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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렉스가 자신을 납치한 남자에게 물었다. "왜 하필 나예요?" 알렉스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내 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왜 하필 나지. 왜 하필 나야. 나도 남들처럼 예쁘게 살고 싶었는데 왜 하필 나지? 그런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금 그녀가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묻는다. "왜 하필 나예요?" 이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지 몰랐다. 처음에는 그녀가 납치된 상황에 충격을 받아 그녀가 처한 상황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납치범을 잡지 못한 잘못을 저지른 비다르 예심판사가 미울 정도였다. 그러나 납치범의 아들을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 사람이 알렉스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녀에 대한 동정심은 옅어져 갔다.
납치범은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죽었다면 어디에 묻혔는지 궁금했을텐데 왜 알렉스에게 이것부터 묻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는 알렉스가 죽기 전에 그것을 묻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를 굶겨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 납치범이 '어린 소녀'라 불리는 새장을 만들어 알렉스를 여기에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납치범의 뒤에 거대한 세력이 있지 않을까 예측했었으나 아니었다. 카미유의 말대로 '어린 소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 알렉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우연히 '어린 소녀'가 된 것 뿐이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것은 어린 소녀가 아닌 그냥 나무 궤짝으로 보인다. 납치범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알렉스를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는 방법을 꽤 오래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를 가장 잔인하게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아줄에 매달린 나무 궤짝을 만들어 놓은 것만 보아도 꽤 오래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가 납치된 사건을 맡은 카미유, 레이, 아르망은 알렉스를 찾아내기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납치범이 만든 '어린 소녀'라는 이름의 새장에서 벗어난 것도 알렉스 스스로 한 일이고 그녀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녀도 그녀의 뒤만 따라다녔을 뿐 그녀 가까이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카미유가 드디어 알렉스를 만나게 된 것도 그녀 스스로 한 일일 뿐이었다. 그나마 카미유가 한 일이라면 알렉스가 계획해 놓은대로 따라간 것 뿐이다. 카미유는 아내 이렌이 납치되어 죽은 사건때문에 이 사건에만 오롯이 열정을 쏟아 붓기엔 감정적으로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알렉스가 지나간 길을 착실히 따라간다. 그리고 알렉스가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카미유와 레이, 아르망이 그녀 대신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알렉스는 나무 궤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무 궤짝에서 탈출한 후 그녀가 한 행동은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나 그녀는 꼭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알렉스가 왜 자신의 삶을 파괴한 사람부터 죽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그녀 방식대로 복수를 하긴 했지만 그녀가 끝내 내려놓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다면 그녀가 얼마나 예쁘게 성장했을지,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열정적인 삶을 살았을지 눈앞에 그려져 더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그녀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알렉스가 어떤 일을 겪고 있었는지 알았음에도 그녀의 상황을 외면한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그녀를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우리들도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