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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가 된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3
김남중 지음,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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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아, 잘 가거라!" "만기야, 잘 가거라!" 노영희는 부하가 쓰러질 때마다 골짜기에 울려 퍼지게 이름을 불러 주었다. 이것으로 삼별초 군사들이 여몽연합군에 맞서 싸웠던 그 날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노영희가 불러준 이름은 나에게도 슬픔이 되었다. 울컥,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에 눈물이 맺힌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흘리는 나의 눈물이 그들에게 가 닿지 않을지라도 노영희가 절규하며 부하들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는 지금 일어난 일인양 생생하게 들려온다.  

 

"선우야, 송진아, 무연아, 무동아 너희들 살아는 있는 거지?" 송진의 생사만 알 뿐 다른 아이들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테무게의 노예가 되었을 선우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몽골까지 가는 동안 살아있기는 했을까. 역사는 노영희가 죽은 부하들의 이름을 불러주듯 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이 날의 사건이 있었던 연도와 단 몇 줄의 이야기로 이 때의 싸움을 표현했을 뿐 한 사람, 한 사람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가 없다. 보통의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지만 역사는 큰 줄기만 기억할 뿐 치열하게 살다간 이들을 모두 기억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드라마였다면, 꾸며진 이야기였다면 테무게를 따라 간 송진이 무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고 선우를 지켜주는 용맹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끝맺을 수 있었을텐데, 몽골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송진이가 테무게를 따라가지 않고 어머니의 곁에 남아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 책속에서 그릴 수 있는 가장 현실감 있는 결말일 것이다. 송진이가 함께 하는 길에 선유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몽골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음에도 나는 이렇게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만을 바라고 있다. 백성들을 위해 싸운 선유의 아버지 배중손, 그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싸웠을 것이다. 그의 생사를 알 수 없게 해 놓은 것은 살아남은 백성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일 것이고, 몽골군에게 끌려가는 선유에게도 희망을 전해주기 위함일 것이다.

 

몽골군을 위해 첩자가 되어야 했던 송진, 배중손의 딸 선유, 이들은 그 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을 뿐 무엇때문에 자신들이 그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다. '첩자가 된 아이'는 적이 죽어가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던 테무게가 송진과 친구가 되어 송진의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많은 의미를 전달하려 했겠지만 역시 테무게는 적일 뿐이다. 그 날 그 곳에 함께 있었지만 테무게, 송진, 선유는 다른 상황에 놓여져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결말이지만 이중간첩이 되어 버린 열세 살 송진이의 이야기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치열하게 살아갔지만 역사 속에서 사라진 소중한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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