내의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남편의 입장에서 쓰고 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한거야?' 임신 주차별로 나눠진 챕터를 읽어나갈 수록 이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는 각 차수별로 아내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 필요한 조치, 더 나아가 남편들이 해야할 행동들을 적고 있다. 예를 들면, 임신 초기에 시작된 아내의 입덧, 이에 따른 주의 사항과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쓰레기 치우기, 식사 준비하기, 욕실 청소하기 등)을 소개한다. 한 마디로 책은 임신에 대해 자신이 공부한 내용과 실행한 일들과 감정, 이에 대한 아내의 반응 등을 담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태교는 진심으로 사랑할 때 나오는 말고 행동들일 것이다. (p.87)

책의 미덕은 남편 입장의 내용이라는 데 있다. 임신을 하면 모든 관심이 아내와 배 속 아이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 만큼 남편들이 소외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외로울 수 있는 그 시간을 방관하며 지켜보는 대신, 공부하고, 함께 인내하기를 선택한다. 이렇게 생소한 일들을 적극 알아보고 아내와 교감하며 심신의 고통을 함께하는 남편이라니. 책에서는 그의 노력이 뚝뚝 묻어난다. 더불어 저자의 아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기도 했다.

멀지도 않은 세달 전, 품고 있던 아이들을 보내주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남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책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나 많이 나아졌구나' 싶기도 했다. 감히 입에 담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다시 읽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직접 그 길을 가본 사람의 글만큼 직접적인 정보가 있을까? 임신한 아내들의 마음과 몸의 변화, 이것에 대처해야만(혹은 해야할) 남편들이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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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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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악마가 엄마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는 스푼이 부러질 때가지 매질을 멈추지 않았죠. 그러고 나서 여행 가방에 내 옷가지들을 꾹꾹 눌러 담더니 집 밖으로 끌고 나와서는 나더러 알아서 살 곳을 찾아보라고 말했어요.'(p.12)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콥이 회상하는 자신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다. 어느 날, 제이콥은 어머니의 유언 집행인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께서 자신 앞으로 모든 걸 남기셨다고.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는 1997년부터 '크리스마스 상자 하우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하여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01년에는 소설 <크리스마스 상자>로 크리스마스 선물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배경의 <노엘의 다이어리>를 내놓았다.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날을 넘어설 수 없는 '가장 특별한 날'인걸까?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시니컬한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콥과 엄격한 몰몬교 집에 입양되어 자란 레이첼. 제이콥은 유언 집행인이 알려준 어머니의 집을 찾아 간다. 나는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어머니는 왜 나를 방치했을까,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제이콥은 그 집의 유품들을 정리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첼이 그 집을 방문한다. '30년 전에 어떤 젊은 여자가 이 집에서 살았는지'(p.96) 궁금하다면서. 그 집에는 제이콥의 가족 외 다른 누군가가 살았던 것이다. 책은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이콥이 어머니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레이첼이 젊은 여자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크리마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보내는 따뜻한 날, 이별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날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번에도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그려냈다. 제이콥, 레이첼 두 사람이 서로 만나기 전,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달랐을 뿐이다. 책에는 '은혜롭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고뇌의 순간마다 주인공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어떤 선언'처럼 그려지는데, 분명 예수님과 연관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깊이 새기기위한 장치일 것이다. 종교서적처럼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아빠 화장품을 바르고 소리지르는 케빈이 등장하는 영화 <나홀로 집에>가 떠오른다. 이 책도 그런 종류라고 할 수 있겠다. 남녀 주인공, 우연한 만남, 복잡한 과거, 아름다운 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소 전형적인 소설로 읽힐 수 있지만 잔잔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읽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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