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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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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편의 글들이 담겨져 있는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공포'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색채를 가진 글을 담아 놓았다. 그러나 이 글들을 읽으며 공포심을 느끼지는 않았다. 허구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 뿐이라 좀비들이 등장하는 [고스트 댄스]처럼 영화와 책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과 성장소설 같이 보이나 6주 후에 세상에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된 아이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의 해피앤드에 대해 말해주는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읽으며 공포심을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6주 후에 세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어쩔 건데?라고 되묻고 싶어질정도로 나에게는 현실감이 없었다. 세상이 그대로 있게 된다면 마사와 미래를 꿈꾸면 되는 거지 뭘, '나'와 마사는 지금과 크게 바뀌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 어쨌거나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해보지 못한 십대의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마지막의 행복한 결말이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때문일 것이다. 역시 세상이 사라진다는 것을 떠올리기 보다는 이 이야기는 그저 허구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글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의 글에 관심이 더 가는지라 스티븐 킹의 [그레이 딕 이야기]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괜찮은 글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아마도 '다크타워'의 번외편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기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면 이 글에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은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였다. 단편 [벌], [고스트 댄스]처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인간의 욕망, 복수, 공포 등을 담고 있지는 않으나 리타의 곁에서 긴 시간 동안 함께 호흡한 듯한 생생한 느낌에 그녀를 쉽게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서 내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20편의 글들이 모두 같은 느낌을 전하지는 않았다. 지루했던 글도 있었고 공포심을 느꼈던 글도 있었다. 여운을 남기는 글도 있었다.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 행해진 것들에 의해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은 책장을 모두 덮은 후에도 나의 곁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는데 이 세상 어디쯤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심 때문일 것이다. 저기 모퉁이를 돌면 뭔가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잡아채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각 단편들의 첫 문단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것이며 막상 그 실체는 나의 마음 속에서만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되자 헛웃음이 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공포심은 그 실체를 모를 때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알록달록 예쁜 삽화가 그려져 있거나 강렬한 그림의 책표지를 선호해서 책을 선정하는데 있어 많은 부분 참고로 하기도 하는데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각 단편들이 시작될 때 그려져 있는 삽화들은 색채감이 없어 오히려 각 단편들과 잘 어울린다. 이런 점이 사실적으로 느껴져 삽화와 단편들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지만 좀 강렬한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글을 한 권에 책에 담아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독자들은 그저 즐기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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