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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 금융시장을 순식간에 뒤흔들며 금융시장을 낭떠러지로 수직강하 하게 만들었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관한 내용들은, 그동안 언론의 보도나 여러 경제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을 통해 많은 분석들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의 금융위기로 수많은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파산되었으며, 투자자들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한동안 금융시장은 패닉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금융위기가 쓸어버리고 간 냉담한 현실은, 총성만 없다뿐이지 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도시를 보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경기위축을 우려한 나머지 그 파급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경기부양책을 서둘렀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며 원치 않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그 여파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되면서 미국은 기축 통화국으로의 지위는 땅에 떨어졌고, 더불어 그리스를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채무증가와 재정적자라는 깊은 늪에 빠지면서, 이제는 행여 국가 파산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들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당시의 사태가 마치 치유될 수 없는 악성적인 암처럼 확대되기까지, 그 과정에 과연 어떤 움직임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막들은 우리에게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파국의 시작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진행되어 왔던 것일까.

 

이 책은 미국 최고의 경제 기자 출신의 칼럼니스트이자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저자에 의해,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수많은 경제 정책입안자와 정부 기관 그리고 기업들의 지나온 행적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서, 그 사실의 관계를 명확하고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흔히 사건 사고와 관계하여 TV에서 보는 사회 고발적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당시 사태의 흐름을 시작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기 쉽게 독자들로 하여금 체감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당시 금융위기와 관련한 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풍기는 여러 분석적인 보고서들과는 달리, 사실에 근거한 그 생생한 내막의 과정을 여과 없이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의 일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제금융재앙의 주범중 하나로 꼽히던 MBS(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는 이미 30여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이 증권의 원래 목적은 금융사의 수익증진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복지적인 차원에서 시도되었다는 근원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한다. 1970년 말 당시의 미국의 사회적 환경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였고, 그런 이유로 주택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주택구입자를 위한 저축대부조합이라는 기관이 있긴 했지만, 대출여력이 미미했고 무엇보다 금리가 높아 돈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적 문제를 간파한 라니에리를 비롯한 세 명의 남자들은, 이를 증권화 하여 자본의 유통이 효율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며 MBS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금리 변동과 채무 불이행, 그리고 조기상환 리스크라는 몇 가지 위험 때문에 처음에는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다가, 월스트리트가 획기적인 금융기법이 더해져 투자자로부터 서서히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그 결과 이 상품은 패니매이와 프레디맥과 같은 미국 국책 모기지 업체와 은행을 등에 업고 한해에 무려 수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리고 이 상품은 묘하게도 미국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주택공급정책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성장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이 계기를 발판으로 이후 기존 은행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대출기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부를 쌓는 기회로 삼았다. 파산을 앞둔 금융기업은 이러한 파생상품 취급함으로서 하나의 거대한 기업으로 부활했고, 심지어 채권의 안전도를 측정하고 그에 따라 신용등급을 매기던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성실한 신용평가 기관으로서의 지켜야 할 의무를 등지고 파생상품이 가져다주는 이익에 눈이 멀어 트리플 A라는 등급을 남발하면서 금융시장에서의 광기를 부추키는데 크게 한 몫을 해왔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막대한 자금의 일부는 정치적 로비스트의 과정에 이용되면서, 파생상품이 주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감독을 강화하려던 일부의 의견들이 전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게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더욱이 심각했던 것은 파생상품들이 위험을 막을 수 있었던 규제 법안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음에도,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일부 폐기되거나 다른 법안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기업은 장부를 조작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기관은 눈감아주었으며, 정부는 그 과정에서 그저 안일하게 대처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국제금융대란이라는 대악재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1990년 이후 신흥 경제국들의 성장에 의해 거두어진 막대한 자금들이 미국의 금융시장으로 다시 흘러 들어간 뒤에, 그러한 자금들이 파생상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 탐욕에 눈이 먼 미국의 기업들과 개인 그리고 정부 담당자들의 실체들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더해준다.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이 책의 내용에서처럼,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은, 결국 인문학적 성찰이 없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때, 향후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재앙으로 다가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아 싶다.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그 여파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현재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듯하며,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반이 취약하고 해외의존도가 높은데다가, 물가불안과 정부와 가계부채 증가, 그리고 부동산 거품의 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할 경제적 현안에 대한 문제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심각한 경제상황을 두고 개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혹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주의적인 시각을 고집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 온 우리의 경제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처럼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 역시, 미국 금융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타적인 정신으로 오늘을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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