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 개정판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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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중에 편혜영을 좀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들을 특징짓는 문장을 써보자.


내장이 터져 나온 동물의 사체

타르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들러붙은 들개

하수관이 터져 오물에 잠긴 안방

비린내가 진동하는 숲

토사물로 가득한 뒷골목


그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그로테스크, 섬뜩함 같은 단어다. 인간의 불안과 고독을 특유의 공포로 버무려내는 재주가 있다는 평을 받는데, 내 생각엔 그냥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묘사하는 작가다. 아무런 가식도, 위선도 없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나는 편혜영을 작품을 거꾸로 탐험하는 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죽은 자로 하여금>은 여기에 실린 작품들에 비하면 상당히 대중을 배려한 착한 작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사육장 쪽으로>는 그녀가 두 번째로 내놓은 단편선으로 2007년에 출간했다. 내가 읽은 것은 21년에 나온 재판이다.


끔찍한 수준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중 최고라 할 수 있는데 비위가 약하거나 마음이 여린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정도다. 표제작 <사육장 쪽으로>에선 우리에서 탈출한 개들이 어린 아들을 갈기갈기 물어뜯는 장면이 나온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낯선 남자가 이유 없는 적의를 내뿜으며 거대한 트럭으로 위협하는 소설엔 깜찍하게도 <소풍>이란 제목을 붙였다. <밤의 공사>에서는 쓰레깃더미와 시커먼 들쥐의 사체가 둥둥 떠다니는 습지에 빠져 죽은 아내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물론 여기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이렇게 섬뜩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섬뜩함이란 피부와 코를 자극하는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의미하는데, 즉 소셜의 주 테마인 불안이 항상 그런 식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몇몇은 회사, 동물원, 일반 가정집 같은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평범이란 게 상대적이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평하자면, 이 작품들에선 편혜영 자신, 그러니까 작가로서의 불안이 남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이제 막 두 권의 단편선을 내놓은 소설가. 글을 쓰는 일은 얼핏 낭만적인 서사로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는 서스펜스에 더 가깝다. 거기에 도통 앞날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더해지고. 끊임없이 낙선과 거절, 비평에 온몸이 뜯겨나가는 슬래셔 무비가 따라붙는다. 특히 <소풍>과 <사육장 쪽으로>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는 주인공들에게서 이제 막 백지를 펼친 소설가의 불안이 진하게 느껴졌다.


여자는 멈추어 선 채로 허공에 매달린 이정표를 읽었다. 모두 처음 보는 지명이었다. 이정표는 언젠가 도착할 도시의 이름을 알려줄 뿐, 여기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다.(<소풍>, p.34)


이보다 더 완벽한 묘사가 있을까? 글쓰기라는 건 그렇다. 작가가 될 거라는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포기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신이 내가 얼마큼이나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이 극단의 외로움을 이해하며, 나는 그녀의 책을 사서 읽는 것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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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감 사전 -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관점 있는 사전
안상순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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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단어 수준에서 공부해 보고자 이 책을 샀다. 평소에 헷갈리는 단어들이 여럿 있었는데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야 단어의 선택이 대화의 질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특히 오타와 비문이 난무하는 요즘의 상황에선) 나름 남에게 보이는 글을 주기적으로 쓰고 있는 데다 최근에 하는 일이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충분한 공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책은 '경험과 체험', '공허와 허전', '논쟁과 언쟁'등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의미가  다른  유사어  수십 개를 짝지은 뒤 각각 2~3페이지를 할당해 그 용례를 샅샅이 해부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막상 지은이가 제시한 예시를 읽는 중에는 이 단어들을 헷갈릴 일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자만심이 들곤 했다. '재현과 재연'을 놓고 같이 생각해보자.


우선 단어만 놓고 봤을 때 둘은 소리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의미마저도 비슷해 큰 혼동을 유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맥락에 넣고 보면 생각보다 구분이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된다.


90년대 한국 발라드 음악은 당대 청년들의 사랑을 생생하게 재현/재연했다.


여전히 헷갈리는가? 그렇다면 하나만 더 들어보자.


나는 <서프라이즈>의 재현/재연 배우로 일한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딱 부러지듯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4년 전의 영광을 재현/재연하기 위해 결의를 다졌다.


이 문장에선 재현과 재연이 모두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단어를 썼느냐에 따라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그러니까 재연은 무엇인가를 다시 '보여'주는 데 초점이 있고 재현은 무언가를 다시 '실현'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이상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단어가  헷갈릴  땐  우선 써봐야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구멍을 뚫어놓고 그 위치에 검증하려는 단어를 번갈아가며 넣어본다. 예시 문장은 많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문장에선 완전히 대체 가능했던 단어가 다른 문장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훈련했다.

그는 공군 사관학교에 들어가 조종사가 되기 위한 연습/훈련을 받았다.

피아노 연습/훈련 시간만 되면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보다시피 앞 뒤에 어떤 말이 같이 서느냐에 따라와야 할 단어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자주 쓰는 단어를 정리해 자신만의 사전을 구축해본다면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말 어감 사전>은 말 그대로 사전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기에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다. 단어마다 지은이의 재미난 사연이 붙은 것도 아니니 지루함은 치러야 할 대가. 다만, 유사어를 다루는 생각의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사실 첫 장만 읽어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지만 출판사와 글쓴이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한 권씩 구매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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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기묘한 이야기
그웬다 본드 지음, 권도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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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를 향한 이 기묘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상 넷플릭스 원톱 콘텐츠라 볼 수 있는 글로벌 메가 빅히트작. 그러나 나는 이 시리즈를 꾸준히 앉아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찔끔찔끔 건드리다가 포기하기를 몇 번, 이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마음의 짐이 됐다. 그렇게 재밌다는데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내게 <기묘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딱 하나의 단어는 '지루함'이다.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을 읽기로 결정한 건 그래서 매우 의아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때 나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 몇 주를 헤매던 중이었다. 이러쿵저러쿵 막론하고 그냥 다음 줄에 어떤 문장이 쓰여 있는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소설 말이다. 한 가지 기대를 걸었던 건 이 책이 시리즈의 프리퀄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별로였지만 프리퀄은 다르지 않을까? 게다가 영상을 꼼꼼히 보지 않았으니 독서가 유발하는 풍부한 상상력이 방해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배경과 캐릭터에 마음대로 색을 칠하고 모양을 그려가며 읽는 즐거움. 이 생각이 얼마나 헛된 바람이었는지는 다섯 페이지도 채 읽지 않아 깨닫고 말았지만.


아마 오리지널 시리즈에 '일레븐'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나올 것이다. 인기가 대단한 걸로 아는데, <최초의 의심>은 이 일레븐의 탄생, 즉 그의 어머니 테리 아이브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거기서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그렇다면 아 얘가 걔구나 하는 반가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소설 자체를 놓고 보면 시즌4 홍보용으로 나눠준 공짜 팸플릿 소설 이상으로 쳐주기가 힘들다. 인물은 여기저기 씹다 붙여 놓은 껌처럼 산만한 데다 지독히도 평면적이다. 소설이 짧지 않은데, 대부분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구질구질 늘어놓은 탓이다. 도대체 재밌는 얘기는 언제 나오냐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길 수십 번, 결국 소설은 폭죽 하나 제대로 터트려보지도 못한 채 끝나고 만다.


소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 시리즈를 완주해야겠다는 큰 용기를 얻었는데, 오리지널 시리즈가 이것보다 재미가 없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시즌1, '제1장: 윌 바이어스의 실종'부터 제대로 들어가 볼 예정이다. 이 마지막 여정이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p.s - 이 글을 쓴 바로 그날 시즌1을 정주행 했다. 군데군데 건너뛰며 보기는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역시 사안의 판단에는 경험하기 전에 설정한 기준에(준거점) 큰 영향을 받는다는 행동 경제학의 논리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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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
이언 매큐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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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는 8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고아로 평생 다른 사람의 부모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결혼 후에는 당연히도 그 대상이 장인, 장모였는데, 제러미는 격동의 유럽사와 포개어진 그들의 기이한 결혼 생활에 강렬한 매혹을 느껴 그들의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한다.


한때는 모두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준과 버나드. 같은 신념과 애정으로 이어진 부부는 신혼여행에서 맞닥뜨린 기묘한 사건으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준은 '그 사건' 이후 공산단을 나와 영적 세계를 탐구하는 은둔자가 됐다. 버나드는 소련의 헝가리 침공 때 탈당하지만 현실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건 날카로운 이성과 합리적 판단, 그리고 실천이라는 믿음에 계속 정치계에 투신, 나중에는 노동당 의원을 지내게 된다.


두 사람의 삶은 인간이 난관을 만났을 때 취할 수 있는 양극단을 대표한다. 고통은 구체적 현실이 낳는 물리적 실체일까 아니면 그저 마음이 만들어낸 환영일까? 전자라면 끊임없는 행동을 통해 현실의 조건을 개설하는 것만이 답이다. 하지만 후자라면 '실천' 따위 말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일 뿐 그저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헛짓에 불과하다.


준은 날카로운 이성과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그 잘나빠진 공산주의가 세상을 끝없는 나락으로 몰아넣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이성에서 답을 찾으려는 버나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버나드는 준이야말로 오히려 배신자라고 비난한다. 버나드는 준이 신혼여행에서 겪은 '그 사건'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여길뿐이다.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임신한 탓에 신경이 곤두선 '감성적인' 여자의 마음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미래는 이미 그날 정해졌다. 그럼에도 준과 버나드는 평생 이혼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같이 사는 것도 아닌 이상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이는 매일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운동선수가 결정적 순간에 이르러 신께 기도를 올리는 인간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리는 준과 버나드처럼 어느 한쪽에 완전히 투신하지 못한 채 비틀비틀 둘 사이를 오간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그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검은 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개는 나치가 점령지 주민을 감시하고 고문하기 위해 훈련한 개라는 것만 말해두자. 나는 준이 경험한 그 압도적 공포가 실제라고 믿는다. 그것은 결코 버나드가 폄하할 수 없는 절대 악의 현현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녀가 취한 삶의 태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 압도적 공포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녀가 손에 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준이 그 개에게 남긴 표식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후 그녀가 정신에 몰입함으로써 '그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를 치유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에, 만약에 준이 다시 한번 그 개를 맞닥뜨린다면 그녀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오랜 시간 은둔자로 살아가며 수행한 정신이 그 앞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언 매큐언이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 내가 준이 취한 삶의 본질을 오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버나드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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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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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내가 사람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어 하는 구제불능의 소시오패스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건 48.6% 맞는 말이고, 사실 예전부터 비주류 학문의 혁신 이론들에 크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남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통념에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깽판을 치고 싶은 청개구리의 마음이랄까. 아무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당연하게 생각할수록 그것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쳐왔던 기억이다.


물론 괴벽에 따른 선호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도 이 분야에 한번 발을 디디면 서서히 스며들어 결국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게 바로 행동 경제학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큰 소리로 No를 외치는 과감한 판단은 과연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놀라운 이성의 발현일까 아니면 그냥 비뚤어진 심리의 발현일까?


언뜻 행동 경제학의 실험 결과들은 항상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수를 하면서 배워나가는 게 인생의 기본인데, 실험실에서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로 인간의 본성을 매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이는 행동 경제학이 세상에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이다.


이 학문의 치명적인 단점은 몇 개의 공리로부터 쌓아 올린 단일 이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전통 경제학은 모든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대명제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예측한다. 생산비용과 이익이 주어진다면 경영자는 몇 명을 고용해 몇 개를 생산할지 계산할 수 있다. 현대 경제학은, 특히 금융의 경우 아예 로켓을 개발하던 물리학자들이 대거 투입되어 오로지 수치와 공식이 정의하는 학문이 됐다. 행동 경제학에도 원리가 있지만 이는 상황별로 정의된다. 이럴 때는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행동한다는 걸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기술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결론은 구체적인 공식으로 정리하지도 못한다. 예컨대 인간은 자기 자본의 30%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리스크를 취할 확률이 46.24% 증가한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행동 경제학을 읽고 나면 곁가지만 만지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재미있는 얘기는 참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책에서 소개한 상황들을 내 인생과 직업 생활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들과 1:1로 대응시킨 뒤 각각 어떤 행동을 취해야 가장 이득이 되는지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리스크를 취하고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선 이득이 줄더라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한다면 이를 이용해 내 서비스의 팝업 문구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적고 다양한 해결책을 궁리해보는 것이다.


문구 하나 바꾸는 걸로 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겠느냐 의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사실 거의 전부다)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니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용기를 갖고 끝까지 진행해보기 바란다. 사람들이 다 안된다고 하는 걸 끝까지 추구해 뒤통수를 치는 것만큼 통쾌한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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