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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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정한 신사인 주인을 잘 섬기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 한 늙은 집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능함’을 뛰어 넘어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하여, 아버지의 임종도, 젊은 사랑도, 주체적 사고와 판단도 모두 외면하며 평생을 살아 왔다. 최고의 ‘품위’를 갖춘 집사였던 자신의 지난 삶을 정당화하려고 바들바들 애쓰는 모습이 찌질해 보이다 결국엔 불쌍했다.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는 고려해야겠지만 스스로 가치 판단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도구로서의 자신을 소모해 버린 모습이 참 어리석어 보여 그 얼마나 허무한 인생일까 싶다.

 

충직한 집사로서의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 하나.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성실한 하녀 두 명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해고하기로 한 주인의 결정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따위는 없다. 그저 믿고 존경하는 주인 어르신의 결정대로 ‘품위’있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무 로봇처럼 담당자인 켄턴 양에게 그녀들의 해고를 예고한다. (밑줄긋기1) 켄턴 양은 화끈하게 화를 내며 반박을 하지만 그는 주인의 판단만을 신뢰하고 추종한다. 이 부분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한 사례(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떠올랐다. 주인공 스티븐슨이 성실한 집사였듯이, 악마의 모습일 것 같은 아이히만도 현실에서는 좋은 가장이자 성실한 공무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악은 이렇게 개인의 무사유에서, 성실하고 평범한 모습에서 나온다고 아렌트는 말한다. 역자의 해설에서도 역시 언급된다. (밑줄긋기2)

 

 

그놈의 품위, 품위! 껍데기 같은 품위만 찾다가 결국 인간은 파국인게냐?!!!하고 발끈 하던 차에, 다행이도 우리의 스티븐슨 할아버지는, 해 떨어질 무렵 어느 선창가 벤치에 앉아 품위라는 허상에 대한 실체를 깨닫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늦었지만 그의 사유가 시작된다. 그의 새로운 전환점이 여기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힘든 하루가 지나고 아름다운 저녁에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게 또 인생이 아니겠는가.  캬아~ (셀프감동) (밑줄긋기 맨끝)

 

그러니..

거품 같은 품위 따윈 개에게나 줘버렷.

 (지나가던 멍뭉이 의문의 1패)

 

p. 182
"(...) 그러나 우리 판단에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
"스티븐슨 씨, 당신이 그런 얘기를, 거기에 그렇게 앉아서 마치 식료품 주문 목록을 논하듯 말하고 있다는 게 분통 터지는군요. 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요. 지금 루스와 사라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해고하겠다는 거 아닌가요?"
"켄턴 양, 방금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잖소. 나리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당신이나 나나 논할 것이 없어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루스와 사라를 해고한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도 안 드나요, 스티븐스 씨? 전 그 일에 찬성할 수 없어요.(...)"


p. 306 (해설)
계급과 편견과 차별에 길들여져 있었던 근대인의 조건은 고려해야겠지만, 결국 인간은 자신의 더듬이로 길을 가고 그 여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 집사의 품위에 앞서 존중되어야 했던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대한 성찰은 없는 것이다.

p. 216
어쨌거나 때늦은 깨달음에 의지해 과거를 뒤져 보노라면 그러한 ‘전환점’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게 마련이다.

p.298
사실 나는, 달링턴 경께 모든 걸 바쳤습니다. 내가 드려야 했던 최고의 것을 그분께 드렸지요. 그러고 나니 이제 나란 사람은 줄 것도 별로 남지 않았구나 싶답니다.
p.299
(...) 나리는 용기 있는 분이셨어요. 인생에서 어떤 길을 택하셨고 그것이 잘못된 길로 판명되긴 했지만 최소한 그 길을 택했노라는 말씀은 하실 수 있습니다. 나로 말하자면 그런 말조차 할 수가 없어요. 알겠습니까? 나는 ‘믿었어요.’ 나리의 지혜를. 긴 세월 그분을 모셔 오면서 내가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요.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정녕 무슨 품위가 있단 말인가 하고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어요.

p.293
"하지만 이따금 한없이 처량해지는 순간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가.’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지요. 이를테면 저는 스티븐스 씨 당신과 함께했을 수도 있는 삶을 상상하곤 한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화를 내며 집을 나와 버리는 것도 바로 그런 때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씩 그럴 때마다 곧 깨닫게 되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 곁이라는 사실을. 하긴, 이제 와서 시간을 거꾸로 돌릴 방법도 없으니까요. 사람이 과거의 가능성에만 매달려 살수는 없는 겁니다. 지금 가진 것도 그 못지않게 좋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야 하는 거죠."


p. 300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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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뭉이가 그 품위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애꿎은 멍뭉..... 그러고보면 쟁이님 프로필 이미지 속의 멍뭉이도 참 귀엽네요(아무말)

무식쟁이 2019-01-03 12:15   좋아요 1 | URL
화난 귤님이 더 귀여워요
 

1. 나 사랑하기 :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2. 혼술은 1주일에 1번만 (아.. 실천가능율을 높이기 위해 2번으로 할까? •_•;)
=> 수정: 혼술은 1주일에 2번 이하. 땅!땅!땅!
3. 운동(1시간이상) 1주일에 최소 2번이상 : 아름다울 황혼을 위하여
4. 알라딘활동 잼나게 해보기
-북플 리뷰 한줄이라도 꼭 남기기
-눈팅만 하지말고 댓글남기기
-일상의 단상들 메모해보기 : 적어놓지 않아서 소멸해버린 너의 오조오억개 작은 영혼의 명복을 빌어라.
5. 한달에 한번 혼자만의 하루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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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가능율이요?? ㅎㅎㅎ그러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괄호 바로 앞에 있는 두 글자의 자리를 한번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o^

무식쟁이 2019-01-01 23:59   좋아요 0 | URL
1만..ㅂㅓㄴ.. 쇼님 일케 막던지시는 분이셨;;;;

syo 2019-01-02 00:04   좋아요 0 | URL
쟁이님께서 제 글에 다신 댓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저를 지나치게 높은 데 사는(?) 인간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저 일케 막 던지는 놈이었어요!! 와, 이제 속이 좀 시원하다 ㅎㅎㅎㅎ

무식쟁이 2019-01-02 00:10   좋아요 0 | URL
와. 가진 자의 여유.
높은데 사시니 일케 막던져도 있어보이는.
ㅋㅋ

syo 2019-01-02 00:21   좋아요 0 | URL
역시, 만만치 않은 분이셨어ㅋㅋㅋ 댓글에서부터 전 이미 알아 봤어요. 문장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그 감각....ㅋㅋㅋ

쟁이님과 함께 하는 2019년의 알라딘 생활이 너무 기대됩니다^-^ 4번 다짐을 꼭 지키실 수 있도록 syo가 기원할게요.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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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유머코드가 찰떡궁합이었다고 고백한다. 웃으라고 써논 부분에서 빵빵뽕뽕 웃어드렸다. (찰떡궁합이 생각안나서 찹쌀뭐지하고 한참을 생각함; T_T ) 마술 볼때 뱁새눈뜨고 보면 재미없자노. 그냥 암생각없이 봐야지 우아우아가 나오지.

작가계의 시조새님들부터 쇼핑몰판매자들까지 아주 북적북적 들썩들썩 장터마냥 시끄럽다. 어디에서? 서재에서. 담배연기 자욱한 클럽, 시대를 초월한 옛대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웃고떠들고 토론하며 싸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이었어. 책장속의 책들마다 각각의 아이덴터티가 살아숨쉬는 것처럼 대하는 부부의 모습이 넘나 재밌고 사랑스럽고, 그렇게 알콩달콩티격태격 서로의 책이 그들의 책이 되어가는 과정이 내겐 참 감동적이다. 아옹다옹 함께 섞어갈 서재를 가진 사람을 나도 만나고 싶다. 그런 운이 아직 내게 남아있으면 좋겠어.

새까맣게 몰랐던 사실 하나.
책을 선물할 때 보통 속지에 메모를 쓰는데, 이런 헌사는 원래 면지에 써야한단다. 아셨던 분, 손! 속표지에는 저자만이 글을 쓰는 전통이 있었나보다. 난 몰랐네. 암튼 중고서점에 가보면 이런 누군가의 헌사를 달고 있는 책들이 종종 보인다. 책을 선물한 의미와 자신의 이름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쓸땐 누구도 이런 배반을 생각하지 않을텐데. 나름 사연이 있겠지만서도 뭔가 공개처형 같아서 책의 전 주인의 냉정함에 -50점, 무성의함에 -50점 드립니다. 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책선물을 할때는 꼭 다른 메모지에 써서 속에 끼워넣어야지. 혹시나 그 책을 처분 해야할때 마음편히 처리하시라고. 솔직히 난 죄목도 모른채 공개처형 당하긴 싫거든.


책을 사랑하는 두 가지 방법이 나온다. 궁정식 사랑과 육체적 사랑. 단어만 들어도 예상가능하듯 궁정식 사랑은 책의 물리적인 부분은 신성불가침 영역으로서 정신적 사랑만 나누는 것이다. 서점에서 막 들고나온 그 순결무구한 상태를 보존하려는 순수한 사랑. 그에 반해 육체적 사랑은 책은 눈으로 읽기만 하는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할수 있다는 것. 밑줄쫙! 귀때기 꾹꾹접고 여백에 쓱쓱적고 책등이 벌어지도록 쫙쫙벌리고 씹고뜯고맛보고삼키고! 다 허용가능하단 말씀. 작가의 뉘앙스는 당연히 궁정식사랑<육체적사랑 이었다. 아, 나도 당연히 육체파 사랑..이지. 라고 말하며 포스트잇을 줄맞춰서 예쁘게 붙이며 책등이 벌어질까 120도 각도를 유지하며 책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 아~ 나는 플라토닉러브 추종자였구나.. 새로운 자아를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서점에서 일하던 친구의 말이 큰 감동으로 와닿았다. (밑줄긋기) 사랑했던 책들이 나만의 방식으로 모이고 흩어지고 쌓여있는 내 서재는 그렇게 나의 자아를 보여준다. 좋은 서재는 주인의 영혼이라는 사실.

나는 집이 없는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어. 서점에는 모두 집 없는 책뿐이잖아. 역사가인 존 클라이브가 1990년에 돌아가신 뒤에 책을 우리 가게로 옮기기 위해 그의 집에 가 보았을 때 그 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지. 나는 그 학기에 대영제국에 대한 쿨라이브의 강의를 들었어. 하지만 그는 번지르르하게 강의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강의를 듣고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 그의 서가를 보았을 때에야 클라이브가 어떠사람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들었어. 서가에는 007 제임스 본드 페이퍼백이 19세기 의회 속기록들과 나란히 꽂혀 있었지. 그의 책장을 통해 그의 강의로도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 셈이야.
우리는 그 책들을 가게로 가져가 주제에 따라 분류했어. 역사는 왼쪽 벽에, 문학은 오른쪽 벽에, 철학은 위쪽 골방에. 그랬는데 갑자기 그 책들이 이제는 존 클라이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장서를 흩어놓는 것이 꼭 시신을 화장해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무척 서글펐지.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p.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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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찹쌀뭐지하고 한참을 생각함;T_T˝에서 유추할 수 있는 쟁이님의 유머코드와 찰떡궁합인 책이라는 말씀이죠??
그렇다면 2019년 1월에 syo는 이 책을 읽게 되겠군요 ㅎㅎㅎ

무식쟁이 2019-01-01 23:55   좋아요 0 | URL
제가 황정은식 유머를 또 엄청 조아라한다는.. 앤패디먼과 황정은이 그닥 연계성은 없는듯 한데. 저두 몰라욧;; 그냥그렇다구요 ㅋ

syo 2019-01-02 00:00   좋아요 0 | URL
저는 황정은식 유머를 잘 모르지만 그게 그러니까, ˝저두 몰라욧;; 그냥그렇다구요 ㅋ˝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그런 식의 유머라는 말씀이죠??
그렇다면 2019년 1월에 syo는 황정은을 읽게 되겠군요 ㅎㅎㅎ

하긴 다시 읽을 때가 되긴 했지요.

무식쟁이 2019-01-03 01:23   좋아요 0 | URL
유머하면 쇼님유머가 짱이지욧(사바사바)
 

살을 베는 듯한 강바람에 어둠까지 내려앉아 주변엔 아무 인기척이 없다. 어디선가 토해내듯 터져나오는 쓸쓸한 트럼펫 소리. 차갑고 강렬하다. 내겐 그렇다. 그의 그림이. 그렇게 후벼 판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집 앞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민음사)>의 표지였다. 표지 그림이 당연히 주인공 요조의 초상화인 줄 알았다. 선한 듯 잘생긴 외모에 불안하고 나약한 눈매. 퇴폐적이고 암울한 분위기에 곧 망가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그냥 언뜻 봐도 딱 요조였다. 거 누가 그렸는지 참 잘그렸네그려 했지 유명 작품일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반납후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 소장을 해야 할 것 인가를 고민을 하면서, 다음으로 내게 간택된 책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아고다 크리스토프, 까치)>. 이 또한 <인간실격>과 비슷하게도 어둠과 고통이 가득한 세상에서 주인공 쌍둥이 아이들이 기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실제로 내가 읽은 건 3권짜리 구판이라 옛날 아이템플(앗, 옛날사람..) 학습지 커버가 연상되는 표지였지만, 알라딘에 검색해본 합본의 표지그림은 참으로 강렬했다. 헐벗은 남자 두 명이 깡마르고 기괴한 몰골로 서로 겹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인데, 인간 실격의 요조의 자화상의 느낌과 뭔가 겹치는 거다. 그리곤 검색의 결과로 알게 된 에곤 쉴레의 존재. 영화도 있었다. 이름하야 <에곤 쉴레:욕망이 그린 그림>. 배우 사진을 보니 남주가 참으로 아름다운게 도저히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는거다. 영화까지 보고나니 갈수록 점점 더 허전해 오는게.. 그의 작품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열망이 뱃속에서 부글부글거렸다. 아 오스트리아로 가야 하나. 이따금 이렇게 나의 숨겨왔던 예술혼이 뱃속에서 불타오른다. 내가 직접 할 능력이 안되니 오로지 감상뿐. 아 나의 슬픈 똥손.  

 

 

 

 

 

 

 

 

 

 

 

 

 

 

 

그.래.서.

차선책으로 찾은 아트북. 작품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고, 당대의 유명인사들(히틀러, 클림트, 고흐 등)을 언급하며 그들의 삶과 작품을 에곤쉴레와 비교해가며 소개하여 그닥 지루하지도 않다. 처음에는 오히려 집중이 분산되는 느낌에 구성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읽다보니 한권의 책으로 펼치기에 작가의 생이 너무 짧아서 겠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울퉁불퉁 무심히 거칠게 그린 선, 보통 사람이라면 드러내고 싶지 않을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표정과 자세. 우울하고 어두운 모습의 그림이 많지만 그런 감정조차 아이처럼 거침없이 표현해내는 그가 가슴 떨릴 정도로 부럽고 부럽다.

그의 뒤에 항상 따라다니는 외설성과 미성년유인 혐의 논란들. 육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누구나 다 가지는 거지만 실레는 그것을 천재적인 재능으로 ‘그렸다’는 것만 다를 뿐. 어떤 이는 글로, 어떤 이는 음악으로, 어떤 이는 유머로, 쉴레는 그림으로.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곧 예술인거고. 미성년유인 혐의는 결국 기각되었으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런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천재는 역시나 요절인건가. 재능도 인생의 총량의 법칙에 적용되는 걸까. 그럼 난 무병장수 할 운명인게냐.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여 28살의 작품까지 밖에 볼 수 없다. 저 무심하고 강렬한 그림체에 그 만의 세월이 묻어 간다면 어떤 대작들이 탄생했을지 정말 너무너무 안타까울뿐..ㅠㅠ

에곤쉴레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비나이다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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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1-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모리슨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28세에 그 빛이 꺼졌다는.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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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삶의 해피바이러스가 뿜뿜 뿜어져나오는데, 감염율이 아주 치명적이라는 사실. 잠복기 1분. 단, 애서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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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9-01-0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잠복기가 1분밖에 안되는거죠?^^
해피바이러스는 계속 뿜어져 나왔음 좋겠습니다.
그러면 책에 깔려 죽을 수도??ㅋㅋ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식쟁이 2019-01-01 13:14   좋아요 0 | URL
첫 장 부터 바이러스의 입질이 옴찔옴찔 오거든요.
나무님도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