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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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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면 정말 힘든 사랑이 아닌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고 죄를 함께 짊어진 사람은 자신이 궁극적 사랑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릴 것들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니, 문학속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다.

 

'들장미 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스기시타와 니시자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안도와 니시자키, 스기시타의 삶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노구치와 그의 아내 나오코가 살해된 사건 현장에 있게 된 니시자키, 스기시타, 안도, 나루세의 증언만으로 그 날의 진실을 알아내야 하는 독자들은 그 사건이 있은 후 10년 만에야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니시자키는 자신의 아픔을 나오코를 통해 이겨냈다. 그런데 궁극의 사랑이 '죄의 공유'라고 대답한 스기시타는 10년 전과 같이 현재도 달라진 점이 없다. 여전히 자신의 삶을 홀로 버텨내고 있으며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지켜주기 위해 행한 모든 행동에 '죄의 공유'라는 이름을 붙여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온 그녀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스기시타가 안도나 나루세와 마음을 나누는 사랑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황폐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루세와 함께 한 죄의 공유는 스기시타가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스스로 죄를 공유했다고 생각함으로써 궁극의 사랑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서로에게 고마움을 남긴 사이였을 뿐이다. 물론 그 당시 나루세가 처해 있는 상황이 위태롭긴 했다. 나루세가 용의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스기시타의 덕이 크긴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실은 '죄의 공유'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기시타가 안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또 어떤가. 안도를 지켜주고자 했던 마음은 니시자키가 나오코를 지켜주고자 했던 상황과 맞물리며 애초에 계획했던 것들과 달리 엄청난 결과로 번져간다. 안도가 니시자키, 스기시타, 나루세의 계획을 몰랐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기에 노구치와 나오코가 살해된 사건에 뜻하지 않게 대단한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스기시타가 니시자키와 의논한대로 했다면? 니시자키가 나오코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그냥 물러났다면? 이런 저런 가능성들을 떠올려 보지만 그 무엇이든 안도때문에 이 사건의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 마음이 심란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등장인물들 중의 그 누구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자 했던 마음도 그리 와 닿는 것이 없었으니,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단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니시자키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바보 같은 선택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죗값을 치루는 것을 보며 10년 후의 그의 삶이 분명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이 책을 인물들간의 복잡한 심리묘사, 궁극적 사랑, 문학적 승화에 대해 다루지 않고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으로 노구치와 나오코의 사건을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흔한 작품이 되어 버렸겠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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