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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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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을 읽으면서 단편이 끝날 때마다 이렇게 숨고르기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나의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뒷편에 실려진 해설을 읽으며 가슴 졸였던 적 또한 없었다. 기종이 왜 두루마리 휴지를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짐작만 할 수 있으나 그 짐작조차 사실일까봐 가슴졸여야 했던 시간들, 다행히 해설편에서는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해 놓은 글이 없어서 한동안 안도했었다. 아니겠지, 그런 생각으로 얼마간 안도했었다. 그럼 기종 씨가 진공청소기 줄을 잡고 따라다닌 것은 뭐지? 아, 혹시 이것이? 온통 의문투성이지만 이것에 대한 것만은 작가의 의도대로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으니 나의 머릿속에서 정돈되지 않은 채 맴도는 많은 의문들은 그저 나의 문제일 뿐이었다.

 

왜 하필 산부인과에 방문한 날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을까. 자궁암 검진일이 되어서 대기시간에 책을 펼쳐 들었는데 이곳에서도 삶과 죽음은 교차되고 있었으나 탄생의 순간을 함께 하는 많은 이들로 인해 기종의 아버지의 죽음은 그 죽음에 얽힌 아픔때문에 가슴이 먹먹하여 결국 책을 내려놓고야 말았다. 단편 [화라지송침]을 읽으면서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종이 나쁜 사람들에 의해 다시 예전의 노예생활을 했던 삶으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일 뿐이었으니 나는 무력하고 또 무력하였다.

  

하얀 프라이드를 보고 숙모라고 불러봤다니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으로 피식 그냥 웃고 말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정도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단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는 내게 딱 그랬다. 뭔가 구구절절 할 말이 있어서 글로 남겼겠지만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가 나에게도 물어봐줬으면 했다. 더 듣고 싶으냐고, 연도별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 속에 평범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겠냐고 물어봐줬으면 했다. 그래도 듣고 싶다고 말했겠지만 마음을 잡고 진지하게 들었을 것이다. 삼촌의 프라이드는 후진이 되지 않았다. 과거로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아니면 딱 그만큼을 빼 버림으로써 그것을 작은 양심이라 생각했을까. 이 이야기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짐작만 할 뿐이었는데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아무도 삼촌이 어디에 있을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삼촌이 어디에 있는지는 왜 화두가 될 수 없었을까. 그는 오랫동안 함께 한 프라이드를 집 앞에 놓아두고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여운만 남길 뿐이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 외에 다른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들로 무섭지만 나의 마음까지 내리 눌러 숨쉬기가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기종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또 다른 죽음들, 그들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만들고 그리하여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었지만 행간의 숨겨진 뜻은 내 짐작을 확신으로 바꾸고 해설까지 확인했을 때의 나의 마음이란 온통 우울하고 그 이야기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모든 이야기들엔 내가 쉬어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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