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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니양아, 아니 삐약이 엄마, 삐약이를 엄마의 품으로 돌려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느날 뱃속에 삐약이를 품고 있다가 낳고 난 후 삐약이의 엄마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 우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 보다 알을 잃은 암탉이 얼마나 슬퍼하고 있을까 이 생각이 먼저 드니 하는 말이다. 동화는 동화일뿐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래, 고양이가 갓 낳은 달걀을 먹었다고 뱃속에서 삐약이가 나온다는 것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잘 먹겠습니다"고 말하며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간식으로 꿀꺽 먹어 버린 고양이에게 이 일은 앞으로 생명을 소중히 하라는 경고와 함께 알을 잃은 암탉의 심정을 이해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식탐이 많아 먹을 것을 욕심내고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니양이가 삐약이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니양이의 모습을 보면 한 눈에 그리 예쁘지도 순하지도 않겠다 생각할 정도로 포악해 보인다. 동네에 함께 사는 약한 동물들을 꽤나 괴롭힐 얼굴로 보인다. 그나마 몰래 음식을 훔쳐서 먹을 때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정도나 좋게 봐줄까 진짜 좋게 봐줄래도 좋게 볼 것이 하나 없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달걀을 먹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점점 배가 불러오는데 이녀석 많이 놀라긴 했을 거다. 뜻하지 않게 겪게 된 산통, '아이고 배야!'라고 소리지르며 끄으으으으응 한 번으로 삐약이를 낳아 버렸으니 초산이지만 순조롭게 출산을 해서 다행이다. 자신이 병아리를 낳다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데 부모는 이런 생각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육아에 정신없다는 것을 니양이는 갓 태어난 병아리가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들 때까지 몰랏을 것이다. 니양이가 이제 부모가 되었다. 니양이가 아닌 삐약이 엄마로 불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부모란 이렇게 해야한다고 가르쳐 주는 이도 없는데 니양이는 삐약이를 항상 데리고 다니고 병이 나지 않게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이며 위험한 길로 다니지 않게 주의를 주고 성질 나쁜 개 집 앞을 지나갈 때면 삐약이를 보호하며 걷는다. 이웃 암탉들과 함께 있는 니양이를 보니 웃음이 나오는데 꼭 이 모습이 다른 병아리와 함께 있는 삐약이를 보는 니양이의 모습이 영락없는 삐약이의 엄마 같기 때문이다. 거기다 암탉들의 표정을 보니 저 삐약이가 내 아이는 아닐까 의심하는 것 같이 보여 웃음이 나온다. 아니면 왜 고양이가 병아리를 기를까 하는 생각 정도를 하고 있겠다. 뭐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이젠 이렇게 동화책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을 보니 나의 마음속에 동심은 모두 사라졌나 보다. 이 생각을 하니 갑자기 서글퍼진다. 아이는 이 책을 보자 "야, 야, 야(야옹이를 '야'라고 부른다)"라고 하고 "빼빼(병아리를 '빼빼'라고 부른다)"라고 하며 좋아할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나는 잠깐동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니양이는 이제 갓 낳은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먹지 않을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녀석,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삐약이 동생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아, 또 현실적인 생각을 해 버렸구나. 역시 나에게 동심은 없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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