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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유언들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2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힘든 일상을 겪어내야 하는 우리네 인생에 '유머'가 빠진다면 삶이 얼마나 각박할까. 때론 "괜찮다"는 위로보다 한 줄의 글이 힘이 되어 주고,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사색 못지 않게 가벼운 농담이 우리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 그렇기에 밀란 쿤데라가 이 책의 첫 장에서 들려준 '유머의 발명'으로 인해 조금은, 조금쯤은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문학적으로야 이 '유머'라는 코드가 꽤 중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꽤 많은 가능성들을 제시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한바탕 웃을 수 있다면, 아니 그저 한줌의 미소만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배신당한 유언들'에 담겨진 작가가 언급하는 책들을 모두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오롯이 밀란 쿤데라의 '배신당한 유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작가가 언급하는 이야기들 중 많은 부분 이해할 수 없어 당혹스러웠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다. 에세이? 오히려 철학책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깊이 있는 사색을 유도한다. '배신당한 유언들'을 책의 제목으로 많은 글들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음에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 들었다를 반복하며 얻은 결론이라면 그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는 있지만 이처럼 나와 작품이 교감을 나누기 쉽지 않을 때는 마지막 책장까지 깔끔하게 읽어내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내가 '배신당한 유언들'을 펼치기 전 어떤 만남을 기대했는가. 삶의 마지막 여정에 이르렀을 때 알게 되는 것들? 아니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소설? 나는 이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첫 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비록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것일지라도 나의 상상을 여지 없이 깨부수고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세르반테스, 카프카, 발자크의 작품에서 쇼팽, 스트라빈스키 등 실로 방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지금보다 더 큰 세상을 보여주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경이로웠다.
"괜찮아. 문제없어. 괜찮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유명한 단편 [흰 코끼리 같은 언덕들]의 마지막 말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떠랴, 젊은 아가씨와 한 미국인 남자의 대화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을 그려봄으로써 잠깐이지만 작품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도 나의 머릿속에서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이런, 저런 상황들을 그려내며 새로운 결론들을 이끌어 냈으며 이 부분만은 오롯이 작품을 이해한 듯 안심이 된다. 그래, 이렇게 천천히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의 삶의 한 부분도 꽤 깊이 있는 성찰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단 한줄의 글만을 이해할 수 있어지라도 그것이 내게 많은 의문들과 결론을 던져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