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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소피가 가는 곳에는 오직 죽음뿐이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살인자가 되어 있었고 어린 레오가 죽어 있는 것을 봤을 땐 최소한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조차 꿈 꿀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이름을 얻기 위해 소피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일 뿐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위험속에서도 근원적인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고 지키고 있는 소피에게 새로운 삶을 준 프란츠는 지금 소피에게 유일한 보호자이며 소피가 그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나, 소피가 가는 곳마다 죽음들 뿐인 이유,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지 못했던 나는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에서 다룬 전반부는 온통 죽음뿐인 암흑속에서 소피를 따라다니는 것조차 내게는 힘겨운 시간들이었으며 그녀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자신의 죽음이든 그 어떤 것이든 죄에 대한 댓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 '알렉스'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소피에 대한 시선이 바뀌게 된 것은 프란츠가 쓰고 있는 일기때문이었다. "왜 알렉스여야 했을까?"에 이어 "왜 소피여야 했을까?"란 의문은 피에르 르메트르가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을 비슷하게 이끌어가고 있기때문이지만 알렉스와 소피 두 주인공이 타인에 의해 파괴된 자신의 삶의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완전하게 상반된 결과를 보인다. 알렉스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감히 자신의 행복을 꿈꾸지 못했고 소피는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남아 있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너무나 많은 불행한 일들이 있었지만 이를 바로잡기 보다는 안정된 삶을 원했던 소피가 알렉스처럼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소피가 겪은 불행과 아픔만큼 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과 같은 결말은 뭔가 부족해 보인다.

 

소피가 자신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바로잡을 수는 없었을까. 누군가의 시선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느꼈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을까. 소피는 몇 번이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놓아둘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다. 소피의 일상이 타인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아갔다면 아이를 낳고 뱅상과 함께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인데 이제는 그녀의 행복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타인에 의해 철저하게 삶이 파괴된 사람은 소피가 아닌 그 누구나 될 수 있었지만 꼭 소피여야만 했다. 이것이 너무나 끔찍해서 타인의 집 안까지 훤히 바라다 보이는 아파트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내밀한 사생활이 세상에 드러나고 살인이 이렇게 손쉽게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섭다. 우리가 살아가는 그 어느 곳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경찰이 등장하여 소피를 쫓고 또 다른 축으로 그녀와 프란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지금과 다른 느낌의 소설이 만들어졌을 것인데 무척이나 아쉽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좀 더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결말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알렉스'에서 카미유에 의해 해결된 사건을 봤기에 경찰이 등장하여 소피를 쫓게 되었을 때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가 '알렉스'와 다른 소설로 차별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미유가 등장하지 않은 아쉬움은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카미유가 등장했다면 그에 의해 모든 진실이 드러났을 것이다. 누구의 손에 의해 진실이 드러난들 무슨 상관이냐만은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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