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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석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인 아주 유명한 레스토랑인데도 차기 수상이 유력한 형의 유명세 덕분에 형이 예약하면 단 번에 자리가 나기 때문일까 파울 로만은 형 세르게 로만과 식사하는 것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것도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지만 오늘 파울 로만은 형 부부와 함께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기엔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하다. 노숙자를 구타해 죽인 열다섯 살 소년이 그의 아들 미헬이 아닐까 생각될정도로 그는 가족 모임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걱정, 소소한 행복과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기 보단 이 사건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내 끌레르가 이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등을 헤아리느라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고민하지 않는다. 미헬의 잘못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분명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모른척 했었으니까.  
 
차기 수상이 유력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아들의 죄를 알리려는 세르게 로만의 행동은 그 나름대로 고민하고 내릴 결론이었다. 아들 릭이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릭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정치 생명까지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의 미래만을 생각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세르게의 말이 맞다. 그러나 끌레르의 생각은 다르다. 용의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스스로 나서서 노숙자를 죽였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끌레르는 아들 미헬의 미래가 걱정되어 세르게가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게 하는 데 필사적이다. 무슨 짓을 해서든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게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저자 헤르만 코흐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노숙자를 구타해 죽인 열다섯 살 소년,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고. 처음에는 끌레르가 미헬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때문에 이 책이 블랙유머, 심리스릴러에서 공포소설로 변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끌레르가 만들어 놓은 결말은 독자들의 생각을 차단시켜 버린다. 그런데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끌레르와 파울은 미헬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구나, 하고. 
 
베아우는 세르게와 바베테가 입양한 아이다. 릭과 미헬과 혈연관계에 있었다면 베아우가 협박을 했을 것인가에 대해 끌레르의 생각은 분명하다. 파울이 베아우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를 비난했던 끌레르가 미헬의 문제에 이르자 냉혹하게 베아우를 배제시켜 버린다. "가족이라면 그런 협박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렇지 않니? 베아우" 뭐 그런 얘기다. 동영상을 세상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베아우,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세르게, 두 사람 모두 끌레르에게는 미헬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끌레르와 파울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끌레르는 유전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미헬을 낳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미헬의 삶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문제로 들어가보면 미헬을 이렇게 만든데에는 끌레르와 파울의 책임이 크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밖으로 분출시키는 파울의 모습은 노숙자를 죽인 미헬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해결방법을 제시한 이가 끌레르였기에 두 사람은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이 사건은 해결이 되었으니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한 마디쯤 하자면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번에는 끌레르와 파울이 누구를 희생시킬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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