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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불과 몇 년 전에 발생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의한 주택 버블이 원인이 되어 국제 금융위기를 불러오면서, 그 결과를 두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자유시장의 이데올로기를 지배해왔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한 신뢰를 이제는 그만 거두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 50여 년 동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이윤의 창출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소득의 양 극대화이나 환경오염의 문제, 특히 이번처럼 부동산 버블에 따른 신용경색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시장 스스로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직시하고, 이제는 이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 국제금융위기 배경에 중심인물 중 한명이자 그동안 자유경쟁시장을 강력하게 옹호해왔던 미국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말하기를, 매우 견고한 건축물처럼 여겨져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자유경쟁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무너진 것을 두고, 자신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했다. 따라서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의 논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수정되어야 하며, 향후 시장실패에 대한 경제학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논의와 더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방안들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선 지난 시간 동안 여러 번 경험해왔던 경제위기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왔다는 고정적인 관념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나온 경제사를 다시 한 번 상세히 되살펴보면서,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왔던 경제의 논리에 대한 어떤 부분이 왜곡되어 왔고 그래서 우리가 잘못 인식하게 되었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자 했다. 또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해왔던 여러 이론들이 왜 실제 시장에서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 가며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최근 국제 금융위기의 문제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위해서 새로운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1부에서 독자들이 주목해볼 만한 것은, 자유방임과 통화주의의 주창자였던 밀턴 프리드만을 필두로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이 내세웠던 유토피아 경제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자리 잡아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또한 2부의 내용에서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의 본질적인 부분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를 통한 과잉 효과와 독점 시장 그리고 투기적 버블과 같은 자유시장의 이론에 어긋나는 문제점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두루 다루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끝으로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경색의 과정을 밀도 있게 분석함으로서, 준 정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모기지 회사들의 실태와, 일부 정부 경제당국자의 오만하고 잘못된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택버블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의 성장의 배경, 그리고 이어지는 금융 체제의 붕괴의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기간은 정부가 경제 규제를 완화하고 엄청난 액수의 저리 자금이 시장에 공급 될 때, 금융이 주도하는 21세기의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손이 과연 모든 것을 최선의 상태로 작동하도록 보장해 주는지를 실험한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언론 보도내용의 이면에 존재해 있는 주요한 내용들을 부각시켜,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법과 경제정책을 만드는 이론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금융위기와 관련하여 경제 전문가들의 많은 논의와 분석들이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이 관심 있게 주목되는 것은, 본론적인 경제학의 측면에서 당시의 금융위기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으며, 무엇보다 독자들이 지금까지 이상화된 자유 시장을 옹호했던 경제학자들의 허구적인 논리에 앞으로는 휘둘리지 말 것을, 그래서 이제는 현실에 맞는 경제학의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실패 개념을 중심으로, 시장의 효용성뿐만 아니라 그 한계까지를 인정하는 새로운 경제 철학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이 책에서 결과적으로 2008년의 금융위기를 이전의 경우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쉽게 간과해버리거나, 시장실패를 염려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나 간섭을 두고 이것이 오히려 더 나쁜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인식해버린다면, 결국에는 이전보다 더 혹독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이며, 심지어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번 금융위기에 본질적인 부분을 상세히 살펴보고, 저자가 주장하는 금융을 중심으로 한 경제문제의 현안을 직시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