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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울물 소리'의 주인공은 연옥과 이신통이 아니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냈을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었으며 치열하게 살아냈을 그 삶을 연옥과 이신통을 통해 세상에 흩뿌려놓은 것이다. 사람이 죽어도 이렇게 이야기가 남는다는 생각을 하면 그리 서러울 것도 없지만 이야기란 것도 생명을 지닌 것인지 내내 슬픔이 휘몰아치며 나를 놓아주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냐.

 

이신통과 연옥의 첫 만남이 그리 격정적인 열정과 슬픔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혼인을 앞둔 연옥과 이신통이 서로 마음을 나누었으나 연옥은 혼인하지 않겠다 억지부리는 것도 없이 그저 주어진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혼인한 후 꼭 3년만에 자신의 결정으로 남편의 곁을 떠나 엄마에게 돌아온 연옥은 그때부터 이신통만을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연옥이 자신의 삶을 이렇게 능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 서얼의 자식이라는 신분때문일 수도 있으나 노름을 하러 다니느라 집에 있지 않는 남편에게 정을 느낄 수 없었던 연옥에게 이신통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처음 시작한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사는 것을 구차하게 여기는 이신통은 결국 연옥의 곁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연옥은 그때만해도 이신통을 향한 그리움으로 그의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 애절한 그리움은 이렇듯 역사속에서 놓여나지 못한 채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이신통의 발자취를 쫓아다니는 연옥에게 그의 존재가 실체가 있기는 했던가. 몇 발짝 못미처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도 그가 전해준 마음만으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그녀에게 이신통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던졌던 '천지도'는 연옥에게도 희망이 되어 준다. 이신통이 살아온 이야기는 그와 연옥이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내는 민초들의 이야기다. 한 여인에게는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준 사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많은 것들을 베풀고 떠난 이신통,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겨졌다.

 

한 남자를 평생 그리워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비록 사랑을 선택하여 다른 여인네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선택했지만 이신통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닌 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온 연옥에게, 지금의 세상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신분의 굴레에 갇혀 자신의 뜻을 펴보는 것조차 힘겨웠던 그 시절, 하루 하루 살아남는 것이 고달펐던 시절이었지만 인편에 소식 한 번 보내기 힘들었던 그때의 사랑은 지금보다 애절하다. 그래서 이신통을 향한 연옥의 사랑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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